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겨울, 나는 뭘까..
요즘 사람들은 카페를 참 좋아한다
거리를 점거한 커피 프랜차이즈
골목골목 북적이는 개인 커피가게
거리에도 골목에도
카페가 범람한다
아메리카노
프라푸치노
카페라떼
핫초코
얼그레이
카페 문턱 너머로
아메리카노가 걸어 나간다
모던한 슈트에 목을 조아 멘 넥타이
거무튀튀한 표면에 허옇게 뜬 크래마
한 모금 물고 쓴 침을 탁하고 뱉는다
다음으로 프라푸치노 두 잔이 나간다
핑크색 블라우스와 폴카돗 흰색 셔츠
곱게 간 알갱이에 듬뿍 얹은 생크림
두 빨대를 번갈아 한 번씩 빨아댄다
핫초코 몇 잔, 카페라떼 몇 잔이 나간다
귀를 찢는 굉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수다소리
테이블이고 바닥이고 쏟아낸 갈색우유
한 많은 입술에 곱게 바른 우유거품
크고 작은 손으로 입가를 닦아낸다
얼그레이가 걸어 나간다
스티커가 방정맞은 노트북 멋들어진 책 한 권
아슬한 실오라기에 매달린 육중한 티백
맹맹한 물맛에 생각 없이 들이킨다
손님, 어떤 걸로 드릴까요?
아, 저는...
빼곡한 메뉴에 정신이 혼미하다
나는 무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