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코로나 게임

2022년 설날, 모험을 떠나다.

by 앤드장

2022년 설날에 홀로 떠난 여행기록입니다.


깊숙이 숨겨졌던 글을 끄집어내어 공개해 봅니다.

코로나감염 시 그 긴박함과 치료과정이 디테일하게 살아 있습니다.

참 희한하고 기억 남는 에피소드입니다.




가장 큰 명절인 설이다.


일 년의 시작을 알리고 친지가족들이 모여 서로 복을 빌어주는 명절을 잘 보내야 하는데 잔기침이 난다.

혹시나 민폐가 될까 하여 코로나(pcr) 검사를 받았다.

이젠 횟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검사가 익숙해져서 의례히 음성이겠거니 했거늘, 헐~~ 나에게도 이런 일이!!!

"남들은 걸려도 나는 아닐 거야"라는 심리가 내게도 있었던 모양인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코로나 걸리면 최악이야" 방학 내내 설만 기다렸는데 또다시 아빠가 망쳐놨다.

4년 전 추석 그때처럼….

친척들과의 약속도 깨지고 새날에 복은커녕 걱정만 끼치게 된 이 상황, 또다시 움트는 '난 참 재수 없는 놈이야' 요즘 하도 걸려데서 복불복이라지만, 주위사람 확진자도 없는데 이렇게 덜컥 걸려버려 내가 원흉이 돼버린 것이다.

이럴 때마다 제일 피해 보는 건 아내와 아들이다.

많은 날들을 함께 살다 보니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한다지만, 노애(怒哀)만 너무 많은 경험치를 주지 싶어 맘이 아프다.

더더군다나 이번 건 바이러스라 순식간에 일상이 무너지고 심리적으로 힘듦이 몇 곱절씩 자꾸 확장해 댄다.


일단 확진됐으니 전파를 막는 게 우선,

주위지인들에게 서둘러 연락하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니 민폐를 끼치는 나쁜 바이러스가 맘으로도 파고든다.

가족, 회사지인 음성이다.

홀로 코로나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함께 따뜻한 명절을 보내고 싶지만 글렀다.


생치(생활치료센터) 신청하고 일단 안방을 격리시설로 삼고 따박따박 아내에게 급식을 받아먹고 있자니, 서글픔이 밀려온다.

잡생각 말고 어차피 어쩔 수 없는 일, 책이나 보자 하고 여유 킵해둔 책 '모순'을 다 읽으니 생치에 입소하라고 연락이 왔다. 재택일 경우 확진자보다 밀촉접촉자의 격리기간이 더 길다는 이 어이없는 시스템에 욕을 하면서 앰뷸런스에 올라탔다.


2월 1일 차례를 지내야 하는 설날에,

그것도 하얀 눈이 소복이 세상을 덮은 첫날에….

집 베란다에서 바라본 설날 설경


나는 이제 남편, 아빠가 아닌 이들과 똑같은 코로나양성확진자로 분류된다.

코로나 양성자들이 앰뷸런스에 하나 둘 올라탄다. 오징어게임에 참가하러 가듯 아무 말 없이 차문이 열리면 가방을 하나씩 들고 마스크로 정체를 가린 채 인사도 없이 조용히 올라탄다.

이 좁고 불편한 앰뷸런스는 설연휴에도 소란을 피우며 차 사이로 홍해의 기적처럼 막힘없이 내달린다.

내게 불안감과 울렁증을 선사하며….

앰뷸런스 안

2022년 2월 1일(생치입소 1일 차)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양 번호명이 아이디가 된다.

방번호 347번에 나의 아이디는 1169866번이다.

코로나양성자게임에 많이들 참가한 모양이다.

집에서 엠뷸런스 타고 고양생활치료센터에 도착. 폐촬영을 하고 창가자리에 서둘러 안착. 휴~~, 겨우 한숨을 쉬어본다.

벽가득 채운 먼지 낀 통창너머로 시골의 눈 쌓인 한적한 겨울풍경을 선사한다.

