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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작가 Aug 18. 2023

K스포츠스피릿 영화 구성방정식

<카운트><리바운드>

"대~한민국!"

"코리아팀 파이팅!"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과 같은 국제 대회기간 동안에는 우리는 '한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경기 전후로 TV방송과 포털뉴스에는 팀전력 분석과 함께 선수들의 각오와 개인사까지 온 국민의 관심이 스포츠에 쏠린다. 특히  '일본'과의 대항전이라도 열리는 날에는 모두 자신만의 응원하기 좋은 공간으로 몰려든다. 그때 우리의 애국지수를 수치화할 수 있다면 아마도 3.1 운동 당시와 비슷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모두가 그 운동을 직접 하거나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당시에는 스포츠에 몰두하는데 그 이유는 과연 뭘까? 


우리는 스포츠에 담긴 '정신'을 좋아한다. 지금의 각자도사사회에 팀 경기에서 보여주는 '팀워크'를 대신 소비하고, 도저히 이기기가 희박한 경기에서 '전력투구'하는 전념의 용사를 상상하며, 또 그것을 실제로 이룬 사람을 '영웅화'하는 일종의 감동종합선물상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같은 사건을 기억하는 공통된 정서가 있고 한국 스포츠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더 잘 소비되고, 얼마나 실제 인물과 닮은 배우로 재현했는지까지 화제에 오른다. 최근 두 스포츠 영화 <카운트>와 <리바운드>역시 그러하다. 


권혁재 감독의 <카운트>는 前 복싱 선수 박시헌을 모티브로 삼았다.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1998년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인 ‘시헌’(진선규)는 그 당시 불완전한 승리,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땄다. 대중들은 공정한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며 그를 비난했고, 자신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 채 쫓겨나듯 선수 생활을 은퇴한다. 고등학교 선생으로 후학 양성에 나선 시헌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알게 되고  복싱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는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대회 당시 실제 이야기를 극화했다.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를 만나고 감독의 아웃과 함께 몰수패를 당한다. 해체를 코앞에 둔 농구팀과 이를 지도하는 양현은 다시 한번 농구 전성기 시절을 회상하며 새로 팀원을 모집하고 모진 훈련을 거쳐 다른 팀으로 거듭난다. 


두 영화는 각각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리바운드 (48만) 카운트 (37만)으로 두 영화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흥행을 거뒀다. 두 영화는 '진정성'과 '도제정신'그리고 '도전'을 좋아하는 한국영화의 큰 장점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영화가 현실을 잘 반영할 때 '리얼리티'하다고 말한다. 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감동적이어서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될 때 '휴먼드라마' '영화 같은 스토리'가 있다고 말한다. 가상에서는 현실을, 현실에서는 거짓을 기대하는 청개구리정신을 가진다. 두 영화는 모두 진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진정성'은 평가할 필요도 없다. 



또 우리는 "사부님 그림자도 밟지 안"는 동방예의지국의 후예들이다. 뛰어나지만, 지금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는 사부님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야인으로 살아간다. 제자들은 사부의 진면목을 모르고 만났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실력과 진심에 탄복하게 되고 나아가 그의 인생에 동화되곤 한다. 스승의 실수까지 반복 재현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면서도 결국 그처럼 다시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대의 풍경을 다루고 있는 것도 감독의 패착이다. 뒤늦은 근대화와 전후 복구 사업등으로 예체능에 사장되었던 암흑의 시기가 지나고, 1990년대 우리 사회는 국가적으로 문화대중사업차원에서 체육을 활성화했다. 프로야구의 출범과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스타플레이어들이 간혹 등장했고, 그들은 가난을 딛고 '금의환향'한 무관의 모습처럼 우리에게 감동휴먼스토리 중 하나로 소비되곤 했다. 기술력이나 체격적 조건을 다 갖추지 못했던 우리나라 선수들은 '악'과 '깡'으로 자신의 한계를 '도전'하고 극복하는 존재로 살아왔다. 그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 큰 대회에서 메달 개수로 정해지는 국가 순위를 매시간 방송으로 중계하고 승리하면 '대한의 건아'가 되고 패배하면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국민들께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사죄의 표시를 밝히곤 했다. 


두 영화가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이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지금 세대들에게 이 시대의 스포츠 정신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두 영화에는 '즐거움'이 없다. 몸을 움직이며 느끼는 기쁨, 지금껏 안되던 새로운 기술을 알 때의 감동, 그리고 내가 지금 즐겁게 하는 활동에서 느끼는 순수한 희열이 없다. 아이들은 학교 진학이나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불공정한 라이벌을 싸워 이기기 위해 자신의 부상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또 감독들은 아이들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너의 승리를 위해 나를 갈아 넣고 있다는 말도 하지 않고,  "내일도 농구할 수 있다 좋나!"라고 라고 말한다. 나라면 안 좋을 것 같다. 오늘 모든 걸 갈아 넣어 몸이 아프고 쑤시는 마당에 내일 다시 농구하라고 하면 싫을 것 같다. 


또 카운트에서 코치가 금메달리스트인데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지나치다. 주인공은 내가 금메달리스트인데 불공정편파판정에 의해 메달을 받게 되었다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학한다. 그러다 보니 주먹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내가 나를 믿지 않고 뻗는 훅이 상대에게 결정타를 남길 순 없다. 매 순간 의심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자기만족'의 정서이다. 그 마음을 수십 년 묵혀두었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투영하는 모습과 상대라이벌 학교의 코치역이 끊임없이 거는 암투를 '시현'은 묵묵히 받아둔다. 최소한의 자기 방어도 하지 않는 스승에게 제자들이 배울 게 있을까? 


풋풋한 십 대의 후계자들이 고된 훈련과 서로 나누는 시간들로 인해 성숙한 존재들이 된다는 설정은 어딘가 식상하다. 청춘스포츠물의 플롯 그 자체 아니 인가? 우리는 이런 성장스토리가 그냥 신화에 불과하다는 걸 안다. 그리고 '슬램덩크'와 '로키'에서 이 익숙한 플롯은 이미 감동의 잔을 채우고 넘쳐흘렀다. 지금의 스포츠 시장에서 우리에게 각인되는 스타들은 '발랄'과 '즐거움' 그리고 '양심'의 서사를 보여준다. 경기장에서 욕설을 날리고 그 별명을 자신의 시그니쳐처럼 달고 다니는 배구의 김연경 선수나 멋진 골 세리머니와 인플루언서로의 즐거운 생활도 병행하는 축구의 손홍민선수를 보아도 그러하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 사줄 수 있는 소속사를 택해 고액의 연봉을 수락하면서도, 국제 경기에서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는 애국자적 가치관도 보여준다. 


현실보다 못한 이야기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영화관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 집에서 편하게 OTT로 누려도 될 정도의 이야기를 만들려 이 두감독이 백억이 넘는 제작비를 쓰지는 않았을 거다. 오래된 서사는 이제 <슬램덩크>,<로키>에서도 충분히 누리지 않았나? 영화가 재미없기 보다 결정적 한방이 없어서 아쉽다. 하지만 집에서 편하게 누릴 만은 하다. 우리는 이제 K정신, 조국의 아들 딸보다는 내 개인으로서의 삶이 소중하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과 적당한 코믹연기와 함께 실존인물과의 싱크로율을 높임에도 불구하고 카운트에는 결정적 잽이 없고 리바운드에는 기대하던 덩크슛이 없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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