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사진이 없네.
시모임 동무가 책방을 오픈해서 신도시를 다녀왔다. 청라지구는 첨 가봤다, 아니다. 그 근처엔 병원이 있다.
아빠가 계신 병원과 멀지 않았고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오후에는 아빠한테 들렸다가 올까 살짝 고민도 해보았다. 아니야, 언제부터 우리사이가 그리 돈독했다고.
나는 빨간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를 한손에 쥐고 인천공항행 지하철을 탔다. 평범한 시어들로 가득찬 만만한 시라고 생각했던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에 드는 몇편의 시만 골라 읽고 또 읽었다.
'시는 사진'이라고 유명한 작가가 말했다지. 찰칵. 마음에 담고 정서만 가져간다. 좋은 문장은 밑줄 쫘악.
시인은 백지위에 마법사다. 어려운 말도 아닌데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나는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찾지는 못했다. 아마 온정성을 다해 읽지 않았던 탓도 있었겠는데 다들 나와 비슷했던 모양이다. 좋다고 했지만 어떻게 좋은지는 아무도 표현하지 못했다. 표현할 수 없는 그 좋음만 가진 채 8명이 돌아가며 낭독했다.
20명이 거뜬히 들어가는 내 기준 절대 아담하지 않은 시동무의 책방을 보니 한편으로 부러움도 올라왔다.
그래, 딱 이정도가 내가 원했던 공간이었지. 그녀의 공간은 서점이고 나의 공간은 책방이다. 김소희 작가님의 북토크도 함께하고 오늘 무언가 내면을 꽉채워서 또 한달을 잘 살아갈 힘을 얻고 왔다.
돌아오는 길 하나샘과 두런두런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감히 창작을 이야기하다니 좀 속으로 웃겼다. 글쓰는 사람에 예술까지 얹어 창작을 하고 싶은 게냐? 반문하며 창밖을 바라봤는데. 빽빽한 아파트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황량한 풍경에 마음이 또 울적해졌다. 무언가 하고싶은게 많을 나이는 아닐텐데 나는 그토록 뭐가 되길 원하는 것일까.
신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듯하고 잘 정돈된 아파트와 도로를 보면 그 구역 밖의 황량함이 더 잘 눈에 띄게 때문이다. 결론은 참좋았다여야 할텐데 길게 배설하다보면 또 쓰잘때기 없는하소연이 될 것 같아 시어 메모만 하고 이만.
솔직히 마음에 들어온 시는 없었지만 문장이 좋아 남기기로 하였다
가끔은 좋아하는 것을 멀리 던진다
던져서 떨어지면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떨어질 수 없는 곳까지 던져보려고
어둠을 접어서 옆에 두면 잠이 잘 온다
나는 작게 더 작게 접는다
접을 수 없을때까지 접는다
<공의 산책> 중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는데
참 따뜻하다
<홈> 중
연필을 깎는 일은
왜 뾰족해져야 하는 일인걸까
<묵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