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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화로 배운 '비효율적인 시간'의 힘

모호함을 견디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

by 보리 Bori


고등학생에게 수학의 정석이 있다면 에디터가 된 내게는『에디토리얼 씽킹』이 있었다. 열 번 가까이 정독했으며 일하다 잘 안 풀리거나 혹은 이 글 ‘에디터 업무일지’를 쓸 때마다 부분적으로 읽은 것까지 포함한다면 수십 번은 펼쳐 보았을 거다.

그렇게 반복해서 펼쳐본 책에서 신기하게도 밑줄이 하나도 없는 파트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각 재료’였다. 마지막 챕터라서 마음이 급했던 걸까? 매번 그 장을 대충 넘겼던 그때의 마음의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린다. ‘난 잡지 에디터가 아니니까 시각 재료는 나와 관련 없어.’ 철저하게 목표지향적이고 효율을 따지는 사람다웠다.


그때는 몰랐다. 시각화하는 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거라는 걸!


로웨이브를 창간하고 8개월 동안 로웨이브의 시각화 작업은 편집장님의 몫이었다. 나는 가끔 특집기사의 썸네일을 담당할 뿐이었는데, 새로운 형식의 썸네일을 고민해야 할 때면 늘 골치가 아팠다. 일러스트가 좋을지 사진을 활용하는 게 좋을지, 어떤 포인트를 강조해야 할지, 시리즈의 통일감을 주어 인식시킬지 개별적인 특성을 살릴지 등등 고민할 것은 너무 넓고 많은데 어떤 갈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찾아야 할 레퍼런스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인지 깊이 고민하기보다 대충 어디서 본듯한 뻔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때문에 방향을 잘못 잡거나 그다지 좋지 않은 레퍼런스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기획을 하거나, 취재를 하거나, 원고를 쓰는 일처럼 어설프게나마 경험을 해본 적도 없었고, ‘시각화’라니 나는 잘할 자신도 없고 그다지 그런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에 반해 편집장님은 별로 오래 고민하지 않고도 이야기를 하는 순간순간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내가 며칠씩 고민해야 나올까 말까 하는 아이디어가 선배에게는 몇 분이면 튀어나왔다. ‘시각화는 그냥 선배가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는 법. 어느 날 다음 썸네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내게 선배가 다시 질문을 반사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음…”

“상아님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실마리가 보이면 충분히 고민해서 그 답을 잘 찾아오는데 이상하게도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때는 고민 없이 답을 알려달라고 묻는 경향이 있어요.”

“감이 안 잡힐 때는 혼자 헤매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물어보고 빨리 방향을 잡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요?”

“바로 답을 알아내면 당장은 편하지만, 그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법을 찾는 기회를 버리는 거기도 해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방법을 모르겠으면 답답하지. 그렇지만 그 애매모호한 상황을 견디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너무 중요해요.”


‘맞아. 헤매고 삽질하는 과정에서 진짜 배움이 생기는 건데. 모호함을 품고 길을 찾아보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구나’ 생각이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안될 것 같던 카피도 시도하고 노력하면서 감잡았는데, 시각화라고 안 될 거 있겠어? 자, 이제는 '시각화' 너다!



시각화의 과정


1. 핵심 파악하기: 무엇을 시각화할지 판단하기 위해 기사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주제를 근거로 (판례해설의 경우 쟁점, 의의, 사건 배경 등) 서너 가지 키워드를 뽑아낸다.

2. 레퍼런스 찾기: 키워드로 레퍼런스를 찾으며 해당 키워드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고민한다.

3. 요청 내용 정리하기: 디자이너가 작업할 수 있도록 기사의 내용과 시각화 아이디어, 레퍼런스를 정리한다.

4. 디자이너와 소통: 조율하여 완성한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판례 해설 원고의 사례를 예시로 과정을 살펴보자.


1. 기사의 핵심 파악하기


우선 원고를 읽고 필진 변호사님이 집중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오래 표류하다가 최근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핵심 쟁점: 노란봉투법의 세 가지 쟁점 중, 이번 원고는 "사용자 범위의 확대"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사건 배경과 경과: 하청 근로자들이 조직한 노조가 원청업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일부 의제에 대해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자, 원청업체들이 이를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헌법상 노동 3권은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과 교섭할 수 있는 현실적 기회를 부여받아야 실효성이 확보된다"며 "근로계약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이 배제된다면 교섭권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판례의 의의: 교섭 의제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가 교섭 의무를 가진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이 단계에서 시각화를 위한 키포인트는 핵심 메시지를 나의 언어로 정리하면서 이미지로 표현할 키워드를 선정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한 당사자만 사용자로 인정했지만, 이번 판례에서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사용자로 확대한다는 것.

