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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Feb 12. 2022

어떤 걸로 드릴까요?

29살 겨울, 나는 뭘까..

요즘 사람들은 카페를 참 좋아한다

거리를 점거한 커피 프랜차이즈

골목골목 북적이는 개인 커피가게     


거리에도 골목에도

카페가 범람한다     


아메리카노

프라푸치노

카페라떼

핫초코

얼그레이     


카페 문턱 너머로

아메리카노가 걸어 나간다

모던한 슈트에 목을 조아 멘 넥타이

거무튀튀한 표면에 허옇게 뜬 크래마

한 모금 물고 쓴 침을 탁하고 뱉는다 

    

다음으로 프라푸치노 두 잔이 나간다

핑크색 블라우스와 폴카돗 흰색 셔츠

곱게 간 알갱이에 듬뿍 얹은 생크림

두 빨대를 번갈아 한 번씩 빨아댄다  

   

핫초코 몇 잔, 카페라떼 몇 잔이 나간다

귀를 찢는 굉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수다소리

테이블이고 바닥이고 쏟아낸 갈색우유

한 많은 입술에 곱게 바른 우유거품

크고 작은 손으로 입가를 닦아낸다     


얼그레이가 걸어 나간다

스티커가 방정맞은 노트북 멋들어진 책 한 권

아슬한 실오라기에 매달린 육중한 티백

맹맹한 물맛에 생각 없이 들이킨다     

     

손님, 어떤 걸로 드릴까요?     


아, 저는...     


빼곡한 메뉴에 정신이 혼미하다

나는 무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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