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배달의 민족 오픈 서비스?!
2019년 말 배달의 민족의 독일회사인 딜리버리 히어로에(심지어 1년 내내 마케팅과 쿠폰 정책으로 경쟁해온 경쟁사에!) 매각된다는 뉴스는 F&B 업계를 넘어 IT 스타트업을 뒤흔든 큰 뉴스였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고 묻던 <우아한 형제들>이 외국 회사에 팔려간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전통 산업군에 속한 아시아나 항공의 매각 금액이 2조 내외로 평가되던 시점에 4조 8천억이라는 금액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당시 뉴스가 나오고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거대 두 기업의 합병이 시장 독점을 불러와 과도한 수수료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거대한 매입 금액을 보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4월 배달의 민족의 사업구조를 완전히 뒤 바꿀 BM (business model)이 론칭한다. 배달의 민족 '오픈 서비스'다.
배민의 여러 버티컬 서비스 중에 역시 메인은 배달 중계 서비스이다. 이는 라이더를 제공하는 '배민 라이더스'와는 크게 두 가지의 차이점을 가진다.
고객 관점에서는 배달 팁의 결제 대상이 다르다. 배민 라이더스는 배달의 민족에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라이더가 배달을 대행한다. 그래서 배달 팁도 배달의 민족에게 결제하는 셈이고, 이에 사업주는 라이더 채용과 관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배달을 Sub 매출로 인식하는 업장에서는 배달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선호할 수 있는 서비스 형태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수수료 시스템에서 큰 차이점을 가져온다. 배민 라이더스는 플랫폼 수수료 명목으로 판매액의 약 20% 정도를 배민에 지출하게 된다. 동일 거리의 1만 원짜리 음식과 10만 원짜리 음식의 배달 팁은 정액 요금제로 같을 수 있어도 플랫폼 수수료는 수수료율에 따라 큰 금액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배민 라이더스의 성공에서 배달의 민족은 '판매 가격과 플랫폼 수수료의 연동'의 가능성을 엿봤을 것이다.
배민 라이더스? 오픈리스트? 울트라 콜?
배민의 일반 배달 중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의 매출은 '오픈리스트', '울트라 콜'이라고 불리는 상단 노출 광고에 크게 좌우된다. 이 배민의 상단 노출 광고가 '슈퍼 리스트' - '오픈리스트 + 울트라 콜'을 거쳐 4월 오픈 서비스로 개편된다.
슈퍼 리스트는 일종의 광고 입찰 방식이었으며 행정동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나뉜 구역에 따라 광고비를 입찰하는 방식이었다. 슈퍼 리스트는 상단에 고작 3칸에 불과했기 때문에 작게는 20~30만 원부터 100만 원에 이르는 입찰액이 오갔으며, 여러 구역에 동시에 입찰하는 경우 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입찰 탈락시 매장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져 사업주간 매월 입찰일엔 날카로운 눈치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과열 입찰 방식에 대한 불만에 배민은 2019년 4월로 슈퍼 리스트 서비스를 종료하고, 상단의 광고 3칸은 입점 사업주들을 랜덤으로 노출해주는 오픈 리스트 제도를 실시했다. 사업주와의 상생을 모토로 시작한 제도로 상단 3칸의 노출 기회는 많은 사업주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 시장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오픈리스트의 6.8% 플랫폼 수수료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사업주들은 타 매장보다 경쟁 우위에 올라서기 위해 오픈 리스트 하단 울트라 콜 광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위 '깃발'이라고 불리는 울트라 콜은 구역 당 8만 8천 원의 광고비를 내고 들어가는 '광고'로 슈퍼 리스트의 입찰 경쟁 스트레스는 덜 했지만 무한 깃발 꼽기라는 새로운 과열 양상을 만들어냈다. 보통 배달 업체들은 최소 5~8개의 깃발을 꼽고 10~20개 이상의 깃발을 꼽는 매장도 다수 존재했다.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 오픈 리스트 + 울트라 콜 제도가 2020년 4월 1일부터 배민에서 사라졌다.
오픈 서비스, 상생인가 꼼수인가?
오픈 서비스의 기본 로직은 다음과 같다.
1. 플랫폼 사용료는 주 건당 5.8% 받는다. (vat 별도) + 신용카드 결제 시 신용카드 수수료는 별로도 징수한다. (약 3.3%)
2. 각 음식점은 하나의 카테고리에만 노출 가능하다. 예를 들어 떡볶이 판매점이라면 : 분식 야식 한식에 전부 노출시킬 수 있었던데 반해 하나의 카테고리에만 노출 가능하다. 단, 1인분 카테고리는 제외한다.
3. 노출 기준은 매장의 광고 주소가 아닌 실제 주소에 기반하여 반경을 설정한다.
4. 상위 노출은 고객 위치를 기반으로 1.5km 단위로 구간을 설정하고 각 구간 내 할인쿠폰, 재주문율, 별점 등을 기준으로 선정 반영한다.
각 매장마다 운영하던 깃발의 수와 매출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배민의 정책이 무조건 좋다 나쁘다를 결론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매장이 목표로 삼는 상권을 공략하기 위한 광고 주소가 아닌 실제 주소 기반으로 노출 기준을 잡는 것은 상권에 따라 입점을 위한 임대료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고 최근의 공유 주방의 트렌드와도 이질감이 든다.
아무리 높은 평점과 좋은 프로모션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고객 위치 기반의 구간 단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도 맹점으로 느껴진다. 배달시간을 조금 기다리더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고객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배민의 이 구간 정책이 배달 품질에 기반한 것이라면, 우선 배달 팁과 중복 픽업 수의 조정이 선행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배달의 민족에 내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용이 늘어나는 업소도 있고, 줄어드는 업소도 있다. 예를 들어, 월 24만 원으로 깃발 3개를 꽂아 배민에서 매출 300만 원을 올리던 업주는 수수료 체계에서는 17만 4000원(300만 x5.8%)으로 부담이 줄어든다. 이렇게 비용이 줄어드는 업소가 전체의 52.8%다. 특히 영세업주와 신규 업주일수록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는 경우가 더 많다"라고 해명했다.
또 "오픈 서비스의 전신인 오픈리스트가 지난해 4월 1일에 이미 도입됐다. 정액제의 문제점, 수수료 모델의 합리성에 대해 그만큼 오래 고민해왔다"며 "합병 이슈와 무관하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 한국 면세 뉴스(http://www.kdfnews.com)
플랫폼 회사들은 시장을 지배하기 전까지 막대한 비용을 쏟아낸다. 그리고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지배한 이후에는 수천만의 어카운트를 무기로 막대한 수익 사업을 벌인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들의 지상 과제는 유저 모집이다. 배달의 민족은 (설사 M&A 가 실패하더라도) 이미 국내 배달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기업이다. 그들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이제 본격적인 수익 구조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를 배달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배달은 플랫폼 노동자들이나 매장에 고용된 직원들이 한다. 그들은 주문을 중계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달 중계 앱', '주문 중계 앱'으로 부르는 것이 더 맞을 수 있다. (과하게 이야기하면 '디지털 상가 전화번호부'라고 생각될 때도 있다.) 배달 중계 앱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던 몇 해 전 김봉진 대표가 스스로 '플랫폼 수수료 0%'를 선언한 적이 있다. 파격적이고 멋진 결정이었다.
딜리버리 히어로에 4조 원 이상 인수가 결정된 지금도 그 선언이 유효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