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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 Mar 15. 2022

새로운 관점으로 본다

나와 함께 공동 작업하는 차석호 대표는 대학 시절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인공지능 전문가다. 그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다녔다. 《인공지능의 미래 사람이 답이다》는 그런 궁금증에 관한 물음에서 썼다. 인공지능의 원리는 경우의 수와 확률 계산이다. 과거의 데이터들을 분석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근데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론은 생각, 사고, 경험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결론에 동의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은 ‘1인 창조기업’이 될 것이다. 인간만이 지닌 감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일을 기획하고 만드는 기업가가 유리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생각하고, 운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창의성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스테판 오슈만 머크 회장은 2017년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해 호기심 콘퍼런스를 열 정도로 과학적 호기심이 많다. 그가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기업 문화를 바꿨다. 본사 앞 상징이었던 블루 피라미드 조형물을 없앴고 기술혁신센터를 지었다. 기업 로고도 바꿨다. 심지어 사내 웹사이트를 비롯한 문서 등 모든 디자인을 다양한 색으로 꾸몄다. 호기심을 촉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사업도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정리했다. 일반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P&G에 매각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직원들이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충만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어느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호기심은 불확실하지만 가능성 있는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다. 오늘과 미래, 질문과 답,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틈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혁신은 호기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W. 위니콧은 이렇게 얘기했다. “인간이 호기심을 잃으면 창조성, 자발성, 행복과 같은 생명적인 충동도 사라진다.” 호기심이 없는 기업가는 기업의 생존 동력을 잃게 만든다.

둘째, 감성적이어야 한다. 기업가들은 원래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똑똑하다. 그래서 너무 이성적이다. 근데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는 감성이 필요하다. 감성이 부족한 기업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질레트의 최고 경영자였던 콜먼 모클러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는 겸손하고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지고 해결한다. 결코 외부 요인으로 책임을 돌리지 않는다. 자신의 야망보다는 회사와 관계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기업을 운영했다. 재임 기간에 여러 차례 적대적 인수합병시도에 부딪혔을 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억만장자가 되고도 남는 제안이었지만, 이사진과 함께 수천 명의 개인 투자자에게 전화해 주식을 팔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살아남아 ‘센서’와 ‘마하 3’을 선보이며 시장의 선두주자로 일어섰다. 모클러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평균 주가 상승률의 6.4배를 이뤄내며 회사를 지켜준 주주들에게 보답했다. 오래 생존하는 기업은 경영자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먼저 앞세우지 않는다. 사소한 성취라도 업무를 수행한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한다. 눈과 귀, 마음을 열어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공감한다. 감성적인 경영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미래를 보는 통찰을 가져야 한다. 통찰은 여러 각도에서 봐야 얻어진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봐야 한다.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재해석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통찰은 그때야 생긴다. 고 정주영 회장이 1950년대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부산 유엔군 묘지를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미국 정부는 한겨울 묘지 분위기가 너무 썰렁하니 정주영 회장에게 잔디를 깔아달라고 요청했다. 추운 겨울에 잔디를 깔기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은 유엔군 묘지에 낙동강 보리밭에 있는 보리 새싹들을 옮겨 심어 파릇파릇한 잔디밭을 만들어 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잔디가 아니라 푸른빛이고, 나는 푸른빛을 입혔을 뿐이다.” 정주영 회장의 얘기다. 만약 ‘잔디’에만 집중했다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저서의 《매니지먼트》에서 통찰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경영자는 심리학, 철학, 경제학, 역사학, 물리학은 물론 윤리학에 이르기까지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다리를 건설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판매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는 통찰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놓는다. 이것이 통찰의 힘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총장이었던 니컬러스 머리 버틀러는 세상 사람들을 세 종류로 분류했다. 무엇을 창조하는 소수의 사람,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구경하는 사람,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이다. 생존하는 기업가는 창조하는 소수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미 생존을 넘어 성공한 기업가들은 경영자 사고가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늘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까?’,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좋아할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1인 창조 기업가는 통섭의 기업 경영 방식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경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해 남다른 관점으로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은 그대에게> 

요즘 ‘기획자’들이 넘쳐납니다. 기획자와 창업자 간의 일을 품앗이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거기에서는 웬만하면 다들 기획자입니다. 이벤트 기획자, 공연기획자, 문화기획자, 웹 기획자, 마케팅 기획자, 웹 프로그램 기획자, 여행기획자……등 ‘기획자’ 앞에 어떤 분야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합니다. 근데 1인 기업이 기획과 경영이 따로 분리된듯해 아쉽습니다. 

 나의 명함에는 ‘경영하는 기획자’라고 되어있습니다. 나를 소개할 자리에서조차도 경영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경영보다 기획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생계형 기획자”라고 말합니다. 1년에도 수십 개의 일을 만들어 내고, 사람을 설득하고, 심박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니 적확한 표현입니다. 성공한 1인 기업을 살펴보면 일과 일 사이의 존재하는 유기적인 연결을 읽어내고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경영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어 내야 합니다. 

 기획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새로운 관점에서 모든 일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기획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새로운 관점이나 시대적 흐름을 읽어 내느냐 읽지 못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물론 기획을 모른다고 해서, 동향을 읽지 못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1인 기업가가 기획을 알고,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갖추게 되면 기업은 성장을 넘어 성공에 이른다는 사실이 자명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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