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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구씨 Mar 13. 2019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관한 짧은 우화

 당신의 집 앞에 어느 날 인조인간 하나가 버려져있었다고 하자. 아직 전원이 들어가지도 않은 무거운 고철덩어리다. 켜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당신 입장에선 인조인간의 유지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별 수 없이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바깥에 갖다 버리려고 하는데, 누군가 막아선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인조인간이 있으면 전원을 눌러줘야지! 너 인조인간이랑 같이 생활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버리지 말아봐. 너 이거 얘를 죽이는 거나 다름없어. 니가 전원만 눌러줬다면 얘가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전부 니가 망치는 거라니까?"
 당신은 대답한다.
 "어... 미안한데, 얘는 죽을 수가 없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거든. 오지랖 떨지 말고 비켜줄래?"
 상대방은 머쓱하게 자릴 비킨다. 당신은 유유히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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