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는 수도 없이 부딪혔다
여름이가 중성화 그 자체에 이틀을 괴로워했다면, 사흘째 되는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넥카라부터 고통받았다. 내게도 아주 괴로워 보였으니, 그루밍이 일상화 된 여름이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여름이는 늘 뒷발로 자기 목덜미를 그 쪽 눈을 감은 채 박박 긁고는 했다. 이번만큼은 달랐다. 털과 살이 긁히는 소리 대신 플라스틱이 긁히는 소리만 들렸다. 아주 찝찝한지 연신 그곳을 긁어댔지만 시원할 리가 없었다.
수술한 여름이 환부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도 깊게 상처가 나고 그곳을 봉합했다면 살이 아물며 가렵기 마련인데 여름이는 어떨까. 여름이는 수도 없이 환부를 핥으려고 노력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인간은 어찌나 잔인하도록 효율적이며 냉정한가. 그 모든 것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은 얼음장 같다.
때로는 넥카라의 끝 부분이 여름이 환부를 스칠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힘센 혓바닥이 여름이 환부를 핥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여름이가 목덜미를 긁을 때 종종 넥카라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합을 맞춰 긁어보려는 시도도 두어 번 했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나를 한심하게 보는 여름이의 그 눈빛은 어딘지 나를 처참한 기분이 들게도 했다.
여름이는 넥카라를 하고 걸을 때는 마치 어린 심바 같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걷는 모습이 영락없는 갈기 달린 숫사자였다. 3kg이 조금 넘는 아가 심바는 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구석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라이온 킹 오프닝의 그 원숭이가 심바를 들듯 번쩍 들어올리기도 했다. 나는 원숭이었을망정 여름이는 정말이지 위풍당당했다. 작은 몸으로 그 아픔을 이겨내고 있을 여름이가 말이다.
넥카라 하고 밥 먹기. 여름이의 장기다. 넥카라에 물 담아 마시기. 조금 마음 아프지만 충분히 인정해줘야할 능력이다.
그러나 여름이는 넥카라에 자주 똥이나 오줌을 묻혔다. 전엔 단 한 번도 실수한 적 없던 깔끔한 작은 짐승이 몇 번이고 발이나 엉덩이에 변을 달고 나오는 모습은 퍽 서러웠다. 수 차례 여기저기 부딪혀대는 여름이를 바라보는 일도 서글픈 일이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혹은 모르는 척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코를 맞춰달라고, 혹은 안아달라고 다가오는 여름이를 물티슈로 닦아줬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 코를 맞췄다. 코가 촉촉한 여름이는 고맙게도 기꺼이 받아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