- 노란봉투법 : 노란봉투법의 기원을 표현하는 이미지 (단, 과거에 활용했으므로 제외)
- 투쟁 : 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모습
- 수직구조, 조직도 : 원청-하청-노동자의 조직적인 구조
- 실질적 지배력



2. 레퍼런스 찾기


이제 해당 키워드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사고를 확장하는 단계다.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이 단계의 목표이므로 앞에서 뽑은 키워드 각각에 연상 작업을 하며 연관된 키워드를 더 찾아낸다. 이는 나중에 이미지 검색할 때의 키워드가 되므로 너무 구체적이지 않은 큰 개념의 단어여도 괜찮다. 카피를 찾기 위해 연상작업을 할 때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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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단계에서 생각한 키워드를 기사 검색하여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사진이나 도표를 우선 살펴본 후, 다음으로 해당 키워드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무엇일지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찾는다. 핀터레스트는 유사 이미지를 계속 추천해 주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상 연습을 할 수 있는데, 이 점 때문에 내가 시각화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키워드별 보드에 다양한 레퍼런스들이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부자로운 마음이 든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살피면서 어느 정도 사고의 발산을 했다면 이제 최선의 안을 결정한다. 기사가 발행되었을 모습을 상상하며 어떤 이미지가 메시지를 잘 반영할까, 어떤 썸네일이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을까, 웹페이지에 발행되었을 때 비슷해 보이는 이미지는 아닐까 등 결과물이 독자에게 임팩트 있으면서도 조화로울 수 있는 베스트 안을 선별한다.


3. 시각화할 내용 정리하기


법률 미디어의 에디터로 2년 가까이 일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법조계 용어나 개념이 하나 둘 쌓여가고 있지만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작가님에게는 여전히 판례 내용을 파악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쉽고 빠르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과 의도를 쉽고 간결하게 정리한다.

판례 내용 : 많은 기업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가 고용하는 방식을 택하지만, 실제로는 원청회사가 작업 방식, 안전 정책, 성과급 등을 결정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동안 계약서상의 고용주인 하청업체와만 협상할 수 있고 원청업체는 협상 의무를 지지 않았다. 이 판결은 형식적 계약관계가 아닌 실질적 권력관계를 기준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안전문제와 성과급은 원청회사가 결정하므로 원청업체와 협상하라. 노조활동은 하청업체가 결정하므로 하청업체와 협상하라.” 결국 결정권을 가진 회사가 책임지고 협상도 하라는 것.

그림 요소 : ‘실질 지배력’을 표현하는 이미지
1안) 그림자 : 실질적인 결정권자는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게 숨어있다는 의미
공장 배경으로 하청업체 대표가 노동자에게 무언가를 지시를 하는 모습. 하청업체 대표 뒤로 그림자처럼 거대한 CEO가 귓속말하거나 강압적으로 무언가를 지시하는 모습
예시) https://pin.it/4lRaFYNjM, https://pin.it/3caThUcN1, https://pin.it/g20jM8mwV

2안) 조직도 : 조직도 최종 끝에 실질권자가 있다는 의미
높은 건물 형태의 대기업이 작은 건물 형태의 하청 업체를 아래 두고 있고, 그 아래 많은 노동자가 수직구조의 조직도처럼 뻗어있는 모습. 다만 실로 조정하는 마리오네트의 상징은 예전에 활용한 적 있으므로 조직도의 구조로 표현.
예시) https://pin.it/46vJEBYiL, https://pin.it/5ymSROTKd


4. 디자이너와 조율하여 완성하기


요청사항을 보고 일러스트레이터가 스케치를 잡아주면 이제 소통하며 조율하는 과정이 시작된다. 새로운 표현방법을 제안받기도 하고, 상상했던 모습과 다르면 다른 안을 고민하면서 통화를 나누며 조율하는 시간을 거친다. 다음은 소통하면서 스케치에서 완성 단계를 거치는 과정의 예.

스크린샷 2025-08-30 오후 2.33.22.png



이미지는 골치 아픈 숙제가 아니라 귀한 재료


시각화 작업이 그저 주어진 업무 중 하나 일 뿐이라고 여기던 때에는 썸네일이 의무이고 과제 같았는데 이제는 얼마나 귀한 재료인가 싶다. 메시지가 독자에게 잘 가닿기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꾸릴 때, 에디터의 의도와 목적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로 텍스트가 아닌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 셈이니까. 게다가 흘러가는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영역이며, 이 기사를 읽을까 말까를 결정하는 관문 역할도 한다는 면에서 시각화는 글을 잘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시각화 감각을 키우는 법


다시『에디토리얼 씽킹』을 펼쳐 마지막 장 ‘시각 재료’를 읽어보고는 깨달았다. 시각화란 어떤 이미지가 독자에게 의도한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다방면으로 예상해 보고 최적화된 안을 골라내는 것이며, 이 분별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시각화의 핵심 능력이라는 것.


