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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정 Aug 20. 2019

이분법의 대결 구도

셰익스피어적 해석

현재 한국 사회의 현상은 우려할 만합니다. 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모두 적으로 취급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욕설을 퍼붓습니다. 전체주의 시대도 아닌데 다양한 생각이나 개성은 존중되지 않습니다. 존중은 고사하고 다른 생각은 표현하기도 무서운 사회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어서 그런가요? 1이 아니면 0입니다. 인간 세상이란 그럴 수가 없는데 나라 전체가 이분법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답답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한 일은 한국인이라면 용서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과거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친구가 아니라고 해서 전부 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일 관계는 운동 경기가 아닙니다. 전쟁에 진정한 승리란 없습니다. 과거에 나쁜 추억이 있는 친구라도 사업상 도움이 되면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현실 세계입니다. 세계 모든 역사를 보아도 이웃 나라란 애증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도 선과 악이 대개 공존합니다. 셰익스피어의 말대로 '인생이란 선과 악의 실로 교차해 짠 그물'입니다. 국가나 정치야말로 선과 악의 혼합물이지요. 위선의 정치야말로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권력과 정치는 셰익스피어의 주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셰익스피어에 의하면 통치의 실패는 대개 위정자의 어리석음과 위선에서 옵니다.  싸구려 진보 구태의연한 보수 모두 한 단계 앞으로 전진해야 할 때에 오히려 한 단계씩 후퇴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 혼자만인가요?


서울 올림픽 이후에 지금처럼 공감이 결여된 사회가 있었을까요?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좌파 우파 싸움은 이제 극복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를 제대로 지켜야 되지 않나요? 지금처럼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정보가 조작되며 국민생활을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가 있는 곳이 우리나라가 맞나요? 자유와 민주의 개념이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적은 이전 우리 역사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란 대중의 표를 받아야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대책 없는 정당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권자들이 진실을 제대로 보고 심판을 해야 합니다.


요즘 언론의 보도를 보면 사실과 가짜 뉴스를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일 무역 문제만 보더라도 한국의 언론을 보면 일본은 곧 망할 것 같고, 일본의 언론에서는 거꾸로 한국의 외환 위기가 다시 오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왜 이렇게 대조적인 보도를 하고 있을까요? 내용은 정 반대이지만 양국 정부의 태도도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이차대전 때에 전쟁 당사국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전황만 보도하고 피해는 축소 발표하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상당히 많은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일반인도 신경 써서 검색을 해보면 대충은 진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 보도와 일본 보도, 미국의 보도를 함께 비교해서 보면 진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세상 일이란 일방적으로 옳거나 무조건 그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양국 정부의 적대적 입장은 정치적 이유가 많아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국 모두 피해는 가중될 것입니다. 동시에 양국에서 모두 반대 의견이 강해지니까 어떻게든 외교적 대화를 하게 되겠지요. 그러면 양국 정부 모두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하고 어느 정도 타협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지지 않겠습니까? 이렇게라도 되면 다행인데, 더 바보 같은 정부가 있어서 계속 쓸데없는 고집을 피워서 엄청난 파국이 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경제 문제는 반일과 친일의 이분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현명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옵니다. 셰익스피어의 가르침대로 우리는 겉모습과 실제 사이에서 진실을 가려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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