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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D 문화 브로셔 Mar 27. 2020

재즈 감상 방법

자유의 음악 재즈

보통 락이 자유를 상징하는 음악이라고들 하지만 정말 자유로운 음악이라면 차라리 재즈라고 할 만하다. 그것은 재즈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인 즉흥 연주가 자유로운 연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음악들이 악보에 딱 정해진대로 연주한다고 하면 재즈는 정해진 악보는 매우 협소하고, 거의 대부분이 즉흥 연주로 이루어진다. 물론 빅밴드처럼 악보 중심의 연주인 경우도 없지는 않다. 재즈의 성질로 여겨지는 스윙 리듬, 싱커페이션(당김음), 블루 노트(블루스 노트), 임프로바이제이션(즉흥연주), 브라스 밴드의 특성은 재즈 음악에 저런 성질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맞긴 하지만 모든 재즈가 저런 성질을 다 갖지는 않는다. 저 성질 중에 일부만 갖는 경우도 있다. 우선 70년대에 시작되는 퓨전 재즈는 브라스 밴드의 구성으로 된 악기 구성이 완전히 자유롭게 풀리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블루노트의 사용이나 싱커페이션은 사실 대부분의 흑인 음악이 다 공유하는 속성이라 재즈만의 속성이라 하기는 어렵다. 즉흥 연주의 경우도 애드리브라는 이름으로 부분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많이 있다. 그렇지만 재즈처럼 즉흥 연주가 곡의 중심에 서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핵심은 즉흥 연주

재즈의 핵심 연주는 즉흥연주 부분에서 발현된다. 각 악기들이 한 코러스씩 돌아가며 하는 즉흥 독주야말로 재즈 음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재즈의 악보를 보면 그저 주 멜로디 달랑 적힌 것에 코드 표시된 정도가 다이다. 재즈 연주가 중에서는 악보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허다하다. 멜로디야 단순하니까 금방 외워지는 것이고, 코드 진행도 외워지면 그다음부터는 악보가 필요 없으니까 재즈에서는 악보를 보지 못해도 상관없는 셈이다.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한 흑인들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애초부터 악보를 보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을 테니 그렇게 발전이 되어온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될만한다. 물론 모든 재즈가 다 그렇지는 않다. 대규모 밴드로 구성된 경우에는 세밀하게 악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즉흥연주에 귀 기울여라

재즈를 듣는 데 있어 첫 번째로 겪는 어려움은 주 멜로디 위주로 듣던 습성에 기인한다. 대중가요가 보컬의 멜로디 위주로 편성되어 있고, 나머지는 그냥 반주라는 이름으로 흘려듣는다. 그래서 재즈를 듣는다고 하는 사람 중에 많은 사람은 보컬이 들어가는 재즈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은 재즈에서 매우 일부분에 불과하다. 재즈는 주 멜로디가 중심이 아니라 각 악기들의 즉흥 연주가 중심이기에 처음 재즈를 접하면 주 멜로디가 잘 안 들려서 이상한 음악이란 생각이 든다. 재즈를 감상하는 데 있어 첫 번째로 알아야 할 점은 바로 그 점인데, 익숙한 멜로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악기 별로 돌아가면서 연주하는 즉흥 연주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재즈에서는 보통 고정된 멜로디는 시작할 때와 끝날 때 한 번씩만 연주되고 나머지는 모두 악기가 돌아가면서 연주하는 즉흥 연주로 구성된다고 보면 된다. 락에서도 가끔 그런 모습을 본다. 보컬이 “기타~”라고 외치고는 기타 솔로가 나오는 모습 말이다. 재즈는 그런 악기의 솔로가 계속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솔로를 할 때 다른 악기는 기본적인 반주 정도만 연주해준다.

재즈의 중심은 연주자다

재즈에서는 연주자가 다른 어떤 음악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통상의 대중음악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보통 중심 위치를 차지하며 클래식에서는 작곡가나 지휘자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서 재즈는 악기 연주자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것은 재즈라는 음악의 성격에서 비롯될 텐데, 세부적으로 규정되는 악보가 없는 자유로운 즉흥음악이라는 점에서 연주자의 역할은 작곡가보다 훨씬 크게 된다. 연주자의 능력과 기교에 따라 재즈의 음악적 성취도는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악기 연주를 즐기라

대중가요에 익숙한 사람들은 보컬 위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에 익숙하다. 재즈를 들을 때는 악기의 연주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컬이 없는 연주가 사실상 대부분이기도 하고, 악기의 연주를 감상하지 않으면 재즈는 무용지물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악기에만 집중해서 들어보도록 한다. 마치 그전에 보컬의 노래에 집중했듯이 하나의 악기 소리를 잡아서 그 소리에 집중해서 듣는다. 물론 처음에는 주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에만 집중이 가능할 것이다만 차츰 잘 안 들리던 악기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씩 집중해서 반복해서 듣다 보면 나중에는 그러한 모든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맛이 얼마나 풍성하고 화려한 느낌인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성적 연주는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다성적 연주에 맞는 감상에는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아직도 음악 감상은 단성적 연주를 듣듯이 하나의 소리에만 집중하기 쉽다. 하지만, 또 다른 감상의 폭을 넓혀본다는 의미에서 다성적 연주의 하모니를 감상하는 귀를 개발하는 것은 추천할만하다. 보컬 중심의 장르에 비해서 재즈는 특히나 악기 연주자가 매우 중요시되는 음악이다. 그 악기의 솔로 연주를 제대로 들으려면 악기의 소리를 감상하는 귀를 만들어줘야 한다. 악기들도 보컬처럼 매우 화려하기도 하고 다양한 표현들이 보인다. 보컬의 느낌들을 세밀하게 구분하고 감상할 수 있듯이 악기들도 그렇게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면 재즈 감상의 폭은 확실히 넓어질 것이다.    

