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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책빵 책방지기 May 06. 2023

#1 나 불행한 것 같아

프랭크의 행복찾기 프로젝트

어느 날 프랭크가 내게 말했다. 


“나 불행한 것 같아.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어.” 


우리가 함께 제주도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인생에서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함께 잠들고 밥해 먹고 대화 나누는 시간이 즐겁고 소중했다. 그런데 한집에 사는 프랭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충격적이었다. 


걱정이 앞서야 맞는 상황이지만, 어쩐지 서운함이 크게 밀려와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상담받는 건 찬성이야. 나아질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내 입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망설임 없이 나왔다. 그가 먼저 불행을 말했기 때문이다.  


“그건…나도 모르겠어.” 


“뭐가 당신을 힘들게 해?” 


“글쎄…그것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워.” 


“그럼 힘들게 하는 일들을 찾아서 하나씩 지워 내고, 당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면 어떨까?”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내가 좋아하는 건 야구, 짜장면, 여행… 이 정도?”  


프랭크는 둘 중 어느 것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알람 소리 없이 늦잠 자는 아침 

고요히 혼자 책 읽는 시간 

햇살이 쏟아지는 창문 

푸른 숲길을 걷는 일 

흙을 만지며 물레로 도자기를 만드는 일 

마음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맥주 

올리브를 잔뜩 올린 콥샐러드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우리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구나…그제야 깨달 았다. 그리고 그동안 그의 마음을 살피지 못한 것 이 진심으로 미안했다.   


“함께 고민해보고, 하나씩 찾아보자.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그래, 해볼게.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평소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인 프랭크이기에 싫다고 단번에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좋다고 해서 놀랐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름하여 ‘프랭크의 행복찾기 프로젝트,’ 함께 우리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행복에 가까워질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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