'다행히 숨을 쉴 수 있겠군' 안도감에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고 양성자의 아픔을 달래고자 잠시 숨 쉬도록 내버려 둔다.

머리엔 두통을 목엔 기침을 코엔 콧물을 배엔 설사를 몸엔 몸살을 상대로 시합 중이다.

지원군을 투입하니 7일 후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비록 다 식은 음식과 떡이 된 밥일지언정 보기 좋은 사진빨과 사제약들은 나의 든든한 지원군임이 확실하다.

시간 맞춰 와 주는 지원군은 시간과 함께 양성자를 서서히 죽일 것이다.


나의 룸메이트, 구리에서 온 또 다른 양성자는 피곤한지 이른 밤부터 잠에 취해 있다.

시간은 20시. 소등한다.

1169866번도 지쳤다. 오늘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한 밤 24시. 구리양성자가 심한 기침을 해댄다. 마스크도 없이 허공에….

기침소리에 잠을 깨 불안함에 뒤척인다.

'무사히 퇴소할 수 있겠지?'


2022년 2월 2일(생치입소 2일 차)


뒤척이다 어느새 잠든 모양이다. 방송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시계를 보니 6시 30분. 아직 밖은 어둡고 여전히 목이 칼칼하고 몸이 무겁다.

지금 바로 문 앞에 배급된 식사를 냉큼 들여가란다. 전염되지 않게 조심하며.

아직은 낯선 이 상황, 곧 익숙해지겠지….

내일도, 모레도 똑같은 시간에 방송이 흘러나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배급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이면 된단다. 시간과 함께 이 양성자바이러스는 사라질 것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하시겠어요? 참여하시면 참가금드립니다." 헐~~ 교통비나 벌어가잔생각에 냉큼 신청했다.

개발 중인 검사키트인 모양이다. 줄이 생겨서 양성이 되길 바라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요즘세상은 평범한 것보다는 튀는 게 기회가 되는 게 많다. 중간, 보통 이런 것들은 지난 세대풍토인 것이다. 이젠 누구나 다 하는 것은 자동화로 대체되고 쓸모없어져 대체되는 세상이다.

이젠 개성의 시대, 창의의 시대, 통계의 시대인 것이다.

요 며칠 아무나 못해 볼 경험을 하고 있다.

퇴소 전 입금되면 돈 벌어왔네하고 금의환향하듯 으스대며 장난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연휴기간에 이런 사달이 일어나서 아주 많이 아쉽지만, 다행히 나로 인한 추가확진자는 없으며, 엄청 고통스러운 상태도 아니니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다음을 생각하련다.



2022년 2월 3일(생치입소 3일 차)


일요일 퇴소확정 연락을 받았다. 양성자확정통보 딱7일만이다.

근데, 복귀를 위한 차량섭외를 해야 한다. 찜찜해서 부탁하기 싫은데.

아니면 임상실험료로 교통비 하란 말인가 부다.

택시 타고 집에 까지 가게 되면 비용이 장난 아닐 텐데….

우선, 양성자바이러스를 무찌르는데만 최선을 다하자.


창밖을 바라보니 노을이 지고 있다.

'세상 참 아름답군!'

이제야 여유가 생기는 모양이다.

침대에서 바라본 창밖풍경


#코로나 #설날 #홀로여행 #기억


P.S

다시 읽어보니 그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하고 제 글이라 그런지 몰라도 재미있네요.

고심하며 쓴 글들이 쓱 한번 읽히는 것도 희박한 세상에 책으로 출간되고 교과서에 실리는 글들은 참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라도 제 글을 자주 들어와서 읽어야겠어요.


삶은 여행이라지만, 당분간은 육체가 움직이는 여행기를 쓸 일이 없을 듯한데 브런치 목록하단의 발행예정일이 자꾸 신경을 잡아당겨 10편을 채웠습니다.

이렇게 "따로 또 가치 여행"이 10편이 되어 발간이 가능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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