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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이나 Feb 27. 2024

'차'라는 이유

 최근 인친님께서 피드로 질문하셨다. 여러분이 차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딱히 나를 향해 한 질문은 아니지만, 그 피드를 읽으니 생각나는 것이 있어 적는다.


사실 이 질문은 이미 전부터 자주 들은 것으로,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 "맛있으니까요?"이다. 차는 맛있고 즐겁다. 미식의 차원으로도 즐겁지만 뭐 이제는 꼭 그 이유는 아니고 관성적으로 마신다에 가깝기도 하다만, 그뿐이라 나는 왜 차를 마시는지 가타부타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 차를 마시면서 얻는 다양한 경험들은 마시다 보니 부차적으로 얻은 것일 뿐이고, 그것을 목적으로 한 적은 별로 없다는 의미이다.

의견에 바뀜이 없다면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의아하겠다만... 한 번쯤 제대로 짚고 넘어갔으면 해서다.

다른 SNS에서 어떤 차 마시는 분께선, 최근엔 차가 비일상의 대안문화로 셀링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비일상. 바쁘고 치열하고 내 몸 하나 잘 재우고 먹이기도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갖는 아주 특별한 시간들을 위한 소재로써 말이다. 그래서인가 최근엔 휴식이나 명상 개념으로 차를 팔기도 하고 말이다. 뭐,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차가 비일상이 아닌 일상화가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선지 이러한 흐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차를 마시는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되길 바란다. 같은 기호식품으로서 커피나 술을 마시는 데엔 이유가 특별히 더 필요하지 않는데, 어째서 차에만 이런 질문들이 따라오는 걸까?

차를 마시는 데에 이유가 특별히 있지 않아도 "차가 취미예요."라고 한다면 "아~ 그렇구나~"하는 정도의 반응이 당연하고, 찻집이라는 데를 찾아서 혹은 예약해서 다닐 필요가 없고, 어느 카페를 가든 티백을 포함한 잎차 메뉴가 당연하게 끼어있고, 내가 그것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움을 원한다.


이런 건 어디까지나 소비자로서 나의 바람일 뿐이고 현실은 다른 얘기다. 어찌 됐든 비일상의 대안문화로써라도 차를 소비하게끔 하는 게 목표일 테니 말이다. 몇 년 전엔가 차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께서 질문을 하나 던지셨었다. 차가 맛있어서 좋다면 차가 아니어도 되지 않냐. 감각적으로 만족을 주는 기호식품이나 식음료는 세상에 많다. 그렇다면 차여야만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죠?'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건 소비자한테 던져야 할 질문이 아니다. 판매업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대중이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물을 때나 쓰는 말이다. 그리고, 또한, 개인적으로는 차여야만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휴식이나 명상으로 차가 팔리는 요즘에도 그 과정을 위해 선택되는 소재가 굳이 차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차를 마시라고 권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나는 어떤 생각의 흐름이나 이유, 경험의 계기가 차여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였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다들 각자 자신이 좋다고 느낀 것들을 좋다고 말하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권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좋았으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게 좋았는지는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 그들의 수만큼 그 경험들도 다 다르기에 무수한 이유가 있을 테다. 다만 그런 좋았던 경험과 기억들이, 전부 다른 물줄기에서 흘러 바다로 모이듯 결국엔 "정말 좋으니까 한번 해보세요!"라고 권하는 선의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좋았던 경험을 통틀어 타인에게 차를 권한다는 건, 뭐랄까.. 그 대상에게 묻는 안녕(安寧)과 같은 게 아닐까?

차를 마시면 좋다는 건 취미로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 그게 뭐 내면의 안정이 됐든, 삶을 보듬게 되는 습관이 됐든 말이다. 그걸 다른 사람에게도 권한다는 건 그로 인해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닿아있다. 그런 마음들에 차여야만 하는 이유는 확실히 없지만, 차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한 잔에 행복과 안녕을 담아, 당신에게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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