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영어교육 브랜드의 컨셉 빌드업 과정
골키퍼가 공을 잡자마자 전방으로 훅 차버리는 뻥 축구는 보기에 시원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팀들은 뒤에서부터 차근차근 공을 연결합니다.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로 이어지는 패스는 느려 보이지만, 이 빌드업 축구가 더 높은 확률로 골문을 엽니다.
일상에서도 이런 빌드업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점점 쌀쌀해지는 늦가을에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쌀쌀한데, 칼칼한 칼국수나 먹을까?"는 '칼국수 먹을까?'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쌀쌀한데'라는 이 짧은 이유가 앞에 붙지 않았다면 상대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즘 재택이 많은데,허리 보호를 위해 좋은 의자 하나 구입할까?'라는 남편의 제안에 바로 거절하는 아내는 없을 것입니다. '허리 보호'라는 확실한 이유가 앞에 빌드업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 일상의 짧은 대화 속에서도 빌드업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더 생각을 확장해 브랜드의 영역에서도 '컨셉 빌드업'이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 사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 프로세스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브랜드 컨셉을 짓기 위해 Build Up으로 이유와 근거를 만들고, Build On으로 결과를 가져오는 흐름입니다.
이 콘텐츠 시리즈는 앞으로 성인 교육 영어편, 메디컬편, 뷰티편 등 다방면의 산업 카테고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중 첫 번째 편은 '성인 영어 교육 시장'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성인 영어 시장은 굉장한 레드오션입니다. "3개월 완성", "원어민처럼", "토익 900점 보장". 화려한 결과를 약속하는 브랜드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신뢰하고 오래 남는 건 '과정'을 보여주는 브랜드들입니다. 뒤에 설명드릴 스픽, 야나두, 러너블. 이 세 브랜드는 결과를 던지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는 빌드업 과정을 통해 고객을 설득합니다.
스픽의 핵심 메시지는 스피킹입니다. 스픽은 "영어는 결국 말해야 트입니다. 말을 많이 하다보면, 영어를 몸으로 직접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왜 말을 많이 해야 하는가'부터 설명하고, '어떻게 말을 많이 할 수 있는가'를 시스템으로 보여줍니다. 왕초보부터 고급까지 500일 분량의 스피킹 특화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스피킹으로 배우는 하루하루 쌓이는 문장이 100개가 되고, 500일이 되면 5만 문장이 됩니다. 스픽은 이렇게 스피킹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훈련하기 위한 방법을 얘기해 가는 빌드업 방식을 취합니다.
사실 '20분에 100문장을 스피킹한다'는 광고 문구는 허황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픽은 100문장이 어떻게 쌓이는지를 과정을 통해 보여줍니다. 1단계는 오늘의 수업으로 원어민 영상을 통해 새로운 표현을 배우고, 2단계는 스피킹 연습으로 배운 표현을 직접 따라 말하며, 3단계는 실전 대화로 AI와 자유롭게 대화하며 적용합니다. 각 단계는 다음 단계의 발판이 되고 표현을 그냥 '아는 것'에서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다시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것'으로 발전시킵니다.
야나두는 10분이라는 시간을 강조합니다. '하루 10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출퇴근 지하철에서 보내는 이 짧은 시간을 활용해 영어를 배우자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성인 학습자의 가장 큰 적은 시간 부족이 아니라 시작의 두려움때문입니다. 시작하면 매일 1시간씩 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부담이 시작을 막습니다. 하지만 야나두는 이 심리적 장벽을 낮춥니다.
10분. 부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 10분이 쌓이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죠. 1일차 10분으로 기초 단어 5개를 익히고, 7일차면 70분이 누적되어 간단한 인사가 가능해지고, 30일차면 300분이 누적되어 기본 회화 문장을 구사할 수 있고, 90일차면 900분이 누적되어 짧은 대화가 가능합니다. 마치 은행 복리처럼 영어 실력이 늘어가는 구조입니다. 이런 과정을 생각하면 '매일 하루 10분 습관의 힘으로 당신의 인생을 멋지게 바꿔보세요.'라는 야나두의 메시지는 거창하게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매일의 10분이 쌓여 성과를 이루는 이 빌드업 스토리는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고객들에게 심어 줍니다.
러너블은 영어식 사고라는 컨셉을 구축한 브랜드입니다.'영어로 생각해야 진짜 영어가 나온다.' 러너블은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죠. 왜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못할까? 시험 영어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문법으로 해석하고, 번역하고, 암기했습니다. 그래서 러너블은 다른 접근을 합니다. '영어식 사고'를 강조합니다.
한국어로 "나 어제 영화 봤어"라고 말할 때와 영어식 사고 "I (나는) - watched (봤어) - a movie (영화를) - yesterday (어제)"는 다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게 체화되려면 단계가 필요합니다. 1단계는 패턴 익히기로 'I want to + 동사' 같은 기본 구조를 배우고, 2단계는 상황에 맞춰 쓰기로 'I want to go'나 'I want to eat'처럼 적용하고, 3단계는 응용하기로 'I'd like to'나 'I need to'처럼 확장해야합니다. 4단계는 자동화하기로 생각 없이 튀어나올 때까지 반복합니다.
러너블은 이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런 학습 스토리가 머리 속에 있는 학습자는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지할 수 있습니다. 5평 공부방에서 시작해 누적 수강생 5,500명을 만들고 베스트셀러 책을 출간한 러너블의 성장 스토리도 빌드업 그 자체라고 하겠습니다 .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니라, 한 명 한 명 학생을 가르치며 쌓아올린 신뢰이기 때문입니다.
성인 영어 시장에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려는 소비자들은 "이번에도 실패하는 거 아닐까?", "돈만 날리는 거 아닐까?", "나이 들어서 영어가 될까?"라는 불안의 감정으로 가득합니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극적이고 화려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 수강생 토익 만점!" "3개월만에 영어 회화를 술술" 등으로 순간적으로 혹하게 만들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둘째, 스토리를 기반으로 합당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진단하고, 이런 순서로 가르치고, 이 단계를 거치면 이런 변화가 생깁니다." 느리지만 신뢰가 쌓이는 방법입니다. 스픽은 '100문장 발화량'이라는 명확한 지표를, 야나두는 '하루 10분 습관'이라는 낮은 진입장벽을, 러너블은 '영어식 사고 단계'라는 체계적인 로드맵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스토리의 이유와 정당성을 이야기합니다.
이건 '그냥' 좋아요는 효과없는 광고입니다. 이건 '이래 이래서 더 좋아요'는 스토리입니다. 스토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객들이 어떤 지점에서 공감하고 행동하는지를 아는 브랜드는 결론부터 던지지 않습니다. 왜 이 방법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어떤 단계로 쌓아야 하는지 보여주고, 각 단계에서 무엇을 얻는지 증명해서 보여줍니다. 그 과정이 합당할 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맞아, 그래서 이게 좋은 거구나,(설득) 그럼 나도 한번해봐야겠다(행동)'로 이어집니다.
영어 공부도 결국 같습니다. 하루 아침의 기적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진전이 쌓여 만들어지는 성장입니다. 그런 스토리 속에서 빌드업 과정을 적합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가,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메디컬 브랜드들의 컨셉 빌딩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
브랜드 컨셉북 서비스는 한단계 도약을 원하는 브랜드를 위해 만든 리브랜딩 패키지입니다. 20년 경력의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밀도 있게 우리 브랜드를 새롭게 발견하고 뾰족하게 정의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