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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현 Jun 09. 2022

낭만이 금지되면 볼륨을 높여요.

영화 락앤롤 보트 리뷰


[영화 락앤롤 보트 리뷰] 낭만이 금지되면 볼륨을 높여요




1. Information

락앤롤 보트 The boat that rocked (영국, 135분, 리처드 커티스)

1960년대 북해 한복판에 떠 있는 해적 방송선 라디오 락호, 정부 당국의 감시를 피해 24시간 신나게 록음악을 전하는 DJ들의 이야기 <네이버 영화>



2. Recommendation

금요일 저녁, 한 주동안 바빴거나 골치 아픈 일들이 있어 달리 약속은 잡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잠들기에는 아쉬울 때, 2시간 30분 정도 틀어놓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멋진 건 단순하지 않지만 단순한 것은 멋지니까.’

단순하게 보는 영화로 추천합니다.



3. Appreciation review

tip. 주요 내용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960년대 말, 영국 라디오 방송은 정부의 정책(또는 검열, 탄압, 억압)으로 인해 라디오에서 대중가요(로큰롤)를 1시간 이상 틀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9명의 DJ들이 퀜틴의 매니지먼트 아래 선박에서 24시간 라디오를 송출하고, 당시 영국의 절반 인구가 이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바다에 출몰한 ‘Radio rock’은 그래서 해적 라디오 방송국이다.


학생 ‘칼’이 배에 승선하면서 캐릭터 강한 DJ들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시트콤 5회 차 정도를 보는 듯 전개된다.

웃음코드가 영 맞지 않더라도 ‘아, 웃음을 주기 위한 의도구나.’ 하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계속 즐기며 볼 수 있다.

덧붙여, 영화 속 음악을 다 알지 못해도, ‘이 음악들이 시대의 아이콘들이구나.’ 생각하게 되고, 음악과 함께 보이는 라디오 속 유머들이 더욱 풀하게 느껴지는 공감각도 경험한다.

자정의 마크, 새벽을 여는 밥, 단순한 사이먼의 슈퍼 차트쇼 등 갖가지 방송을 24시간 해내는 이들은 그래서 인기 스타이다.

이들의 부스 안팎은, 술과 담배, 커피와 섹스 등의 방법으로 원초적인 즐거움을 좇고 있어 정부의 눈엣가시이기도 했다.

정부는 언뜻 보면 타당한 명분으로 그들을 강제하지만 그 방식에서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어 실소가 나오는데, 그것은 마치 물을 아래에서 위로 흘려보내겠다는 의지와 닿아있다. 자유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4~5개의 이야기 에피소드들을 지나면, <라디오 락>호의 배가 엔진 파열로 바닷속에 가라앉는다.

10년 전에 봤을 때는 단순한 영화감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다. DJ들의 자유의지와 그들에게 호응하는 영국 시민들의 모습이 선박사고라는 극적 장치를 통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던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 마지막 장면은 조금 다르게, 가슴이 저미는 듯 다가왔다.



감성의 충족, 욕망의 만족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한다. 그래도 아직 라디오는 공짜다. 청취자들은 해방을 위한 주파수를 켜고 학업, 생업, 희생과 휴식의 현장에서 늘 그들의 음악과 함께하고, 그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기 위해 또는 더 몰입하기 위해 춤추고, 즐긴다. 하루를 살더라도 lp 한 장, 노래 한 곡이면 충분한 그들과,






4. Postscript


노래 한 곡 이면 충분한 삶을 살기 위해 얼마나 더 비워야 하는 걸까

신경치료가 신경을 복구하는 게 아니라 오염된 신경을 모두 제거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됐어
너무 방치하셨네요!
분명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것들
내 부서져버린 뼈와 오염된 덩어리를 긁어내고는 치료가 잘 됐다던, 이제 그곳으로는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음에 흐뭇해하던 치과의사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네

쓸데없이 빳빳하고 생생한 것들,
없지만 있다고 느껴지는 속상한 것을 잘라내고,
좋아하는 술, 맛있는 음식에 노래 한 곡이면 더할 나위 없는 기분과 밤으로 채우고 싶어



5. Blending

영국에서 해적방송이 라디오를 송출할 때, 영화 고고 70(2008, 최호)으로 당시 우리는 어떤 분위기였는지 알 수 있어요. 영국은 대중음악 검열이 있었다면, 우리는 대중음악 검열+통행금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미군 기지촌이라는 특별한 장소도 있었습니다.



전 고등학교 때 레이지본이라는 그룹을 엄청 쫓아다닌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밴드와 그룹사운드 음악을 본래 좋아하기도 하여 제 마음속에 유명한 기타리스트 차승우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갔다가 조승우, 신민아 두 주인공들과 그 음악에 한동안 못 헤어 나왔던 게 생각이 납니다. 아직도 두 배우가 나오는 매체는 보는 편이니까요.


그룹 ‘데블스’의 soul 넘치는 음악에 대한 사랑과, 그 Special Soul을 여러 통제로부터 지키기 위해 그들에게 황홀경을 가르치며 클럽 Nirvana에 내세우는 대중음악평론가의 이야기입니다.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흥이 나는 지점, 힘이 있는 세력과의 갈등, 그리고 인물들이 각성에 이르기까지 전개 양상이 락앤롤 보트와 유사하고, 다만 영화 고고 70이 조금 더 무겁고 진중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흥이 나는 지점은, 락앤롤 보트는 물에 가라앉을 때까지 DJ가 마이크와 LP판을 놓지 않습니다. 고고 70은 최루제가 터지는 순간에도 밴드가 노래를 이어갑니다. “다들 고고춤을 춥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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