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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HR Jan 31. 2024

침묵하는 조직에는 봄은 오는가?

침묵 :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또는 그런 상태

 ○○ 회의실 분위기는 오늘도 싸늘하고 공기가 무겁다. 오직 한 사람만의 목소리가 가득한 회의실의 온도는 냉랭하기 그지없다.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어떤 주제에 관해 논의를 하는 것, 또는 그 일을 하는 모임"이라는 회의의 사전적 정의와 달리 현실 세계에서는 대화(dialog)가 아닌 독백(monolog)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주체를 중심으로 특정 어젠다에 대한 반복적인 설명이 회의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마스크 사용 의무화가 해제되었으나 여전히 A 차장님과 B 과장님의 앙다문 입술은 도통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흔한 회의실 풍경은 도대체 왜 반복 지속되는 것일까?


 먼저 한국인들의 문화적, 교육적, 사회적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겠다. 여전히 유효한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암기 위주의 학습 방식, 상급자에게 질문하는 것이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문화, 모두가 옳다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집단주의 문화와 배치되는 행동, 겸손과 존중을 과하게 생각하는 등의 복합적인 특성들이 결합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상호 대화로 치열한 논쟁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교육 시스템, 권위를 존중하되 개인의 의견과 입장 또한 우선시되는 문화로 대변되는 서구권과 달리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개인이 손을 들고 발언을 하고 질문을 하는 행위는 여전히 생소하고 어렵기만 하다(비단 이는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학교나 커뮤니티 모임 등 영역에서도 비일비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권위주의와 조직 위계 및 시스템에 복종하여 스스로 의견을 내는 것보다는 침묵하고, 참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두었던 시절도 있었다. 조용한 교실에서 혹은 회의실에서 침묵하지 않고 의견을 내는 것은 많은 대중에게 이목을 집중케 하고, 되려 잘난 척을 하거나 비뚤어진 사람으로 인식되게 할 소지가 높았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하며 암묵적 동의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소양이자 에티켓으로 받아들여지던 과거였다. 하지만 침묵한다고 해서 각자의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뱉지 않지만, 저마다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이견으로 말풍선을 띄우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여전히 대화보다는 경청이 쉽고, 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기만 한 실정이다. 내 생각을 말한다고 한들 금방 사장되거나 묻힐 것이 뻔하기에... 예상되는 그림이 뻔하기에... 오늘도 우리는 침묵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한국의 교육적, 문화적 특성을 배제하고 조직이라는 울타리에 한정해 구성원들이 왜 침묵하는 것인지를 분석해 보면 결국 리더십과 큰 상관관계/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다시 회의실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여러 가지 회의실에서 보이는 양상이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구성원이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답정너와 같은 리더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척하지만 결국 결론은 정해져 있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애초부터 구성원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자신이 결정한 방향대로 따라야 하는 배경과 명분에 대해서만 독백(monolog) 식으로 설명하는 리더의 양상은 마냥 낯설지 않다. 해당하는 경우와 달리 구성원 입장에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느끼지 못해 충분히 의견개진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견을 말하는 자체가 안전감을 저해하며 회의실, 사무실 분위기를 조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조직 침묵은 왜 문제이며, 장기화될 경우에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무엇을 말해도 안될 거야~'라고 자포자기하는 것은 업무 동기부여를 저하하고, 학습된 무기력을 유발하게 하여 조직과 구성원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조금 철 지난 이야기지만 한때 HR 담당자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었던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바로 그것이다.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고 그 이상 그 이하도 나의 혹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 성장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될 것임에 자명하다. 조직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아서 소통이 없고, 활력이 없는 조직은 사실상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견을 말하면서, 상호 건강하게 토론하고 챌린지하는 소위 '건강한 갈등관계'를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걸음이다. 특히, 무형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혁신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결과물을 전달하는 산업/조직에서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끊임없는 질문과 답이 오가는 모습이 너무나 필요하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외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한 마디 더 하는 것보다는 타인이 말하는 목소리에 한번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2980

(Source : 가인지캠퍼스(2023), "우리 조직은 침묵하는 조직입니까?" 中)

(본고는 상기 콘텐츠를 참고하여 요약/작성하였습니다)



솔직하고 완전한 소통으로 조직 내 따뜻한 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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