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킬 마이 론리 Dec 30. 2018

작은 고양이, 여름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

엄마가 운동화끈으로 엮어 준.

모든 집고양이가 그렇듯, 여름이도 수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바로 그곳에서 산 낚싯대부터, 캣닢을 안에 넣을 수 있는 물고기 인형까지. 여름이를 놀아주기 위해서 모든 장난감을 손목이 아프도록 흔들어댔다. 또다시 모든 고양이가 그렇듯 여름이가 유독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다.

여름이를 데려온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운동화끈을 산 적도 있다. 여름이는 운동화끈에 잠시 관심을 보였지만 역시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저 풍성한 낚싯대만 좋아했다. 그러나 낚싯대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크기가 너무 커서 여름이가 혼자 있을 때는 마음껏 가지고 놀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애인은, 그러니까 여름이 엄마는 그런 여름이를 위해 흰색 운동화끈과 포장용 빨간 끈을 곱게 땋아 빨래집게에 걸어줬다. 애인은 그 장난감을 만들고 나서 부끄러워 했지만, 나는 아주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장난감이었다. 혼자 있을 여름이가 마음이 쓰여 직접 끈을 엮어 만든 그 정성이 나는 너무 좋았다. 누군가는 여름이가 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보고는 '흙수저 여름'이라고 했더랬다. 흙수저까지는 아닌데!

그치? 너도 좋지?

나도 나름 그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 중 한 가지는 내 몸 주변으로 그 장난감을 빙빙 돌리는 방법이었다. 여름이는 내 몸 둘레를 따라 그 장난감을 쫒아 계속 돌며 달렸다. 의외로 효과가 좋았는지, 여름이는 즐겁게 놀아줬다. 마흔 바퀴를 넘게 돌다 장난감을 낚아채면 여름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장난감을 물고는 바닥에 누워 쉬었다.

여름이가 헐떡이며 쉬고 있노라면 나는 활짝 웃으며 두어 번 조그마한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여러 번 쓰다듬으면 여름이는 휴식에 방해가 되는지 자리를 피해 다른 곳에서 누웠다. 여름이 코와 발바닥 젤리, 그리고 귀는 온통 빨갛게 물들었고 나는 그 선분홍색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며칠이나 여름이와 뱅글뱅글 놀이를 했다. 어느새 그 장난감은 여름이의 최애 장난감이 되어 있었다. 여름이는 그 장난감을 어디에나 물고 다녔다. 가끔은 숨숨집 안에도 장난감을 가지고 들어가 이리저리 만지다가 잠에 들었다.

놀아줘 놀아줘!

그 장난감은 여름이가 놀아달라고 조르는데도 아주 유용했다. 주말에 조금 늦은 아침까지 자고 있노라면 여름이는 여지없이 내 발가락을 깨물고, 배를 긁고 야옹야옹 울었다. 그 고통에 눈을 뜨면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장난감을 물고 와서 내려놓았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몸이 피곤함에도 피식 웃었다.

엄마가 만든 장난감을 내려놓고는 놀아달라고 칭얼대는 아기 고양이는 너무 예뻤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거부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고는 힘빠진 팔로 침대에서 이리저리 장난감을 흔들었다. 때로는 너무 짧아 장난감 대신 내 팔뚝을 물어뜯지만, 그래도 여름이의 심심함을 달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여름이가 다른 장난감처럼 그 장난감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그 장난감의 자리는 지금처럼 여름이가 가는 모든 곳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나는 그 장난감을 돌돌 말아 여름이가 이갈이를 하며 흘린 유치를 보관해둔 상자에 넣어놓으려고 한다. 여름이 어릴 적, 소중했던 그 장난감을. 그리고 여름이가 언젠가 비가 쏟아지는 창 밖을 한참이나 내다보는 날에 다시 꺼내 조심히 내밀어보려고 한다. 그 때는 조금 자란 여름이가 나와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빙빙 돌던 지금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건 장난감이 아니야...



작가의 이전글 원룸에서 고양이를 키우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