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처음 배울 때, 요즘엔 잘 안 쓰는 말이지만 시각 디자인을 영어로 표현하면 'Visual Communication Design'이라는 것을 알고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Visual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시각을 통해 Communication을 한다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이 새삼 새로워 보였습니다.
Visual이 디자인의 결과라면, Communication은 디자인의 이유입니다.
이 한 문장이 시각 디자인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우리는 색을 고르고, 레이아웃을 짜고, 타이포그래피를 다듬지만, 그 모든 행위의 목적지는 결국 '소통'입니다.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감탄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끌어내는 것. 비주얼은 수단이고, 커뮤니케이션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순서가 자주 뒤집힙니다. 비주얼이 앞서고, 커뮤니케이션은 뒤따라오거나 아예 빠집니다. 결과적으로 '보기엔 좋은데 뭔가 아쉬운' 디자인이 만들어집니다. 그 아쉬움의 정체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입니다.
시각 디자인 파트를 맡아 하면 할수록 'Visual'보다 'Communication'에 중심을 둬야 고객을 설득하기 더 수월해진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클라이언트 앞에서 "이 색이 트렌디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 색이 고객에게 신뢰감을 줍니다"라고 말할 때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디자인의 언어를 비주얼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꾸는 순간, 설득의 축이 이동합니다. 디자이너의 취향이 아니라 고객의 맥락이 디자인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주얼을 통해 고객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일이 시각 디자인입니다. 이 과정을 크게 단 3단계로 압축해 보겠습니다.
첫째, 디자인의 컨셉 방향을 설정하기. 나침반을 세우는 단계입니다. 이 브랜드가 어떤 인상을 남길 것인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인가를 먼저 정의합니다. 방향이 없는 디자인은 아무리 화려해도 표류합니다. 수정 요청이 올 때마다 흔들리고, 결국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이 나옵니다.
둘째, 정보 구조 설계하기. 뼈대를 세우는 단계입니다. 어떤 정보를 먼저 보여주고, 어떤 정보를 나중에 배치할 것인가. 시선의 흐름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뼈대가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살을 붙여도 형태가 무너집니다.
셋째, 색과 질감 등의 감각 부여하기. 마지막으로 옷을 입히는 단계입니다. 색, 질감, 여백, 타이포그래피로 감각적 완성도를 높입니다. 이 단계가 가장 자극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가장 먼저 손대고 싶어 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1, 2번을 세우지 않고 바로 3번으로 들어가는 유혹은 정말 강합니다. 방향 없이 예쁜 것만 만들면 클라이언트의 첫 반응은 좋을 수 있지만, "왜 이렇게 했나요?"라는 질문 앞에서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1번이 안 잡히면 2, 3번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방향을 잃고, 2번이 탄탄하지 못하면 3번의 매력이 잘 부각되지 못하고 금방 무너져 버립니다.
이 세 단계는 너무 기본적인 것들이라 오히려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본이 기본인 이유는,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건축에 비유하면 1번은 설계 사상이고, 2번은 구조 도면이며, 3번은 마감재입니다. 대리석을 아무리 좋은 걸 갖다 붙여도 기둥이 비뚤면 건물은 오래 서 있지 못합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3단계만 잘 밟아도 디자인의 논리가 탄탄해지고 생명력이 긴 디자인이 됩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예쁜 비주얼이 아니라,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
브랜드 컨셉북 서비스는 한 단계 도약을 원하는 브랜드를 위해 만든 리브랜딩 패키지입니다. 20년 경력의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밀도 있게 우리 브랜드를 새롭게 발견하고 뾰족하게 정의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https://www.brandconceptb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