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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급식백선생 Jul 03. 2020

오늘의 목표 : 완벽하지 않은 글쓰기

그래, 이걸로 홀가분하게 시작하자.

 나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학창시절부터 글쓰기와 관련된 과제들이나, 입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논술'에는 자신이 없었다. 매체에 종종 보이는 '작가'의 꿈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냥 영화나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는 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할까.


 조금 나이가 들고보니,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나의 여러가지 경험들, 가치관들, 계획들, 다양한 토론상황에 임하는 나의 대답들. 그렇게 부유하는 생각들을 더이상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못할때 쯤, 그것들을 메모장에 조금씩 적어보기 시작했다. 생각을 글로 옮기기란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었고, 글로 적으면 생각만으로는 발견할 수 없던 허점들이 수두룩하게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었다.  그 즈음부터 글쓰기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격렬히 사유하던 그 순간을 평생 간직할 수 있었고, 무척이나 중요한 생각들을 금새 잊어버리지 않게 되었다. 더욱 발전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의 씨앗들도 하나둘 씩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글로 한번 정리하고 나면, 머릿속을 휘젓던 복잡한 생각들이 더이상 나를 어지럽히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개인의 메모장을 쌓아나가고 있던 중, 그 안에 있는 글의 일부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 플랫폼에 글을 보내고, 운이 좋게도 작가로 선정이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그것이, 나의 글이 이제는 모두에게 노출된다는 그것이 심각한 자기검열을 반복하게 하였다. 스스로는 나름 만족하고 있던 메모장의 여러 글과 주제들에서 부족한 점만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주제가 적절치 않아서, 결론에 다다르는 논리에 허점이 많아서, 교사가 말하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라서... 등등. 도저히 두번째 글을 발행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간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다가, 결국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글이다.

'그래. 차라리 허점이 많은 글, 거창하지 않은 글, 대충 쓴 글을 먼저 게시 해 버리자.'

이번 글을 쓰는 목표는 '완벽하지 않은' 글을 쓰는 것이다.

하하. 형식이 어떻든, 문체가 어떻든, 일단 쓰고 올리자.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글을 써서 발행해도 될 이유를 몇가지 찾아보았다.


1. 어차피 완벽한 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완벽이라는것도 결국엔 완전무결하지 않다. 고민하고, 숙의하고, 여러번 수정하고 고쳐쓰더라도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허점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오히려 개인적인 완벽을 위해 투자하고 힘쓴 노력만큼, 그 결과에 관한 기대치가 커지면서 바라는게 많아 질 뿐인 것 같다. 심혈을 기울여 완성해 낸 결과물이 철저한 무관심에 놓여졌을때의 실망감이란.


2. 완벽함의 가치보다 더 우선 할 것은 실행함이다.

 살면서 후회로 남는 몇몇 선택들이 있다. 마음속에서 뭔가 끓어올랐던 감정을 이런저런 이유로 행하지 못했을때, 실행하지 못함에 관한 후회는 오래도록 떨쳐내지 못한다. 특히 그러한 시도가 시의성을 요구하는 시도였다면, 잠깐의 망설임으로 두번다시 도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것이다. 무엇가를 시도하는것이 완벽하게 해내는것보다 당연히 그 가치는 떨어지지만, 시도조차 못하고 포기하는것보다는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3. 눈치보지 말자.

 생각과 감정을 펼쳐 낼 개인의 글쓰기 공간을 마련했음에도, 결국 가상의 구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관한 걱정이 앞선다. 다시한번 여기에 임하는 자세를 바꾸자. 

완벽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메모장보다 미약하게 나마 발전한 것이면 그걸로 됐다. 

모든사람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누군가 한두명에게라도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글이라면 그걸로 됐다.

정답일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은 그 틀린 의견에서도 얻을 게 있을 것이다.

대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는 없다. 딴지를 걸만한 것이 있으면 그냥 걸어보자. 대안은 차차 생각해보자. 개인이 모든것을 해결할 수는 없으니.


매번 말로만 했던 조언들, 내가 먼저 실천 해 보자.


 미술시간 텅 빈 스케치북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실패를 두려워 한다는것. 본인의 기대에 못미칠 작품이 나올것을 뻔히 알고있어 시작조차 하기 어려워 하는 아이들이다. 교사로서 그러한 친구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다른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한번 시작해보자. 어떤 작품이 되었든 가치 있는 작품이고, 그것을 해 보는 경험을 통해서 실력이 향상 되는거야.'

 남에게는 쉽게 할 수 있는 이런 조언들을, 스스로는 왜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그래 한번 시작해보자.

어떤 글이 되었든 나름의 가치가 있는 글이고,

그것을 써보는 경험을 통해서 실력이 향상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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