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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Jul 16. 2024

인생에서 한번쯤은 독기가 필요하다

졍경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절 순간순간 좋아하는 음악스타일과 연주자가 바뀐다. 예전엔 부드러운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가가 좋았다. 하지만 요즘엔 이전과 달리 예전에 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젊은 시절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를 찾아서 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동양에서온 마녀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 집안인 정트리오 중 한명인 정경화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동양인이 거의 없었던 시절 클래식계에서 동양에서 온 마녀라 불리며 두각을 나타내 세계적인 바이올린의 여제로 불리고 있다. '동양에서온 마녀'라는 별명처럼 20대의 젊은 그녀의 플레이스타일은 독기가 가득하여 소리로 무언가 베어내버릴것 처럼 거침이 없다. 그녀는 바이올린 연습을 하루 최소 11시간 이상을 했다고 했다.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바이올린 연주만 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야 임동혁,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등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세계적인 콩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스타가 되었지만 동양인이 전무하다고 봐도될 60~70년대 클래식계에서 동양인여성의 클래식 연주는 선입견을 두고 들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일까 예전에 그녀의 한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그녀는 한음도 틀리지 않기 위해 하루종일 연습에만 매진하며 조금이라도 틀리는 것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예민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마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카덴차,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한 독기

 

클래식 협주곡에서 솔로 악기의 카덴차가 빠지지 않는다. 카덴차란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멈추고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협연자가 솔로로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구간이다. 솔로 악기의 기교를 뽐내는 구간이기에 어렵고 화려한 기교가 가득하여 독주자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흔히 들었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중 정경화의 연주는 세계적인 명반으로 꼽힌다. 익숙한 곡이기에 누가 연주하던 똑같은 소리가 아닌가 싶지만, 그녀가 24살이던 1971년 런던 데뷔무데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외의 연주를 듣고 나면 다른 연주자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들을 수가 없다. 특히 1악장 카덴차 부분은을 들으면 그 순간을 위해 그녀가 긴시간동안 얼마나 독기를 품고 연습하면서 갈고 닦았을지 가늠할 수 없다.


1악장 카덴차: 7분 10초~9분

https://www.youtube.com/watch?v=xBw_qq9UVCk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독기가 필요하다. 각자의 카덴차는 다르겠지만 자신만의 카덴차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1971년 24살의 동양인 여성의 독기 가득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 한음한음 이해되는 요즘 나만의 독기와 카덴차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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