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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숲에서

by 원더혜숙


나는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맞는 곳은 블로그다. 5년 전부터 터전을 잡은 곳이라, 이웃이 많다. 무엇을 해도 응원해주는 진짜 이웃들이.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중요한 소식—예를 들어 출간이나 북토크 소식을 올리면—조회수는 일주일 동안 120명 정도다. 그중 10퍼센트가 책을 구매한다고 치자. 12권. 나를 좋게 생각하는 120명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것으로 앞으로의 글쓰기나 ‘책 판매’의 전망을 그려보면, 솔직히 비관적이다. 그래서 글쓰는 채널을 넓혀 가는 게 내 목표다.

한동안은 블로그 대신 인스타그램에 신경을 썼다. (사실은 한국 방문 중에 푹 쉬었다.)
작가 미진님(『집이라는 그리운 말』 저자)이 이런 말을 했다.


“인스타는 광고 전단지 같아요. 대부분은 받아 들고 바로 버리죠. 하지만 그걸 여러 번 본다면, 결국은 눈에 남아요.”


그 말이 인상 깊었다. 실제로 그 작가님은 인스타를 통해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수만 권의 판매를 올렸다고 했다.

요즘은 영상의 시대다.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는다.
특히 휴대폰으로 긴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인스타에 허접한 릴스를 하나 올려봤다. 조회수는 300. 그런데 끝까지 본 사람은 거의 0%. 남편은 말했다.


“그건 너의 시간도, 보는 사람의 시간도 낭비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팝업 광고’처럼, 인지 효과를 노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게 요즘 시대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블로그보다 조회수가 훨씬 높고, 글쓰기 환경도 좋다. 하지만 진지한 작가들이 너무 많아 어깨가 무겁다. 약간 주눅이 들기도 한다. 댓글의 진심은 블로그만큼이지만, 왠지 그곳에선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조회수의 굴레’에 갇혀 있다.
창작자는 조회수로 반응을 가늠하고, 때로는 그 숫자에서 창작의 동기를 얻는다.
반면 독자는 조회수가 높은 글을 중심으로 읽고, 자기도 모르게 그 글에 더 많은 ‘좋아요’를 준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플랫폼의 영향을 완전히 끊고 싶다.
하지만 골방에 처박혀 있는 사람에게 세상의 흐름과 독자의 관심사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게다가 나 역시 이런 플랫폼에 중독된 몸이라,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계속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플랫폼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잘 활용한다면—
그것은 자기 몰입의 활동을 더 널리 알릴 기회가 되고,
또다시 몰입을 지속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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