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 기록
data-driven 한 의사결정이 이어지고 점점 신뢰가 쌓이며 이내 문화로 자리 잡혀 이제 크고 작은 결정 전에 데이터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부터 보고 결정하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 되었다.
그런 만큼 변화의 주체인 우리 팀은 쏟아지는 업무량과 그보다 훨씬 더 중한 책임감의 무게를 견디며 맡은 바 최선을 다 하고 있다.
한데 여느 변화가 그렇듯 때론 저항이 따르고 계속 진보된 문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성장통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전혀 의도치 않은 갈등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오해로 마음을 다치는 일도, 힘이 빠지는 일도 생긴다.
사실 비슷한 상황은 전에도 경험이 있고, 타사 사례도 들려오곤 해서.. 이건 분석가가 짊어져야 할 숙명 같은 건가? 싶기도 하다.
오늘은 이 공간을 대나무 숲 삼아 그간 겪고 들었던 오해에 대한 이야기와 해명을 덧붙여본다.
요술봉을 갖고 있지 않아요.
뿅! 하면 뾰로롱~하며 금세 분석 인사이트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데이터분석이 가성비가 참 떨어지는 업무라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정답을 아무도 모르는 문제에 해답의 실마리라도 찾으려는 일이기 때문에 과제 자체의 난이도가 높고 그 해답을 쉽게 이해 또는 납득 가능케 하려면 탄탄한 근거/논리와 내러티브/스토리텔링 등이 필요하다.
스토리 라인에 맞춰 근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생뚱맞은 데이터가 나와버리면 뒤엎고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는 일이 허다하다.
분석 의뢰인 또는 협업 동료들은 깔끔히 정리된 결과만 공유받지만 그 과정은 꽤나 험난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궁예가 아닙니다.
데이터가 모든 문제의 정답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행동엔 데이터에 반영되기 어려운 많은 정성적 요소와 외생요인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하나의 행동이나 여정이 만들어지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데이터를 통해 최대한 ‘추정’이란 것을 할 뿐, 그게 모든 원인/관계/인과를 설명하진 못한다.
간혹,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관심법이나 유저들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은 이상 데이터론 알기 어려운 문제를 의뢰하시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간의 분석 인사이트가 좋았고 그래서 기대감이 쌓여 점점 더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시는 거라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하는 것은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불가능’의 영역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판사도 아니에요.
보통 성과분석 내용을 리뷰 할 때, 이해관계에 따라 불쾌해하거나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분석 리포트를 내려달라거나 의도를 담고 분석한 것이 아니냐며 날 선 반응을 마주했던 경험을 꽤 갖고 있다.
사실 다른 경우보다 이 경우가 가장 힘들고 의기소침 내지는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지 싶다.
우리는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해 주거나 누가 잘하고 못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분석가가 하는 일이 옳고 그름의 판단과 평가라면 난 오늘 당장에라도 커리어를 종료할 것이다.
또 누가 잘 했건 못 했건, 누구 말이 옳았건 그로 인해 우리한테 득이 될 것도 실이 될 것도 없다.
아니 그 보다, 중요한 건 우리는 제품과 회사의 성장/목표를 보다 빨리 이루기 위하여 데이터를 통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전문가’라는 것.
사사롭게 개인 혹은 특정 팀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분석 리뷰를 듣고 납득이 잘 안 되거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해석이 다른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분석 결론을 두고 의견 차이가 있다면 좀 더 명확한 근거를 추가로 요청하거나 갖고 있는 다른 해석을 공유해서 (비난과 갈등이 아닌) 건설적인 토론을 통해 컨센선스를 맞춰가는 식으로 풀어가면 좋을 것 같다.
데이터분석이 고객 맞춤형 상품이 아닙니다.
본인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취하지는 말아 주세요.
이 부분은 크게 2가지 케이스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데이터를 좋아 보이게 부풀리는 것을 요청하는 케이스다.
그리고 데이터를 마사지하는 일이 우리 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듯하다.
나는 이런 업무가 오면 무조건 (속으론 화가 나지만) 정중히 거절한다. 데이터를 가지고 장난하고 싶지도, 기만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유저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다가가고 지표를 성장시킬 전략을 찾는 것이지 데이터라면 아무 일이나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두 번째는 본인의 주장이나 의견과 맥을 같이 하는 분석 인사이트는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뱉는 ’감탄고토‘형 이야기다.
데이터보다 직관과 경험을 더 신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 일관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데이터나 우리 팀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도구로 이용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더욱이 주장에 얼마나 서포팅이 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우리 팀을 평가하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책임지기 싫어서 확신의 말을 못 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그렇다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해요? 말아요?‘ 이런 반응도 종종 겪는 일이다.
과거의 표본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의 모집단의 현상을 추론하는 과정은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확률이란 것으로 설명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100%라는 건 없다. ‘반드시’도 없다.
이럴 가능성이 높다. 혹은 낮다고 할 뿐, 무조건 이렇게 된다고 말해서도 받아들여서도 안된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분석가는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해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건 책임소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고 기준성 편향을 주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조심해서 말하는 것이다.
모두 데이터로 소통하는 그날까지! 더 노력하겠습니다.
데이터로 검증된 의사결정 안을 택하려 하기 때문에 주요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많고, 그때 인사이트와 함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경우도 또 어떤 의견엔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무래도 데이터에 근거한 의견이라 중하게 들어주시는 경향이다 보니 그게 몇몇 분께는 잘 못 비쳐 나나 우리 팀의 입김이 세다라는 오해로 번지게도 된다.
이런 VOC를 들으면 (좀 억울하기도 하지만;;ㅎ) 우리 팀이 좀 더 분발해서 구성원의 data literacy 역량 성장에 더욱더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모두가 본인의 의견에 데이터적 근거를 찾을 수 있게 되고 데이터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면 이런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