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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UX의 현주소

UX는 이제 비즈니스의 원동력이라기보다는 부산물이 되었습니다.

by 이프노즈


1. 우리는 피그마에서 디자인 작업을 함과 동시에 피그마 AI를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이로써 AI는 단순히 복잡한 디자인 작업 과정을 간단하게 하는 데에만 머무르진 않을 것입니다.



2. 우리는 고객들에게 천 원 한 장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디자인 시스템을 그로스조직에 넘겨주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이해하기 쉬운 직관적인 UX보다는 특정 CVR를 올리는 플로우를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UX가 사용자를 향한 깊은 이해와 관심으로부터 출발했었지만 지금은 노골적으로 숫자를 쫓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 의미 추구는 성장 추구에 가려지고 있습니다.



3. 우리는 공감을 알고리즘과 맞바꾸고 있습니다. 개인화는 이제 너무나도 복잡해져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으며, 에코 챔버(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되풀이하여 수용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 등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 리서치는 자동화된 A/B 테스트로 대체되며 데이터가 우리를 대신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4. 우리는 준비도 되기 전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24년도에 실패한 AI하드웨어(래빗의 R1이나 휴메인의 AI핀을 의미합니다.)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제품들의 반쪽짜리 AI기능을 보세요. “빠르게 실패하기”, “테스트하고 배우기”, “린 UX”등의 개념으로 촉박한 일정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해 왔기에 제품은 준비되지 못한 채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지켜왔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UX원칙에 위배됩니다.



5. 우리는 좋은 디자인에서 사내 정치로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점점 더 하루의 대부분을 디자인이 아닌 다른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회의를 하는데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승진 때문에 기능이 개발되고 제품이 출시됩니다. 일정은 누군가의 성과 평가나 회사 보고서를 중심으로 짜입니다. 레이오프는 우리의 목을 졸라 오고 있으며, 초점은 훌륭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맞춰지고 있습니다.



6. 우리는 직장에서 받지 못하는 인정을 바라고 링크드인에 미흡한 생각의 조각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이지 못한 회사 상황은 온라인 자아를 만드는데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라도 더 알고리즘에 간택을 받기 위해 자극적인 글을 작성하고 필요 이상으로 생각을 양극화하고 있습니다. 진지한 토론이나 미묘한 의견 교환 따위는 없습니다. 깊은 사고보다는 논란을 이용해 좋아요를 받는 것이 더 쉽습니다.



7. 우리는 디자인 커뮤니티 전체를 아우르는 이벤트를 포기하고, 기업들이 디자인 의제를 꾸려나가도록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작은 규모의 이벤트는 코로나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지만 대규모 디자인 컨퍼런스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제 IxDA는 피그마의 Config나 Adobe Max 뒤에 있는 큰 예산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이는 소수의 기업이 오늘날 가장 큰 디자인 무대에서 누가 무엇을 이야기할지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LLM이 우리의 브랜드 톤을 고객에게 가르치도록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사진작가를 고용하는 대신 생성형 이미지를 사용하고 성우나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하는 것은 사치입니다.


“이번 한 번 만이에요, 예산이 부족하니까요.”

“경쟁사도 하는걸요.”


요점이 보이시나요?

이런 미묘한 변화가 모여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디자인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논하는 변화는 진화입니다. 인쇄기, 컴퓨터, 인터넷과 같은 발명들을 떠올려보세요. 새로운 도구가 개발될 때마다 일부 디자인 직무는 사라졌고 새로운 디자인 직무가 탄생했습니다.


모든 변화는 기회입니다. 이런 변화는 커리어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매니저 트랙을 타거나 전략적인 부분에 더 치중된 일을 할 수도 있겠죠. 사용자 심리를 탐구하거나 접근성을 탐구하는 전문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디자인 자체에 더 집중하는 이른바 러다이트(신기술에 반하는 미술공예운동을 주도했던 윌리엄 모리스 같은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느껴집니다.)가 되는 것입니다. AI기반의 차세대 유니콘기업은 아닐지라도 무언가 실체가 있고 의미 있는 것을 만드는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열정이 담긴 것들을 위한 자리는 항상 있습니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길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주제와 아이디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스파크만 일면 폭발할 숨겨진 열정이 있을 것입니다. 결국 디자인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고 상상하는 특별한 방식입니다.


디자인을 사랑한다면, 자기만의 길을 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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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큰 글이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지난 한 해 동안의 디자인씬의 여러 가지 이벤트들이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각 이벤트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네요. 전반적으로 제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지만, 아직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trends.uxdesign.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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