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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Feb 18. 2024

나를 살리는 부캐

[기획하는 작은책방 이야기] 중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마감도 없고 누가 책내준다고 한적도 없어서 이렇게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3년째입니다만 ;;;; )

k책방지기랑 입술 꾹 깨물고  올해는 기필코 마무리를 지어보자고... 

그렇게 아주 티끌만큼 그러모은 이야기들이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 중 일부를 브런치에 종종 올려야 겠다.독립출판 할꺼니깐요 ;;;; 




목동 끄트머리 작은 초등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저학년 아이들의 그림책 수업 전체를 맡아달라고 하셨다. 1학년과 2학년 전체 통틀어 8반인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국어 수업 한 시간 씩을 그림책 문해력 수업으로 배정하신 과감함에 강사의 채택 여부에 관계없이 찬사를 드렸다. 정말 잘하신 일이라며, 내가 아닌 누군가 하셔도 무조건 하시고, 이렇게 그림책 수업을 배정하신 혜안에 반드시 잘하신 결정이라 생각하실 거라고. 

도서관 수업과는 다른 학교 수업에 고민이 많았다. 이 아이들은 이제 막 한글을 배우고 그림책으로 소화시키는 좋은 시기이므로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 하루 6시간씩 이어지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내 뒤에서 나를 못 쫓아오는 영혼을 발견하는 날이다.(요안나 콘세이요 작가가 그린 ‘잃어버린 영혼’을 보시면 압니다) 탈탈 털리는 나의 에너지, 턱턱 막히는 마스크 속 내 목을 부여잡고 그대로 탈진. 책방운영은 늘 수요일 부터였다. 


아이들과의 수업은 정말 에피소드가 석류알 터지듯이 터져 나왔고 여유가 된다면 나중에 책으로 따로 풀고 싶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내가 얻은 게 훨씬 많은 일 년이었다. 아기토끼 같은 아이들은 사랑의 손 편지와 그림으로 애정을 표현하며 울었고 우리는 아쉽게 헤어졌더랬다. 


일년 짜리 기간제 선생님은 여기서 바뀌어야 하는 운명인지라, 아이들에게 책을 만들어주겠노라 오지랖을 떨어 한 달치 강사료가 훌렁 나가는 엔딩이었다. 가난한 단기선생은 최선을 다했고 훗날 아이들이 그림책 국어수업이 재밌었더라, 그리고 책은 정말 즐거운 친구로구나 정도로 기억되면 그깟 한 달치 강사료야. 뭐. (어디에선가 내가 또 새빠지게 벌면 되지. 어린이들아!)

부캐는 펜데믹을 견디게 한 생명줄 같은 것이었고 앞으로 나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책의 글감으로 쏘옥 빼먹을 것이며 아이들의 작은 사회생활을 소리 없이 응원할 것이다. 

부캐는 책방을 하면서 ‘확장된 나’다. 나는 계속 자라고 있는 것이다. 본캐에서 ‘엄마’라는 타이틀에서 나와 내명함을 갖고 일을 만들어갔다면 부캐에서는 확장된 내가 성장하고 넓어지고 깊어지는 의미 있는 작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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