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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문 Oct 24. 2020

'위플래쉬' (2015)  

예술은 무엇인가, 내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

‘위플래쉬’ :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 곡의 제목이다. 중간 부분 드럼 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완성된 질주하는 독주 부분이 일품으로 꼽힌다. 단어의 원 뜻은 ‘채찍질’.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고 가치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야




오직 뛰어난 연주만이 살아남는다. 영화 <위플래쉬>가 그려내는 재즈계에서는 선배도, 동료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중요하지 않다. 악마 같은 스승이든 유약한 제자든, 그들에게 중요한 유일한 한 가지는 어떻게든 이 진창 같은 음악판에서 살아남아 최고의 연주자가 되는 것이다. 역동적인 재즈 음악을 표현해낸 촬영이 관건인 영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는 우연히 최고의 실력자이자 또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플랫처 교수의 사디스트에 가까운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주는 지독한 교육방식으로, 앤드류의 음악적 집착을 이끌어내며 그는 점점 광기에 빠지게 된다.


 드럼을 치는 학생과, 그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선생의 대결을 그린 <위플래쉬>는, 음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나 학문적 성과를 위해 학생을 체벌하고 한계까지 몰아세우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교육의 본론적 고민과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당시 영화를 보는 내내 괴로웠었다. 수학이나 학문적인 성과로의 성과보다 '예술'에의 강박적 교육이 더욱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예술은 그렇게 교육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태교를 하며 교육과 예술에 대해 고민하며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다시 한번 물음표가 떠올랐다.


"예술은 무엇인가, 내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나는 예술고등학교와 예술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예술'과 '영화'와 '창작'에 대한 부담감으로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고,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더 컸다. 대학에 와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해서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현실과 가상의 '중력의 공간'인 영화에서까지 나는 괴롭고 싶지 않았다. 


나의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교육을 해야할까, 임신을 하고 나서 많은 육아서와 교육책들을 보다 최근 33주가 되기 얼마 전부터는 책을 끊었다. 너무 많은 물음표와 여러 방법론이 머릿속에서 파도치며 태어나지도 않은 나의 작은 아이에게, 수많은 교육법들로 열심히 영차영차 크고 있는 감정적 신체적 성장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다. 대신 아이의 창의성과 나의 내면의 힘을 위해 다양한 소설책과 인문학책, 영화들을 통해 '나만의 육아원칙'을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아이의 성장속도에 맞춰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즐겁게 아이와 함께 크고 싶다. 다양한 자극을 통해 소통하고 싶고, 건강한 삶의 기쁨에 대해 매일매일 느끼고 웃고 싶다. 예술이 공존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주고 싶지만, 예술이 전공이나 밥벌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예술을 전공했던 엄마의 한 가지 바람이다. 영화 <위플래쉬>에서처럼 그것은 녹록치 않으며, 채찍질 같은 교육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많은 고뇌로 인해 하루에 수십 번도 무너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질 때마다 늘 뿌리깊은 나무처럼 나의 아이를 붙잡아주는 굳건하고 강한 울타리가 되고 싶다.


너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잘하고 있어(good job)


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아이와 가정을 꾸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여리고 어리고 유약할 때가 많은 갓 결혼한 엄마로서의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예술고등학교 제자 5,6,7기들에게도 언제라도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 아이들의 즐겁게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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