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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문 Nov 17. 2022

둘째를 키웁니다

내가 둘째를 즐겁게 키우는 방법

둘째를 낳았습니다. 첫째도  돌이 넘어가고, 이제 몸도 회복도 되고 살만해져서 다시 출근을 하려고 준비하던 중에 둘째 소식을 들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하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탓할 사람인 남편에게 쏟아부으며 울부짖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눈물이 났고, 밤에 자장가를 부르다가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내가 과연 키울  있을까 첫째도 멋모르고 겨우겨우 시간을 보냈는데 둘째를 내가 키울  있을까. 내가 다시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생각인 것을요. 이렇게 이쁜걸요. 이렇게 행복을 주는걸요. 엄마 아빠가 조금은 철없고 부족해도 잘 자라는걸요. 진통이 시작하고 3시간 만에 순풍 나오고, 먹이고 뉘워놓으면 잠들고, 형님도 아기이기에 한번씩 툭 밀어도 울지 않는 순한 아기인걸요.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말도 잘하고, 활동반경도 넓은 첫째를 보다가 누워있는 신생아를 보니 참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첫째도 순했다고 다들 했는데 그때 마음이 어렵고 매일 눈물바람이었는지 생생히 기억납니다. 왜 우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매번 몰랐고, 적응됐다 싶을 땐 이유식을 시작해야 했고, 샤워도 겨우겨우 했고, 모유수유를 1년 가까이해서 늘 수유복에 미용실도 못 간 머리가 후줄근한 차림인 나 스스로가 싫었습니다.




밤톨 같은 첫째와 둘째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에서 벅찬 감정이 때때로 솟구칩니다. 둘째를 키우는 게 더 여유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나 자신과 있는 법을 다시 즐기게 된 것 같아요. 결혼 후 신혼을 즐길 새도 없이 바로 첫째를 품 안에 안고 늘 종종거리며 필요한 것, 사야 할 것, 이때 해야 할 놀이 방법과 해야 할 것들을 검색하며 온전히 아이를 키우며 즐기지 못했습니다. 잘 키우려고 노력하고 나를 잊고 지냈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지만, 아기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나를 잊고 지냈어요.


우리 사랑의 결정체인 자랑스러운 첫째와 사랑둥이 둘째와 나와 공존하는 법을 공부합니다. 아이들과 동화책을 보면서도 그 책들 사이에 내가 보는 책들도 몇 권 살포시 꽂아서 내 책도 보면서 그 옆에 앉아 같이 책을 읽는 아기를 봅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힘든 주말 아침을 같이 카페에 가서 나 커피 한 모금, 너 주스 한 모금 마시며 시간을 보내며 여유롭게 보내봅니다. 가끔은 코코 멜론, 핑크퐁 대신 내가 듣고 싶은 유튜브 음악들을 틀어봅니다.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들을 아이들과 같이 보며 가자고 여행 계획을 세워 봅니다. 신기하게도 그 여행지들이 tv에 나오면 첫째가 "나도 저기 가고 싶다" 합니다.  


생각이 자유로워지니 신기하게도 나는 다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에도 갈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생각이 자유로워지니 나는 다시 자유로워집니다. 묶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해서 아이들을 보는 행복한 엄마가 됩니다.


오늘은 뉴욕으로 다시 가고 싶어 뉴욕이 나오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인턴]을 계속 틀어놓으며 집안일을 하며 아기를 봅니다. 나는 다시 뉴욕을 여행하는 여행자로, 인턴으로 근무하는 유학생으로, 비 오는 센트럴파크와 구겐하임 미술관을 좋아하던 외롭고 환상을 쫓던 20대로 돌아갑니다.



둘째를 키웁니다. 나를 다시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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