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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HR Feb 16. 2024

실수하면 좀 어때?

실수 : 조심하지 아니하여 잘못함. 또는 그런 행위.

 푸르른 청춘의 꿈을 안고 사회생활이라는 첫 발을 내디뎠을 때를 가끔 떠올려본다. 다양한 세대, 배경, 직급, 직책 역할 등을 가진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상호작용을 하며 조직의 일원으로 처음 생활하던 그때를 말이다. 나의 업무도 조직 생활의 기본도 그 모든 것이 어색하던 그때를 돌이켜보면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환한 등불처럼 꺼지지 않는 명제가 있었다. 바로 "실수를 해서 선배들에게 꾸중을 듣거나 혼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일을 잘해서 인정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조심성 없고 꼼꼼하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그 무엇보다 싫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같은 말도 같은 글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내가 만든 결과물을 복기하고, 혹시 실수를 해서 지적을 당하는 순간에 나는 어떤 식으로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지와 같은 생각이 다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생활 10년 차 이상이 된 지금의 나는 어떨까? 슬프게도 과거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와 같이 실수하지 않기 위해,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K-직장인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누구나 실패의 쓴 맛을 두려워한다.


 "실수, 실패=낙오자, 패배자"라는 개인의 강박관념 혹은 그러한 조직문화가 강해질수록 조직 내 구성원의 방어기제 또한 상관관계처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수 자체가 트라우마가 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환경에서 구성원은 몸을 한껏 움츠리기 마련이고, 실제에서는 그럴 일이 없어야겠지만 실수를 인지하고서도 보고/공유를 하지 않은 채 혼자 수습하려 하거나 실수 자체를 묵인하고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비단 이러한 이슈는 실패 혹은 실수가 발생했을 때만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칭찬과 격려, 인정보다 지적과 비난, 질책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구성원은 도전적으로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현상유지에 초점을 두며 보신주의에 입각한 회사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치 실제 퇴사하진 않지만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는 태도를 뜻하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종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잘못을 질책하고 나무라는 조직 환경에서는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가 확보되지 않아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도전적이고 담대한 태도로 업무를 수행할 여건이 조성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렇다면 실패를 칭찬하고, 두려움 없는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지점을 고민해야 할까?


 결국 "실수, 실패=낙오, 패배"가 아니라 "실수, 실패=값진 경험, 교훈"으로서 명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성공한 실패를 인정하고 담대하게 용인할 수 있는 마인드셋과 문화가 필요하다. 과거 필자가 근무하였던 회사에서 이를 몸소 실천하여 정례화된 사례가 있다. 『기획, 개발, 아트』라는 다양한 기능이 결합되어 무형의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자와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작품(masterpiece)을 만들어가는 산업 특성 하에서 재무적으로는 실패하더라도 명확한 교훈(lesson)과 애로사항(pain point)을 철저히 분석해 사례를 공유하는 "포스트모템(post mortem)" 회의체가 바로 그것이다. 포스트모템은 사전적 정의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이르게 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 원인을 사후에 총체적으로 알아내기 위한 방법"을 뜻하는 용어이다. 이를 기업 환경에 적용해 보면 내부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라도 원인과 과정을 꼼꼼히 분석해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과정을 통해 도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성공의 확률을 높여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궁극의 목표점이다. 물론 포스트모템을 정례화하여 진행한다고 해서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고, 재무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는 방정식이 성립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 구성원의 담대한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와 실수 자체에 연연하기보다는 성공하기 위한 위닝 포인트(winning point)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다.


 그 옛날 유아기 때의 나를 잠시 돌이켜보자. 두 발로 몸을 지탱하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 아장아장 부모님 앞에 걷기 위해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울었는가? 이처럼 실패와 실수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회이다. 또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시에 본질은 귀책사유를 따지고 잘못한 사람을 문책하고 전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원인과 문제를 명확히 규명하고, 똑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으며 성공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본질에 가까울 것이다. 잘못에 대한 시시비비를 논하는 순간, 그 누구도 도전하지 않을 것이며 의견 개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보다 무서운 것은 침묵하는 것이다. 살아 숨 쉬고 있으나 영혼이 깃들지 않은 마치 시류 영화 속 초점이 없고 판단에 기대지 않는 오직 본능에 쫓아가는 좀비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실패를 칭찬하고, 두려움 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일선 리더가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표현하며, 긍정적인 변화 과정에 동참하도록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도 있겠다. 문득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고루하지만, 뼈가 있는 격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3038

(Source : 가인지캠퍼스(2024), "실패, 실수하는 직원을 칭찬해야 하는 이유!" 中)

(본고는 상기 콘텐츠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실패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중국속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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