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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날을 세우다#6. 공정(公正)

대공무사(大公無私), 공정의 날을 세워라!

어느 때보다 공정(公正)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시대다. 공정(公正)은 리더십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가치이자 리더가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리더십의 날(Blade)이다. 공정(公正)을 위한 대공무사(大公無私)의 마음가짐, 망가(忘家), 망친(忘親), 망신(忘身)의 자세 그리고 공평(公平), 평등(平等), 정의(正義)의 실행으로 공정(公正)의 날을 세워보자! 

나무 아래서 쉬고 있던 토끼가 느릿느릿하게 지나가는 거북이를 보고 “너는 정말 느려 터졌구나,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이 바로 너 일거야!” 라며 놀린다. 토끼의 말에 화가 난 거북이는 달리기 시합을 제안하고 토끼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출발선에 선 토끼와 거북이, 경기가 시작되는 신호에 맞춰 출발한다. 껑충껑충 빠르게 뛰어가는 토끼,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 엄청난 속도로 달린 토끼가 결승점에 가까워졌을 때 뒤를 돌아본다. 보이지 않는 거북이, 안심한 토끼는 나무 그늘에 누워 잠시 쉬었다가 갈 생각으로 낮잠을 잔다. 느리지만 꾸준히 걸었던 거북이, 토끼보다 먼저 결승점을 통과해 달리기 시합에서 승리한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줄거리다. “능력” 보다는 “노력” 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공정(公正)을 테마로 한 글에서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언급하고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공정(公正)에 반하는 대표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신체구조가 전혀 다른 두 동물이 경쟁한다는 설정, 특정 동물에게 너무나 유리한 장소에서 경쟁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공정하지 않은 경기를 뛰어야 하는 거북이, 그 거북이에게 누군가 “노력”을 강요한다면? 생각만 해도 가혹하다. 그리고 자신을 공정하지 않은 게임으로 내몰고, 노력을 강요하는 사람에게 어떤 마음이 생길까? 결코 좋은 마음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모든 리더는 말한다. “리더는 공정(公正) 해야 한다”, “나는 공정(公正)하다”. 그런데 구성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의 리더가 “공정(公正)하다”라고 말하는 이보다 “공정(公正) 하지 않다” 고 말하는 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공정(公正)은 조직 신뢰의 근간이다. 공정(公正)에 대한 리더와 구성원 간 인식의 갭(gap)은 조직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는 신호다. 리더, 공정(公正)의 날을 제대로 세워 조직 신뢰를 굳건히 만들어 가야 한다. 



리더, 대공무사(大公無私)다


고사성어 “대공무사(大公無私)”를 들어보았는가? 대공무사(大公無私)란 매우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말로 개인의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엄정한 공적 기준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고사성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그 유래를 살펴보자. 
 
중국 춘추시대 진(晉) 나라 왕 평공(平公)이 신하 기황양(祁黃羊)에게 물었다. “남양현장 자리가 비었는데, 누가 잘하겠소?” 이에 기황양이 답하길 “해호(解狐)가 가장 적합할 것입니다” 기황양의 답변을 들은 평공이 다시 되묻길 “해호는 경과 원수지간이 아닌가?” 기황양은 왕의 질문에 “왕께선 남양현장에 누가 적합한가를 묻으셨지, 신의 원수를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답한다. 평공은 해호를 남양현장으로 임명하게 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평공의 인사를 나라 사람들이 크게 칭찬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평공이 기황양을 다시 불러 묻는다. “위(尉, 군수통수) 자리가 비었는데, 누가 마땅하겠소?” 기황양이 답하길 “기오(祁午)가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공이 그의 이야기를 듣고 되묻는다.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닌가?” 이에 기황양은 “왕께서 그 자리에 누가 마땅한가를 물으셨지, 신의 아들이 누군지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답한다. 평공은 그 말에 기오를 위(尉)에 임명했고, 진나라 사람들이 크게 칭송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孔子)가 말하길 “外擧不避仇(외거불피구) 內擧不避子(내거불피자) 祁黃羊可謂(기황양가위) 大公無私矣(대공무사의)”. 기황양은 공직을 추천하는데 원수라 배제하지 않고, 아들이라 피하지 않았다. 


대공무사(大公無私)의 유래에서 살펴보았듯이 공정(公正)은 일을 처리함에 있어 개인의 사사로움이 개입되어 선 안 된다. 그것이 감정이든, 이익이든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리더의 자세와 관련한 글이 있다. “망가(忘家), 망친(忘親), 망신(忘身)”이 그것이다. 리더가 일을 처리할 때 집과 친척 그리고 자신을 잊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3가지를 잊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면 결코 공정(公正)한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여느 때보다 공정(公正)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공정(公正)에 대한 목소리는 기업이라고 예외이지 않다. 공정한 사회, 공정한 기업, 공정한 조직, 공정한 리더가 사랑받는 시대다. 리더의 공정(公正)은 대공무사(大公無私)의 마음과 망가(忘家), 망친(忘親), 망신(忘身)의 자세에서 세워지는 날(Blade)이다. 


