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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Oct 01. 2024

클래식과 요리의 공통점

세월이 갈수록 쌓이는 깊이

오랜만에 클래식 공연에 다녀왔다. 브런치에도 연주와 관련된 쓴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녀에게 한국은 마지막 공연이 될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피아도 독주회에 다녀왔다. 1944년생인 그녀의 나이만큼 그녀의 팬들도 지긋한 어른들이 많았다. 실내 공연이지만 날이 좋아 건물이 인상적이었던 강동아트센터를 둘러봤는데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그녀의 젊은 시절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서로의 공통의 취미로 대화를 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https://brunch.co.kr/@hyio/131


거장의 깊이


R석 중에서도 가장 중앙에 앉은 덕분인지 연주 내내 그녀의 손가락 움직임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피아노 한대로 큰 공연장전체를 압도했다. 오른손과 왼손의 발란스, 섬세한 터치 그리고 거기에 쌓인 깊이있는 해석에 연주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어떤 걸 보든, 무엇을 하든 감정의 변화가 없었는데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의 3번 달빛에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80세에도 전곡을 외워 온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는 그녀를 보며, 거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녹슬지 않음을, 그저 세월이 쌓여 깊이와 무게가 쌓여 단단해 질 뿐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전과 끝난후 커튼콜


흑과백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말이 흑백 요리사를 보는지 여부였다. 심사위원이 편견없이 안대를 쓰고 오직 맛으로만 음식을 평가한다는 점이 인상깊어서 보게되었다. 요리계에서 유명한 거장급 셰프들인 백수저와 나름 인정받고 있는 재야의 고수인 흑수저가 서바이벌로 주제에 맞는 요리를 한다. 


흑백 요리사 시청 중 중식요리의 거장인 여경래 쉐프와 철가방요리사가 대결을 통해 철가방요리사가 여경래 쉐프를 이기는 반전이 있었다. 이 때 철가방 요리사는 이긴 후 평소 존경했던 여경래 쉐프에게 큰절을 한다. 여경래 쉐프는 본인이 거장급임에도 불구하고 자만하지 않고 후배들의 도전장을 받으며 예의와 존중을 갖추어 대한다. 요리실력은 물론 인품에 있어서도 거장의 깊이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인품이 그의 요리에도 묻어나오는 듯 했다.





클래식과 요리는 마치 와인처럼 연주하는 사람의 세월만큼 연주와 맛이 깊어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한 연주와 맛을 내기위해 많은 시간 고독하게 혼자 외로이 단련해 왔을 것이다. 클래식 공연과 흑백요리사를 보며 이왕이면 내가 있는 분야와 위치에서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인생을 대하고 나가야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중 3번 달빛

https://www.youtube.com/watch?v=Ch2mrPm1J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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