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의 반대말은?’ 집토끼, 죽은 토끼, 알카리 토끼, 판 토끼, 죽은 거북이, 모두가 답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집토끼라고 했는데 누군가 판 토끼라고 주장한다는 이유로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이라며 상대를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면? 혹시 여러분이 이렇게 행동한 적은 없는가? 개인의 의견을 진리라고 주장하며 상대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것을 약속으로 정한 것이 바로 규칙과 법이다. 이것은 공동체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예의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이 또한 다수의 의견에 따라 바뀔 수도 있으므로 지켜야 할 약속이지 진리는 아니다.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진리라고 오해하는 독선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영구히 데이터로 남는 온라인과 SNS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온라인에 올라온 누군가의 글은 그것을 쓴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자기 의견과 같다면 단지 같은 의견이지 진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와 다른 의견을 진리의 왜곡이니 독선이니 하면서 몰아붙이지 말아야 한다. ‘틀림’과 ‘다름’은 반드시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내보일 수는 있지만, 상대의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초연결 시대가 요구하는 필수 윤리이다.
신용평가 기관에 의뢰하면 대상의 금융 상태에 따라 ‘신용점수’를 알려주고, 그 점수에 따라 ‘신용우량자’ 또는 ‘신용불량자’ 등으로 평가해 준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우대 또는 거부도 당할 수 있다. 신용점수가 낮은 신용불량자의 경우는 사회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되므로, 자신의 신용점수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여러분은 ‘관계점수’ 또는 ‘평판점수’를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는가? 실제로 평가하면 몇 점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차라리 ‘신용불량자’는 그 당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평판불량자’는 어떠한가? 그렇다면 ‘평판점수’는 무엇으로 측정할까? 바로 여러분이 온라인과 SNS를 통해 남긴 데이터이다. 단언컨대, 초연결 시대의 개인과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관계점수’ 또는 ‘평판점수’가 될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이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기에, 금융 상태에 따른 ‘신용점수’뿐만 아니라, 연결의 양과 질에 따른 ‘관계점수’와 ‘평판점수’에도 신중한 관리가 필요함을 명심하자.
원석연
산업공학박사. 25년간의 정보통신 관련기업 경영과 10년간의 대학강단에서 만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기술 트렌드와 아날로그 인문학의 융합'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강연으로 그동안 쌓은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면서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합니다. 저서 <이미 일어난 스마트 시대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