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은 과거에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던 정신병의 일종이다. 대개 망상이 나타나고 환청이나 환시 등의 증상을 보인다. 자신의 부모가 똑같이 분장한 다른 사람과 바꿔치기 됐다는 '카그라스 증후군'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부모가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거나 괴롭힌다고 생각해서 존속 살해범이 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조현병은 신경학적으로 도파민 과분비와 거울 뉴런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약을 먹으면 망상을 제어할 수 있다. 문제는 약을 먹지 않고 치료의 사각지대에 아무런 대책없이 방치되는 경우인데 이들은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우리가 살펴볼 사례자 A는 우울증 환자로 자신의 병식을 감각해왔고, 오랫동안 정신과를 다니며 약을 먹어왔다. 점점 잠을 많이 자거나 전혀 자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A는 트위터를 통해 B를 만나게 되는데 B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반항하는 모습을 보여서 정신과적 치료를 받았다. B는 중학생 때 이미 집창촌을 찾아가 몸을 팔고 고등학생 때는 술을 갖고 학교를 다니며 만취 상태에서 지내곤 했다. A는 B가 그런 성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과거에 창녀였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A는 당시 심각한 우울 삽화로 고통을 받고 있었고 감정적 메마름,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공황장애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조금씩 불가능해지고 있었다. A는 회사 회식에서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B를 만나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고 했다. B는 당연히 제정신이 아니었으므로 A의 말에 동의했다. A는 기쁜 나머지 신혼 여행을 크루즈로 가자든지 하는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았고 B는 A가 조현병이 아닌가 의심했다.
구구절절한 사연 끝에 A는 B와 헤어지게 되었고 B는 자신의 트위터에 A가 조현병 환자라고 적었다. A는 그 글을 읽고 덜컥 겁이 나서 정신과를 찾아 자신이 혹시 조현병이 아닌지 물었다. 의사는 쉽게 병명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지만 조현병은 일단 아니라고 했고 A는 반신반의하는 상태로 병원에서 나와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몇년 후 B는 성매매 업주의 사실혼 관계의 첩이 됐다가 룸살롱 2층에 있는 모텔 관리를 하다가 자살을 하게 된다. 정확히 B가 어떻게 자살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모두 충격을 받은 관계로 알 수가 없다. 이후로 트위터에서는 B를 주기적으로 추모하는 글이 올라오게 됐고 그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형태를 달리한 고인모독이라며 반발했다. A는 B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자 한편으로는 마음이 상쾌했지만 한때는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에 더욱 깊은 우울에 빠져들었다.
A는 언론에 나온 조현병 사례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했고 나무위키를 검색해서 자신에게 망상 증세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회사 상사에게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망상을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조현병은 아니며, 망상 증세는 약으로 치료될 수 있다. A는 의사가 준 약을 규칙적으로 먹었고 병원을 주기적으로 가 약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A에게는 C라는 외삼촌이 있었는데 C는 젊은 시절부터 알콜 중독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인물로 50대에 비명횡사했다. 죽기 전에는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A는 C의 장례식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석해 발인을 마치고 화장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A는 사실 C의 시신을 보는 것으로 생전 처음 죽은 사람을 경험해보는 것이라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에게 우울증이 있는 것과 C가 알콜 중독으로 비명횡사한 것이 어쩌면 상관관계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가족력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더욱 우울해졌다.
B와 C가 죽은 이후에도 A는 꾸준히 살아가고 있다. 그는 최근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한강을 모델로 조형된 인물인데 어쩐지 정신병이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강이라는 인물이 이혼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세상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혼이야말로 시대정신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