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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솔함은 자만심에서 비롯한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게 기본이지만, 그것이 아주 어렵다는 걸 기억하자.

by 원더혜숙

경솔함은 자만심에서 비롯한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게 기본이지만, 그것이 아주 어렵다는 걸 기억하자.


내 첫 책 <친애하는 나의 어른들> 북토크 후 뒷풀이를 했다. 북토크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호응도 좋았으며, 연신 책을 재밌게 읽었다. 예뻤다는 칭찬을 들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붕 떠있었다. 사람들이 한 명씩 떠나고, 무르익은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다. 나와 지인 네 명이 남아 대화했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오랜 만에 만난 동생에게 요즘 어떤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걱정이 되었던터라, 오지랖 넓게 육아를 하더라도 여행 하는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둥, 또, 사업은 어떻게 되어 가느냐. 잘 모르면서 진행 사항을 꼬치꼬치 물었다. 그 와중에 동생 마음을 알아주는 말을 했던 것인지 아니면 어느 부분을 잘못 건들였던 것인지 눈물을 흘렸다.

그 다음날,혼자 있을 시간이 많았고,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노트에 써내려갔다. 어느 순간, 그 친구의 눈물과 그때 상황에서 내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쭙잖게, 그 친구의 삶을 내가 뭘 안다고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적인 일을 꺼내고 조언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러지 말았었는데…

다행히, 며칠 후 그 친구를 일대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만나자 마자, 한 숨을 돌리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너무 경솔했던 것 같아. 잘 모르면서 넘겨집은 것 같아.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미안해.” 그리고 그 친구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나였다면, 상처를 받았다면, 상대방이 내 몸에 손대는 것조차 싫었을텐데… 아마도 진짜 속상했던 것인지 친구는 몸을 약간 뒤로 뺐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건 안다. 그래서,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언짢았다고 말했다.

내가 인생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했다. 자만심에 가득 찼던 것이다. 내 생각이 옳고, 그 방식을 누군가에게 전도?해야 한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건방지게 남의 삶을 내 것인양 간섭하려고 했을까.

이번에는 그걸 인지했고 바로 반성했지만, 이전에는 그걸 눈치 못 챘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내 방식과 삶의 태도를 ‘솔직함’이라는 깃발을 들고, 남에게 간섭하려고 했다. 그렇게 했던 말들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무런 설명 없이 멀어진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아마도 내가 너무 자만하여, 그들이 내 말에 상처를 받고, 참지 못하고 떠난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번에 자신감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 자만하게 되고, 그럴 때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기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벼가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그것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안다.

내 생각만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하는 것이 관계의 기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기본을, 너무 늦지 않게 배워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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