잘 만들어진 매거진 표지는 텍스트-메시지-이미지 사이의 거리 조율과 연상 그물망을 훈련하기에 무척 적절한 교본이다. - 최혜진,『에디토리얼 씽킹』215쪽


정보 사이의 적절한 간격을 가늠하는 판단력사고를 넓게 펼칠 수 있는 연상력, 이 두 가지를 훈련한다는 점에서 시각화와 카피 쓰기는 닮아 있다. 시각화를 하면서 카피를 쓸 때처럼 키워드 별로 연상어를 펼치며 마인드 맵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거다.


Visual DB 구축


이 점을 알아차리고는 책에 소개된 것처럼 Visual DB를 만들기로 했다. 좋은 카피를 수집하며 그 이유를 정리했듯 이미지 레퍼런스에 대해서도 왜 좋다고 생각했는지 나만의 이유를 곱씹으며 소화해야 시각화하는 감각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엑셀 파일에 좋은 이유, 키워드, 활용 아이디어 등을 정리했지만 생각보다 아카이빙 하는 작업에서 공수가 많이 들고 파일도 너무 무거워졌다. 무엇보다 과정이 단순치 않으니 작업을 자꾸 미루에 되었다. 얼마동안 주말마다 작정하고 모으는 작업을 하다 보니 좋은 이유나 참고할 요소의 키워드에 공통점이 보였다. 이 정도면 간편하게 핀터레스트에 키워드 별로 보드를 만들어도 되겠다 싶었다. 중복저장이 되므로 이미지 종류/스타일/키워드/느낌 등으로 다양한 기준의 보드를 만들어 추가했다. (참고로 크롬에서 핀터레스트 확장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핀터레스트가 아닌 웹에서도 '핀터레스트로 이미지 저장하기'도 활성화되고 원본 링크도 함께 저장되므로 유용하다.)


스크린샷 2025-09-06 오후 2.53.58.png 핀터레스트 보드 모음



시각화와 카피 쓰기의 평행이론


카피와 시각화의 공통점은 핵심을 여러 키워드로 쪼개고, 그것을 다시 조립해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은 곧 사고를 확장하고 연상하는 훈련이다. 요약된 문장 한 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던 생각이 조각조각 해체되면서 더 자유로워지고, 무궁무진하게 재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처음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해도, 여러 키워드를 탐색하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살피다 보면 점차 최적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처음과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비록 즉시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내 안에 쌓여, 적절한 순간에 자연스레 쓰일 때가 있다. 이 믿음이 자리 잡자 조급함이 줄고, 어떤 문제든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모호함 속에서 헤매며 답을 찾는 감각을 익히게 만드는 '비효율적인 시간'의 힘


에디터로 일한 지 2년 차,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업무 속도와 수월함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물론 초보자가 일을 배워가는 단계에서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 겪었던 경험을 고려해도 이번 성장은 유독 특별했다. 그 이유를 돌이켜보니 카피 쓰기와 시각화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얻은 변화가 전환점이 되었던 듯하다.


"혼자 헤매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물어보고 빨리 방향을 잡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과거의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역설적으로 시야를 좁게 만든다.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않는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매몰비용으로 치부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줄의 카피, 한 장의 이미지를 위해 깊이 고민하는 일을 회피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조금 시도해 보다가 투입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고 성급히 판단하고, 그 에너지를 '더 효율적인' 곳에 쓰는 게 낫다고 여겼다. 이렇게 하나씩 포기하는 영역이 늘어날수록, 역량을 키울 기회는 줄어들고 내가 발 디딜 수 있는 영역도 좁아져갔다.


그런데 막상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일들에 끝까지 매달려보면서 내가 진정 원했던 '사고하는 힘'이 바로 그 과정에서 자라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안갯속에 들어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경험,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감각을 깨달았다. 늘 남이 만들어놓은 정답과 지름길만 따라가던 내가 비로소 ‘스스로 길을 내는 법’을 배운 셈이다.


많은 사람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막상 즉각적 효율을 요구받는 상황에서는 과정은 '쓸데없는 삽질'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마케터에서 에디터로 전업하면서도 어느 정도 성장하다가 일정 수준에서 늘 벽에 부딪혔다. 그럴 때마다 "재능이 없나 보다", "내게 맞지 않는 일인가 보다" 하며 다른 길을 찾곤 했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상황에서도 답을 찾아가는 감각을 경험하고 나서야 단기적 효율을 추구하는 자세가 정작 가장 중요한 '사고하는 힘'을 키우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생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낭비해야 한다'


2년 전, 백수로 살아보면서 앤 모로 린드버그가 남긴 이 말을 삶의 모토로 삼았는데, 에디터로 일하며 배운 깨달음도 이와 닮아 있다. 진정한 도약은 삽질처럼 보이는 시간에서 나온다. 빠른 결론을 재촉하지 않고, 모호함의 무게를 견디며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견뎌야만 가능하다.


요즘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주하면 여전히 막막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서둘러 누군가에게 정답을 구하거나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는다. 그 답답함과 모호함이야말로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신호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조급해하지 않고 그 시간을 품고 견디다 보면 예상치 못한 해답이 짠하고 나타나게 될 테니까. 그 짜릿함을 이번에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나를 믿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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