사장님이 즐거우면 됐어요.
세상에, 추석 연휴 전에 찍어두었던 사진을 이제야 올린다. 풀타임 근무 전환에 몸살감기에 온갖 핑계를 다 대도 이제야 열두 번째 운영일지라니 심했다.
그래도 책방은 무사히 무심히 잘 운영되고 있다. 여전히 북카페로 운영하려고 짓던 건물은 시공사의 돈 없으니 배째라식의 무대뽀에 완공이 되지 않고 있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 돈이라도 돌려받으려면 돈을 더 써야 한다는 사실들을 하루하루 알게 되면서 원투쓰리 펀치를 맞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책은 팔린다. 하루에 한 권은. 그 관심과 책을 뒤적이는 손길과 짧은 대화의 순간들이 하루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준다. 판매하려고 전시를 해두었다가 '아무래도 내가 먼저 읽어봐야지..'하고 빼서 읽어버리는 경우도 많지만 허술한 운영은 차치하고 내가 즐거워서 만족하고 있다. 사장이 즐거우면 된 거다. 좋아하는 그림책도 더 들였다.
지금까지 책방 무화과의 베스트셀러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호의에 대하여]다. 책을 구입하면서 저자에게 가지고 있는 각자의 관심과 호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무진기행]은 들여놓자마자 나가다시피 했고, [수레바퀴 아래서]와 한강 작가의 책 등 베스트셀러와 고전 위주로 판매되는 것이 의외였다. 지금까지 독립서적에 대한(얼마 없긴 하지만) 수요가 거의 0%에 가깝다. 동네책방을 기대하고 온 것이 아니라 자동차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우연히 마주쳤기에 평소에 읽고 싶다고 생각해 오던 책들을 주로 구입하시는 것 같다.
50%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중고책들도 꽤 수요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은 플래그도 열심히 붙여가며 재밌게 읽었는데, 누군가 플래그가 덕지덕지 있어도 개의치 않고 구입하고 싶다고 해서 판매했다.. 가 바로 후회했다.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에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감사한 친구들로 비유했었는데, 친구를 팔아넘긴 셈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무척 속상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플래그가 붙은 중고책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안내해 드린다. 다만 플래그북스로 진열해 놓은 책은 새 책도 있어서 구매가 가능하다.
10월 18일에는 책방 무화과가 있는 동네인 남양주 진접에서 남양주동네책방연합회에서 주최한 책 축제에 다녀왔다. 반일 근무를 마치고 좀비 같은 컨디션 난조의 모습으로 어색하게 헤헤 웃고 인사드리고 왔는데, 책방 사장님들께서 모두 반갑게 인사해 주시고 친절히 설명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신입을 넘어서서 어른들 사이의 어린아이처럼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구경했다. 내년에는 책방 무화과도 작은 도움이라도 보탤 수 있길!
아무튼! 책방 무화과 내일도 무사히 문 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