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ina Simone
난 재즈를 잘 모른다. 안다고 하기엔 너무 광범위한 음악같고, 또 어렵기도 하고. 꽤 많이 듣긴 들은 것도 같는데, 깊이 새겨듣진 않았던 것도 같고.. 그날의 무드와 분위기에 맞춰 착실히 들어오긴 했는데, 뭘 들었는지 잘 모르겠고.. 아무튼 모른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런 내가 이런 포스팅을 하는 게 좀 겸연쩍긴 하지만, 이 곡은 좀 기록하고 싶었다.
나는 원래 재즈 보컬리스트라면 조니 미첼이나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를 많이 들었다. 나 같은 재즈 초심자가 편안하게 듣기에 딱이기도 했고, 솔직히 모든 곡이 너무 좋지 않은가. 특히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 같은 곡은 정말이지 지친 마음을 쉬이 내려놓을 수 있는 곡이지 않은가. (조니 미첼이 재즈만 하진 않았기 때문에, 재즈 보컬리스트라고 하긴 좀 그럴지도....? -소심한 재알못)
그러다 어느 날 본 영화 (그놈의) <비포 선셋>의 엔딩신 때문에 니나 시몬에 입문했다. (이 영화를 그놈의, 비포선셋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포스팅하겠다.) 줄리 델피가 니나 시몬 콘서트 장면을 회상하며 엉덩이를 흔들면서 에단 호크를 꼬시는 그 장면. 그 마지막 장면이 내 짧고 얕은 재즈 리스닝 인생을 뒤흔들었다. 저렇게 예쁘고 귀엽게 엉덩이를 흔들다니. 대낮에 나도 저렇게 남자 친구한테 엉덩이를 흔들며 집에 가지 말라고 조르고 싶은데, 그러기엔 난 부끄럼도 많고 골반도 뻣뻣한 데다, 이젠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아무튼 그렇게 난 니나 시몬을 듣기 시작했다.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그루브, 힘 빼기의 기교. 그녀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잠깐 이게 튠(음정)이 맞나? 이 생각을 먼저 한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하게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안 맞는데 너무 좋다. 툭 힘을 빼고 기교를 부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 기교스러운 그 느낌. 정성스레 한 음 한 음을 연주하고 노래하는데, 몸에 박힌 그루브 덕분에 자유로워 보인다.
그러다 어제부터 육아를 하면서 니나 시몬을 걸어 들었다. 요즘 같은 장마에는 니나 시몬이 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니나 시몬의 커버 앨범인 이 앨범 타이틀은 비틀즈의 <Here comes the sun>인데, 이 세차게 내리는 비와 어딘가 닮아 있으면서도, 얼른 해를 보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몇 번이고 돌려 들었다.
짜랑짜랑한 높은 피아노 선율이 우리가 기다리는 햇볕을, 그녀의 묘하게 떨리는 음정이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와 닮은 것 같다. 이 장마가 끝나긴 할까, 축 늘어진 몸과 마음의 우울함일랑 걷어내고, 다 괜찮을 거라고 되뇌는 이 곡을 기록하고 싶었다.
참고로, 니나 시몬이 해석한 70년대 팝과 락을 만끽하고 싶다면, 저 앨범을 꼭 들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