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의 삶은 무료하다. 어느 날은 미칠 듯이 바쁘고 어느 날은 너무 고요하고를 반복하긴 하지만 그 업 앤 다운조차도 단조롭게 느껴질 정도니, 사장님이 보면 일에 애착을 덜 가졌다고 질책할지 모르겠다.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다 문뜩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어찌 보면 막 3D라고 할 수 있는 육체노동이 필요로 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늘 생각했다. 내가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이 된다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그때로부터 2년이 지났다. 나는 정말 더 행복해졌을까? 사무직이 돼서 늘어난 건 뱃살과 높은 긴장도로 인한 신경발작뿐이다.
정기적으로 신경과를 다닌다. 신경과 선생님께서는 "얼마나 더 받는다고 그렇게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높은 일을 하세요. 그냥 연봉 좀 줄어도 좀 스트레스 덜 받는 일 하며 안돼요?"라고 매번 말씀하신다. 매번 번아웃 직전까지 가서 찾아오는 환자가 안쓰러운 것도 있으셨겠지만 나도 묻고 싶다. 연봉이 작고 스트레스 덜 받는 일이 있는지. 내 경험으로는 연봉이 작아도 스트레스가 없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 회사도 처음 입사할 때는 여기서 어떤 성취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꿈이 있었을 텐데, 늘 반려되는 경험이 쌓인 탓에 이제는 그런 시도조차 할 의지를 잃은 것도 있다. 이건 회사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내 부족함이다.
그래도 부족한 인생도. 어디선가는 행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모니터를 보다 하늘을 보면서 생각했다.
" 나는 뭐가 되고 싶었을까?"
이 질문을 현재형으로 하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안다.
그 보다 현실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다 끝나는 걸까?"
어린 시절 꿈까지는 이루지 못해도, 하루를 가슴 벅차게 보내는 일. 그 사소해 보이는 일을 단 하루라도 할 수 있을까?
오늘 싱어게인 3을 우연히 보다 54세 남성분이 오디션에 도전하는 장면을 보았다. 원래 직업이 풀타임 뮤지션인지, 다른 직업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대에서 기타를 잡고 있는 그의 눈빛은 마치 어린아이 같이 빛나고 있었다. 그때 내 뺨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명백하게 부러움의 눈물이었다.
그는 54세에 무명가수라고 불리며, 한 참 어린 후배들 앞에서 노래하고 있었지만 꿈을 이루겠다는 눈빛이 살아있었다. 내 꿈은 무엇일까? 도전이라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오는 것일까? 매년 브런치 공모전 시즌이 되면 혹시나 하고 속는 셈 치고 또 글을 쓰다가 혹시 나가 역시나 가 되면 또 겨울잠을 자듯 글을 쓰지 못한다. 꾸준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쓰라고 많은 조언이 있지만, 이 한 몸 청개구리 같아서 인지 꼭 쓰고 싶은 애기가 있지 않을 때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글 쓰기는 숙제가 아니니까 말이다.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 그것도 컴퓨터 앞에서 타이핑하는 직업일 수도 있겠으나, 똑같은 키보드를 누르는 감촉에도 가슴이 뛸 것이다. 이제 글을 접고 자려하는데, 잠 잘 때라도 좋은 꿈을 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