같은 곡의 다른 연주

어떤 곡과 그 곡을 부른 가수와 매우 밀접하게 밀착되어 있는 대중가요에 비해서 재즈는 어떤 곡이 딱히 그 가수나 연주자와 밀착되어 있지 않다. 예스터데이라는 곡은 비틀스의 곡이라는 것이 명확하고, 누가 다시 연주한다고 해도 그 곡의 오리지널의 비틀스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재즈에서는 그런 느낌은 별로 없다. 많은 재즈 연주가들이 같은 곡을 연주하며 그렇게 많이 연주되는 곡은 스탠더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한 스탠더드는 대체로 주요 멜로디와 코드 정도만 정해져 있고, 나머지 연주는 모두 연주자들의 즉흥에 맡긴다. 따라서 우리가 같은 곡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연주자에 따라서 사실은 모두 다 다른 곡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악보로 다 정해져 있고 그 연주의 수준이나 상태만 바뀌는 클래식과는 달리 재즈에서는 정해진 부분은 매우 적고 매번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곡이 작곡되고 창조되는 셈이다. 녹음된 곡도 마찬가지다. 모든 재즈곡들은 우리가 다른 음악에서는 라이브 녹음본을 보는 것과 같이 봐야 한다. 같은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주해도 연주할 때마다 곡이 달라진다. 재즈의 핵심이 즉흥 연주라는 점은 바로 그런 점에서 많은 다른 음악과의 차별성을 보여준다. 요즘 CD처럼 부른다고 하면서 가장 잘된 연주는 CD 본이고, 라이브는 CD본의 마치 복사본처럼 그 정교함이 사라진 것으로 여기나 재즈에서는 그 얘기가 다르다. 재즈는 현장의 연주가 곧 실재이다. 그 연주는 딱 그 시간에만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완전히 똑같이 반복되는 재즈는 없다.     

 

구성과 악기 편성을 상기하라

재즈의 기본 구성은 “주 멜로디 - 악기 솔로 - 악기 솔로 - 악기 솔로 - ... – 주 멜로디”이다. 그 한 부분을 코러스라고 부른다. 그냥 분위기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어떤 부분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면 재즈를 좀 더 알면서 즐길 수 있다. 앞부분에서 메인 멜로디를 듣고 그것이 끝나면서 이제 어떤 악기의 솔로가 나오겠다는 것을 예상하며 해당 악기의 솔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전체적인 구성을 알게 되면 음악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며 제대로 부분 부분을 감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악을 즐기면서도 이 곡이 어떠한 구성으로 진행되는가를 살펴보면서 들으면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악기 편성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정통 재즈에서의 악기 구성은 보통 트럼펫, 색소폰, 피아노, 드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4개의 악기로 구성한 것을 쿼텟(Quartet)이라고 부른다. 1/4를 쿼터라고 하는 걸 생각하면 금방 연상이 될 것이다. 여기에 보통 색소폰을 두 명으로 나누어서 알토 색소폰, 테너 색소폰으로 구성해서 다섯 명이 연주하는 것은 퀸텟(Quintet)이라고 부른다. 물론 악기 구성은 조금 다를 수 있다. 3명이 연주하는 것은 트리오(Trio)라고 하는데 보통은 피아노와 드럼이 리듬 섹션을 구성하고 추가로 멜로디 악기로 트럼펫이나 색소폰으로 구성된다. 전체적인 감상을 하고 난 후에 또 다른 재미를 즐기고자 한다면 어느 한 악기만을 집중해서 듣는 것이 가능하다. 특별히 어느 연주자를 좋아한다면 그 연주자의 악기만을 집중해서 듣는 것도 좋을 것이다.      


퓨전 재즈의 등장

앞서 말한 부분의 많은 부분이 퓨전 재즈로 들어서면서 기본이 아니게 된다. 사실 퓨전 재즈로 들어서면서는 재즈와 재즈가 아닌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어버렸다. 재즈의 기본 요소라고 보는 블루스 노트나 스윙 리듬 그리고 즉흥연주도 꼭 있어야 하는 본질이라고 말하기 어려울뿐더러 구성과 악기는 완전히 표준이 없어져 버렸다. 퓨전이라는 말 자체가 다른 음악적인 부분과 혼재되는 것이니 재즈의 본연의 모습이 상실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기본적인 악기 자체가 완전히 다양하게 넓어져버리면서 도대체 재즈가 무엇인지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퓨전 재즈에 대해서는 감상 포인트를 잡기란 쉽지 않다. 앞서 말한 포인트 중에서 어느 것은 해당할 수도 있고 어떤 것은 전혀 해당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감상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개별 곡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해보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면 그저 편안하게 그 분위기만으로 감상하는 것도 이제는 감상 방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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