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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녜은 Feb 14. 2020

보이지 않는 것의 역습, 코로나

픽처 에세이  


우리는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 아니다. '마스크'의 민족을 방불케 하는 요즘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무섭게 확산되면서 미세먼지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길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쓰며 이동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바이러스가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invisible), 서서히 퍼져나가며(insidious), 굉장히 긴급한(urgent) 성질을 지녔기에 사람들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전염 공포

Contagion fears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19'는 전 세계로 확산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호흡기나 눈, 코, 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감염된다. 보이지 않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바이러스에 모두 속수무책이다. 특히, 중국 대륙은 감염자와 사망자의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02월 03일 인구 11만 명의 도시 우한의 고속도로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GettyImages]

코로나 19를 세계에 알린 중국인 의사, 리원량은 안타깝게도 사망에 이르렀다. 중국 내에서 계속해서 코로나 사태의 진상을 알리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국민들의 sns 활동까지도 심하게 검열하고 있다. 정부를 향한 저항, 반발이 적힌 글이 부정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유로 막고 있다.

2016년 12월 19일 중국 북동쪽 지역의 심한 공기오염을 고발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베이징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 석상에 마스크를 씌어놓음 [STR/AFP/GettyImage]

하지만 중국의 예술가들은 중국 정부를 향한 대기오염 고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2016년 최악의 스모그를 경험했던 청두의 예술가들이 대담한(?)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베이징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 석상에 마스크를 씌워놓은 것이다. 이 소규모 항의 퍼포먼스는 중국 내에서 큰 반응을 일으켰다고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바이러스, 대기오염의 전염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반발과 저항심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극히 두려워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협

Invisible Menace


사람들이 코로나 19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스나 메르스처럼 높은 치사율을 보이진 않지만 폐렴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뉴스를 접하며 점염에 대한 공포가 점점 커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지만 조용히 엄습해오는 것들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물질,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이다. 1952년 런던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오던 대기오염의 '보이는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레이트 스모그

The Great Smog of LONDON


1952년 12월 05일 영국 런던은 스모그로 뒤덮였다. 사상 초유의 '그레이트 스모그'를 맞이했던 날이다. 스모그(smog)는 매연(smoke)과 안개(fog)를 결합한 단어이다. 19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석탄연료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연기와 그을음이 안개에 섞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1952년 런던을 강타했던 황갈색 스모그의 원인은 석탄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황과 일산화탄소였다.

1952년 12월 8일 런던, 경찰관이 스모그로 인해 횃불을 들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구름과 안개로 햇빛이 차단되어 낮에도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고 한다. 짙은 스모그가 시야를 가려 경찰관이 횃불을 들고 교통정리를 할 정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스모그는 12월 10일까지 지속되었고 12월 12일 호흡기, 폐질환 등으로 4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대기오염 공해 사건이다.

1952년 12월 05일 스모그 마스크를 쓰고 교통통제를 하고 있는 경찰관 콘스터블 존 핀 (Constable John Finn) [Getty Images]

이후 영국은 1953년 비버위원회를 설립하여 대기오염 실태를 조사했다. 실태 보고서를 바탕으로 1956년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제정하였다.



보이게 하는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Eliasson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를 '보이게 하는' 예술가가 있다. 바로 올라퍼 엘리아슨이다. 그는 덴마크-아이슬란드계 예술가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성장하였지만 아이슬란드 출신 부모의 영향으로 빙하와 화산 등 대자연의 변화에 관심이 대단하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예술활동은 물론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 ⓒStudio Olafur Eliasson (왼쪽),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올라퍼 엘리아슨의 30주년 회고전 ⓒ전예은


Ice Watch, Tate Modern Bankside, London, 2018


2018년 12월 런던 테이트 모던 뱅크사이드 앞마당에 24조각의 거대한 얼음 조각이 나타났다. 올라퍼 엘리아슨가 그린란드 주변 바다의 빙하를 런던 한복판에 옮겨다 놓은 것이다.

런던 테이트 모던 밖에 설치된 24개의 얼음조각, 아이스 와치(ice watch) ⓒStudio Olafur Eliasson

그는 지질학자 미닉 로징 Minik Rosing과 협력하여 그린란드 Nuup Kangerlua 피오르드에서 100톤의 빙하를 운반했다.

그린란드의 빙하를 바다에서 깨서 육지로 운반하는 올라퍼 엘리아슨 팀원들 ⓒStudio Olafur Eliasson

이 프로젝트는 2018년 10월 8일 IPCC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 시작된다. 그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최악의 영향을 막기 위해서는 12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폴란드에서 열린 COP24 기후변화 회의는 IPCC 보고서의 내용에 맞춰 세계 정상들과의 모임을 가지는데, 그때 결정된 예술 기후프로젝트가 <아이스 워치 ice watch>이다.

런던 테이트 모던 밖에 설치된 아이스 와치를 만져보는 관람객들 ⓒStudio Olafur Eliasson

누구나 거대한 빙하 조각을 만질 수 있게 하였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사람들이 얼음 조각을 경험하고 실제로 만져보고 녹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날씨 변화에 따라 약 10일간 얼음이 녹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보이지 않았던 기후변화의 민낯에 직면하게  것이다.


Din Blinde Passager, Tate Modern, 2010


지난 해 연말 런던여행을 다녀왔다. 테이트 모던에서 올라퍼 엘리아슨의 30주년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아이스 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 있었다. 'Din Blinde Passager'이다. 작품의 제목은 덴마크어이며 영어로는 'Your Blind Passenger'이다.

Din Blinde Passager, 2010  ⓒStudio Olafur Eliasson

인원수를 제한시켜 입장시켰는데. 내 차례가 되어 작품 속에 들어간 순간 일시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왜 줄을 세워 들여 보냈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주황빛, 푸른빛의 안개가 자욱하게 가라앉아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작품에 사용되는 뿌연 물질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했지만 마치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는 기분이었다. 다른 관람객들의 모습은 물론 내 자신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채 팔을 휘저으며 그 공간을 빠져나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 . 신기하게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 공간의 순간이 사진에는 그대로 담겨있더라.

나는 그 공간에서 앞으로 계속 걸어갔기에 세로로 길게 펼쳐져 있다는 것은 확신했고 가로 폭도 넓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레퍼런스를 찾아보니 가로 폭이 굉장히 좁은 통로 모습이었다. 좁고 긴 통로통 안에 안개로 가득 채운 낯선 환경을 만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물질이 위협과 공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Din Blinde Passager, 2010  ⓒStudio Olafur Eliasson


네이버 블로그 [코로나, 보이지 않는 공포] https://blog.naver.com/yyyeniii/221818185581


참고문헌

Climate change is invisible, insidious and urgent. Can the arts help us see it? (The Guardians,  Lucy Wood, 161028)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political-science/2016/oct/28/climate-change-is-invisible-insidious-and-urgent-can-the-arts-help-us-see-it

In China, Pollution Fears Are Both Literal and Metaphorical (Prairie Public Broadcasting, 170118) http://www.tinyurl.com/y5rho7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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