 

공정(公正)을 세우는 3가지 방법


어느 방송에서 청년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을 뉴스로 보낸 적이 있다. 시위의 이유는 불공정한 사회를 고발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청년들의 손에는 다양한 피켓이 들려 있었다.  그중 필자의 눈에 들어온 피켓이 하나 있었다.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역차별”


이 피켓의 내용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공정(公正)을 실행하는데 문제가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앞서 이야기 한 바 있지만 대부분의 리더는 자신이 공정(公正)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리더에게 원인이 있다. 리더는 공정(公正) 해야 한다는 인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업무처리 전 과정에서 공정(公正)하게 실행해야 한다. 


공평(公平)한 게임을 설계하라!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는 공정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공평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평(公平)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다.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는 토끼에게 너무나 유리한 경기다. 토끼의 신체구조는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반면, 거북이의 신체구조는 달리기와 거리가 멀다. 거북이의 입장에서는 달리기 경기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리더는 공평한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공평한 게임을 설계한다는 것은 누구나 참여가능한 게임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 참여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경쟁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다. 조직에서 이뤄지는 게임은 성과창출을 위해 수행하는 업무다. 업무를 공평하게 설계하는 것이 공정을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첫 번째 실행이다. 


과정은 철저하게 평등(平等) 해야 한다!
구성원들로부터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단계는 ‘업무 시작’, ‘업무 수행’, ‘업무 완료’ 중 어느 단계일까? 그렇다 ‘업무 수행’ 단계다. 그렇다면 왜 ‘업무 수행’ 단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될까? 그것은 바로 평등성의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평등(平等)은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는 모두 동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권리, 의무, 자격 등에서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 차별은 과정에서 발생한다. ‘나는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확인한다. 규정과 규칙으로부터 평등한지, 사람을 대하는 감정과 방법으로부터 평등한지, 발언 및 의사결정 참여 등 기회로부터 평등한지 등 확인은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평등은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과정의 문제이다. 리더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철저히 평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두 번째 실행이다.


정의(正義)롭게 평가하라!
사람들은 ‘공정하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판단을 언제 할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이 끝나고 최종 결과를 받을 때다. 게임이 공평했는지, 과정이 평등했는지는 게임이 끝나기 전까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결과를 받고 행동한다. 좀 안타까운 이야기긴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과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 결과가 공정하다면 시작과 과정이 어떻든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공정성의 방점이 결과를 도출하는 평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정의(正義)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의(正義)는 사회를 유지하는 곧고, 올바른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올바른 기준이 정의다. 올바른 기준에 따른 결과는 다르다. 기여도가 큰 사람은 많이, 적은 사람은 적게 받는 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정의로운 평가이고, 공정이다. 



공정의 리더, 로버트 앨런 아이거 (Robert Allen Iger)


월트디즈니컴퍼니를 15년 동안 이끌면서 픽사를 74억 달러(한화 약 9조 70억)에 인수하고,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을 인수해 지금의 디즈니 왕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아이거(Rober Allen Iger). 그의 10가지 리더십 원칙 중 하나가 “공정(Fairness)”이다. 아이거의 공정은 특별하다. 그의 공정 속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 있고, 정직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거의 공정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거짓과 각종 술수가 난무하는 인수합병의 과정에서 픽사를 인수한 일화다. 아이거는 픽사를 인수할 때 그 구성원들의 이력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챙겼다. 인간적인 존중과 공감을 챙긴 것이다. 그리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정직하면 안 될 이유가 뭔가?’ 라며 픽사를 인수해야 하는 이유를 숨기지 않았다. 아이거의 이러한 행동은 공정을 위한 3가지 실행과 정확히 일치한다. 인수합병(M&A)인계라는 게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도록 설계한 공평(公平),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동안 픽사의 직원들을 동등하게 대한 평등(平等), 마지막으로 인수를 정직으로 실현한 정의(正義). 아이거가 공정의 리더를 대표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공정(公正), 건강한 토양이 필요하다.


오늘날 ‘공정(公正)‘은 리더십에서 빠질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리더가 ‘공정’을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행을 위해서는 제도적 뒤바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필자는 “건강한 토양”이라 부른다. 건강한 토양에 뿌려진 씨앗은 자라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토양에 아무리 씨앗을 뿌려도 열매는 커녕 싹도 틔울 수 없다. 리더가 공정이라는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을 기업은 먼저 만들어야 한다. 



글. 진현진(hjin@fidelitysolution.co.kr)

피델리티솔루션 부대표, 경희대학교 경제학 석사. 경희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음.

출간서적 <변화와 성장 레시피>, <의미 있고, 행복한 삶 나다움>

※피델리티솔루션은 행동과학 기반의 경영컨설팅을 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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