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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구씨 Apr 23. 2019

우연히 자사고 폐지 논란에 대해 들었다

 내가 뭐 관련 이슈나 전공 지식에 해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사회가 자사고를 비롯한 교육의 자본화 이슈에서 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좀 알 것 같다. 왜냐고? 우리나라는 국민이고 정부고, 국민이 '무엇을'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을 음미해보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뭐가 빠져있는지 보이나? 당신은 헌법이 당신에게 '무엇을'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지 알고 있는가?


 상식적인 사회라면, 중등교육을 마친 아동은 '민주시민'이 되어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들을 다 갖추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상태에서 법적 성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일반이 균등하게 교육받아야 할 것, 보통교육이란 바로 저것이다. 대학 진학이니, 취업이니, 거기서부터는 보통교육이 관여할 거리가 아니다. (첨언 : 물론 보통교육은 국민이 교육 그 자체에 대해 갖는 당연한 권리를 의미한다. 나는 거기서 나아가 국가가 반드시 국민에게 교육을 보장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학력의 빈익빈 부익부를 통한 가난의 대물림은 사회구조적으로 개선되어야만 한다. 나는 지금 그것이 개선되려면 '교육'이 실체를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한번 생각해보자. 왜 사람들은 자녀의 교육 수준을 억지로 높여보려고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걸까?  왜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자본화될 수밖에 없었을까? 그건 우리나라의 '교육'이라는 단어가 시민을 생산한다는 말이 아니라, 전문 노동력을 생산한다는 말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교육이 돈을 통해 돈을 만드는 업이라고 생각하니까, 교육의 알맹이는 없어지고 교육받는 아동들은 대상화된다. 애초에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맥락이 틀려먹었으니, 그 구조가 틀려먹은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건 자본논리가 '교육'의 개념 안에 들어오도록 방치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애초부터 공교육과 사교육은 그 역할 자체가 달라야 한다. 공교육을 통해 시민으로 성장한 국민이 사교육을 통해 전문인으로 육성되는 건 너무 일리 있고 이치에 맞는 일처럼 보이지 않은가? 사교육 문제, 사교육이 해야할 일을 공교육이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다양성은 국가가 최소한으로 설정한 가이드라인에서 그 국민이 최대한으로 만드는 것이지, 학교의 종류니 이름이니를 이합집산시킨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하나 나온다고 내가 어디엘 취직해서 무슨 저축을 하며, 돈 많은 사람만 행복한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나가겠는가?" 취직을 하고 안 하고는 당신의 능력과 개성에 달렸지만, 당신에게 저축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 이 사회의 작동 방식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 사회에서 당신이 필요함 직한 곳에 대한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오롯이 국가의 잘못이다. 우리는 지금 완전히 어긋난 방향으로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생존하는 법도 가르쳐주기 전에 기업의 톱니바퀴가 되는 법부터 가르치려는 사회에서 교육에 대해 더 무엇을 논하겠는가? 전부 허황된 논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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