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기 1)
30대 초반이 될 때까지, 나는 '백수'였다. 인생의 목표가 너무나도 명확했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 막연히 고시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어영부영 공부를 했고, 그 생각이 실패로 돌아가려고 하자 공기업으로 그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사실상 실패했다.
어느덧 내 나이는 30대가 되어 있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의 거칠 것 없었던 나는,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온라인 쇼핑몰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게 되었다.
"무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더라"
"유튜브 강의만 보고도 바로 시작할 수 있대"
더 이상 기댈 곳도, 잃을 것도 없던 나는 그 날 이후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사업자등록증과 통신판매업 신고를 했고 네이버와 쿠팡 등 다양한 플랫폼에 판매자로 가입을 했다. 무자본 창업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위탁 판매'였다. 재고를 내가 갖고 있지 않아 위험부담이 적으면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소매업의 일종이었다. 그리고 이 방식은 매우 간단했다.
1. 도매사이트에서 팔릴 것 같은 제품을 찾는다
2. 찾은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네이버, 쿠팡 등의 플랫폼에 등록한다
3. 다양한 방식으로 내 상품을 홍보하여 판매를 이끌어낸다
4. 주문이 들어오면 도매사이트를 통해 고객에게 물건을 발송한다
5. 고객이 결제한 돈을 플랫폼으로부터 정산받는다
이렇게 아주 간단한 방식이었지만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있었다. 판매하려는 물건들이 거의 다 비슷비슷했기 때문에 가격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생각보다 판매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달, 두달을 보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시장에 거의 없지만 꼭 필요한 제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우연히 친구와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아이디어였다. 다행히 제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제품이었기에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어떤 제품인지 밝히지 못함을 이해부탁드린다)
다행히 시장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이미 그런 류의 제품들은 있었지만 깔끔한 디자인까지 더했던 제품은 없었기에 내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그 누구와도 심각한 가격경쟁을 할 필요가 없었던 '내 상품'이었다. 재고가 없어 택배를 보내지 못하고, 재고가 들어온 날은 새벽까지 일해 택배포장을 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근처에 살던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변변한 직업도 갖지 못한 채 살던 내가 드디어 돈을 벌다니. 누구보다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고 나는 어느 자리에 가더라도 '온라인 쇼핑몰'을 하고 있다며 내 직업을 밝힐 정도는 되었다. 내 기준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벌었고, 그렇게 바쁘게 1년 정도를 보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영원한 것은 없었다.
시기가 전환되면서 내 제품이 시장에서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다행히 재고를 많이 쌓아두고 운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적 손실이 크지는 않았으나 잘 팔리던 제품이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 사실, 이 제품이 잘 나갈 때 다른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 이런 상황에 대비했어야 했다. 초심자의 행운에 빠져 다음 스텝을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큰 실책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빠져나간다는 옛말이 정말 소름돋게 맞았던 것 같다. 적은 자본이라도 꾸준히 모아왔어야 했지만 심지어 그러지도 않았다. 겉멋만 들어 돈 쓰는 것에 재미를 붙였던 탓이었다. 그렇게 내 사업의 그래프는 첫번째 고점을 찍고 쭉 하락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브런치에 나의 사업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기록하지 않고 살았던 삶'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나와 같이 온라인 쇼핑몰을 하는 사장님들 혹은 예비 창업자들과 소통하며 나를 더 성장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소소한 뿌듯함을 느끼고도 싶다.
그런 희망을 갖고 '작가 신청'을 누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 '오랑주리'에서 이 글을 작성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