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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RA Dec 24. 2018

안녕, 히말라야 | 에필로그

히말라야 트레킹 준비하기

"율, 히말라야 갈래?"

올 7월, 운동과는 거리가 먼 MJ가 방콕 가는 공항에서 나에게 건넨 한마디. 그녀는 이 한마디가 가져올 파장을 모른 채 나에게 말을 건넸다. 드라마 나인과 영화 히말라야를 통해서 알게 된 안나푸르나. 평소 등산을 즐겨하는 건 아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안나푸르나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산 트레킹. 고산은 고사하고 청계산 정도만 몇 번 가본 게 전부였다. 등산화도 10여 년 전 회사에서 필요해서 구입해뒀던 등산화를 아직도 너무 깨끗하게 잘 신고 있을 정도로 등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안나푸르나를 가려면 1~2년 정도 등산 체력을 기르고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내년부터 열심히 등산을 다녀서 내후년쯤엔 안나푸르나를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다. 그런 내게 MJ의 말이 트리거처럼 작동하여 파바박 불이 지펴졌다. 안 그래도 올해 휴가를 못 가서 연말에 휴가를 왕창 썼어야 했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었다. 10~11월이 건기라서 히말라야 트레킹 가장 성수기라고 하지만 프로젝트 일정상 11월 말까지는 빼박으로 휴가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12월 초로 날짜를 맞추기로 했다. 직장인 4명이서 11일이라는 장기휴가 날짜 맞추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히말라야를 가라는 신의 계시인지 어렵지 않게 넷이서 모두 날짜를 맞춰 휴가를 낼 수 있었다.


12월 7일. 날짜를 정하고 제일 먼저 비행기 표를 서치했다. 며칠 동안 서치해본 결과 우리가 탈 수 있는 비행기는 대한항공과 중국 남방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직항이지만 가격이 남방항공의 거의 두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대한항공은 110만 원선이고 남방항공은 60만 원선이었다. 광저우에서 환승을 해야 하긴 하지만 대기시간이 3시간 이내다. 우리에겐 PP카드가 있기에 망설임 없이 남방항공을 선택했다. 대기시간 3시간이면 애교지. 일단 비행기표부터 끊었다.


이제부터 히말라야 트레킹 공부를 해야 한다. 인터넷을 서치해보았는데 ABC가 뭔지, MBC는 또 뭐고 EBC는 뭔지... 지역 이름도 너무 어려워서 영 머릿속에 내용이 들어오질 않는다. 잘할 수 있을까? 잘한 일일까? 우리 갈 수 있나? 우리 살아 돌아올 수 있나? 걱정만 계속하고 있는데 MJ가 카페를 하나 알려준다. '네히트'라는 네이버 카페인데 여기에 정보가 많으니 일단 가입해서 공부를 해보란다. 카페의 후기들과 각종 블로그 후기들을 계속해서 보았다. 어느 정도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해서 감이 잡힐 때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정유정'작가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정유정 작가는 슬럼프 극복을 위해 안나푸르나 환상 종주를 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니 더 꼼꼼히 읽게 되고 필요한 건 메모도 하면서 술술 읽어나갔다. 이제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있었고 기대만큼 걱정과 불안감도 커졌다.


보통 여행을 가면 비행기 > 숙박 > 먹을거리 > 관광거리 순으로 준비를 한다. 비행기는 예약 완료했고 그다음은 숙박인데... 숙박이라... 숙박을 어떻게 예약하지? 히말라야 트레킹을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잠은 어디서 자? 텐트 치고 자는 거야?'였다.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산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서 게스트하우스처럼 운영되는 롯지라는 곳에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다고 배웠다. 돌로 지은 집도 있고 나무로 지은 집도 있다. 외곽은 돌로 짓고 방 구분을 나무 벽으로 한 집이 제일 많았던 것 같다. 돌이 많을수록 따뜻하고 나무가 많을수록 춥고, 무엇보다 나무는 방음이 안된다. 롯지를 한국에서 미리 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지에서 롯지를 찾아가서 방을 찾거나, 우리처럼 가이드나 포터와 함께 다니는 여행자들은 가이드가 알아서 예약을 해준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숙박이 아니라 가이드 예약이었다.


네팔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정식 포터들이 있다고 한다. 정식 에이전시에 등록된 포터들이고 그만큼 더 믿을만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예약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렵다. 이번에도 똑똑한 MJ가 '놀이터'라는 카페를 알아온다. 여기에 일정과 필요한 포터를 이야기하면 다 알아서 해준다고 한다. 우리는 에이스 가이드 겸 포터와 일반 가이드 겸 포터를 예약했다. 가이드와 포터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이드나 포터에 따라서 한 순간에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 안 좋은 에피소드들을 너무 많이 봤더니 포터에 대한 걱정이 되었다. 이런 사람이면 어쩌지, 저런 사람이면 어쩌지.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운이 좋게도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 덕분에 트레킹이 더 순조로웠고 안전하게 즐겁게 트레킹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가는 국내선 비행편도 놀이터에서 예약해줬다. 포카라행 오전 비행기를 예약하고 포카라에 도착해서 바로 트레킹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단 숙제 먼저 끝내는 심정으로 트레킹을 마치고 그다음 관광을 생각하기로 했다. 트레킹 완료 후 숙소는 예약하지 않았다. 일정상 6일 동안 올라가고 2일 동안 내려오는 일정인데 우리가 계획한 일정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 어떨지를 몰라 그 이후 일정은 안나푸르나 올라가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로써 숙박 단계까지 여행 준비 완료다.


그러던 어느 날, MJ 부서의 부장님께서 우리의 계획을 들으시더니 포터 한 명 더 추가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조언을 해주셨다고 한다. 이 부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네팔 여행을 다녀오시고 나서 MJ에게 네팔을 추천하시며 사진도 보여주고 뽐뿌를 마구마구 넣으셔서 MJ가 히말라야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신 분이다. 포터들이 12kg씩 들어준다고 하면 우리는 각자 6kg씩 맡길 수 있다. 겨울이라서 침낭도 무게가 나갈 것이고, 아무래도 방한 대비로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무게가 늘어나서 10kg은 될 텐데 그럼 4kg은 등에 메고 트레킹을 해야 한다. 그런데 또 가방 무게가 1kg이다. 그럼 5kg을 짊어져야 하는데 트레킹을 하다 보면 가방에 붙어있는 주머니조차도 떼어내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데... 고민 끝에 일반 포터 한 명을 더 추가하기로 했다. 트레킹 하는 내내 '포터 추가하길 정말 잘했어.'라고 백 번도 더 이야기한 것 같다. 포터 추가는 정말 신의 한 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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