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콤의 일기
[머리말] 이 글은 인물 인터뷰 후 녹취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독백 일기형 기사입니다.
오늘의 일기 주인공은 코스메틱 브랜드 BY ECOM 대표 애콤
2019. 01. 맑음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권에 변동이 생겼다. 바로 유튜버가 등장했기 때문인데...' 이런 기사를 봤다. 나도 당시 가장 핫했던 '피키캐스트'를 그만두고 유튜브를 시작했었지. 회사에 필요한 일보다 내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뷰티 블로거로 활동하던 때라 결정이 더 쉬웠을지도.
너무 잘 팔려서 단종된 섀도 내가 기획한 첫 화장품
내 것을 하다 보니 여러 방면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곤 했다. 그중 하나가 온라인 쇼핑몰 '다홍'의 화장품 기획. 일본에서 완판한 인기 섀도, 그게 바로 화장품 기획자로서 내가 만든 첫 작품이다. 직접 뽑아낸 컬러를 들고 대형 제조사 미팅을 다니면서 많은 걸 배웠다. 그땐 사실 힘들었지만.
2019. 01. 비옴
24시간이 모자라. 하루가 240시간이면 좋겠다. 바쁜 일정에 피곤한지 피부가 또 뒤집어졌다. 중학생 때였으면 쓰던 화장품이 남아 있어도 광고에서 좋다고 하면 또 다른걸 주문하고 있었겠지. 트러블에 좋다는 웬만한 건 다 써봤다. 왜 그랬지? 근데 웃긴 건 궁금한 걸 못 참아서 성분까지 파고들다 보니 화장품 전문가 자격증까지 따버렸다.
내 성격이 기특하게 한몫한 순간이다. 화장품에 대해 공부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100% 원액을 써보지도 않고, 어떤 성분이 안 맞다고 하는 건 명백한 오류라는 것을.
2019. 01.구름 많음.
주변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묻는다. Of course!!! 아니, 난 방금도 유리알 토너로 팩을 했는데 말이지. 브랜드를 론칭할 때, 주변 사람들 모두가 말려도 될 거란 확신이 있었던 이유도 성분부터 제대로 된 화장품을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생 효과가 좋은 퓨어카밍 라인의 후기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반쯤 뜬 눈으로 진짜냐 한다. 사실 이건 칭찬보다 더 기분 좋은 의심이다.
바이 애콤의 매케터는 바로 고객이다. 제품력이 좋으니 알아서 소문을 내준다. 그러다 보니 한 채널에선 어뷰징이라고 실 후기를 삭제하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도 황당한 사건. 후기를 볼 때마다 타사 화장품 공동구매를 진행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 대다수가 그 제품에 대해 잘 모르는데도 내가 추천하니까 믿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구매하더라. 수개월을 지켜보면서 더 진실되고 좋은 화장품을 만들자고 결심했는데 이 마음이 효과로 입증되고 있는 게 아닐까? 나 잘하고 있어!
2019.01.해 쨍쨍
난 요즘 인스타 라방에 빠졌다. 평소 수다쟁이도 아닌데 사람드로가 대화하는 그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 만큼 재밌다. 나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 지인, 고객들 모두가 한데 모여 MT를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여기서 제품 이야기가 나올 때도 의견을 기억해두고 적극 반영한다. 이게 바로 직업병인가?
1일 1업뎃은 기본인 걸. 난 늘 다양한 재미가 보장된 피드로 꾸미고 싶다. 그래서 최근 지인과 함께 남편 곰방과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웹툰을 그려 올렸는데 반응이 좋다. 이러다가 곰방이 더 유명해지는 거 아냐? 사실 곰방은 여행 가서도 열일한다. 함께 예쁜 배경을 찾아다니고, 난 여행지에 어울리는 옷과 포즈를 생각하며 그야말로 포토 스폿 여행을 한다. 곰방과의 추억을 공유하면 인친들도 동화된 듯 함께 즐거워한다. 좋아서 했던 소통이 지금의 나로 키웠다.
2019.01. 맑음 후 구름
오늘같이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은 색조에 공을 들인다. 원래 메이크업 제품에 관심이 많았던 나니까.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인 KKW 뷰티나 글로시에의 매력에 빠지면 출구가 없다. 톱스타나 인플루언서들이 만든 브랜드라 그런지 자연스레 더 궁금하다.
주변에서도 크리에이터나 브랜드 론칭에 대해 많이들 묻는다. 1인 셀러의 뷰티 시장이 핫하긴 한가보다. 항상 같은 답이지만 특히나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타깃 설정도 그렇고, 차별화된 강점이 어떤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나도 아직 길을 만드는 중인데 뭐. 기초 공사가 잘 된 것 같아 다행스럽지만 소통과 진심 이 두 가지는 항상 잊지 않고 가야겠다.
또 다른 내 꿈을 이루는 날도 오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