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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07. 2019

[책소개]: 「버블(バブル)」②

영원히 견고할 것만 같았던 일본 정치-관료-산업의 트라이앵글의 몰락

「버블(バブル)」이라는 책은 2017년에 샀다. 일본이 정상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한 원점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인 듯 하다. 책을 사놓은 채 그냥 책꽂이에 꽂아만 두다가 얼마 전 본격적으로 읽어보기 시작했다.



“1년 전만 해도, 여기 있는 이코노미스트 모든 분들 중에 누구 한 사람도 최근의 주가상승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아베노믹스의 성장입니다.”

「버블(バブル)」永野健二


2013년 12월 일본경제신문사 등이 주최하는 이코노미스트를 위한 송년행사에서 일본총리 아베신조가 이렇게 말했다.


자신 있게 단언하는 아베신조의 말을 듣고 행사장에 참석한 저자 永野健二(Nagano Kenji)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위험하다”


왜냐하면 40년간 경제기자로서 시장경제를 보아온 저자의 신념으로는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를 ‘버블’과 ‘디플레이션’, 이 둘의 순환의 역사라고 보고 있다.


골치 아픈 것은 버블이 장래의 디플레이션의 원인을 키우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처가 버블의 원인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잃어버린 20년, 일본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아베 총리의 자신에 찬 평가가 오히려 위태롭다는 것이다.



저자는 런던 정경대 교수였던 수잔 스트레인지(Susan Strange)의 책을 인용해서 말한다.

「국가의 퇴각(The Retreat of the State)」, 「매드 머니(Mad Money)」 등의 책으로도 유명한 그녀는 글로벌화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위기감을 강조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특히 그녀는 1986년 그녀의 저서 「카지노 캐피탈리즘(Casino Capitalism)」의 마지막 장 '카지노를 냉각시키는 것' 중에서 “고장 나서 통제가 되지 않게 된 금융시스템을 관리하고 안정화하는 것은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정작 그 해결은 각각의 국가에서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 말의 의미가 전세계적으로 버블이 일어나게 되면, 그때는 이를 진정시킬 유효한 해결책은 없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전후(戰後)의 혼란기를 거쳐서 일본에 새로운 자본주의가 탄생했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주역은 ‘일본흥업은행(일본의 국책은행)’, ‘대장성(일본의 기획재정부)’, ‘신일본제철(일본의 포스코)’이었다.


전후 자금부족의 시대에 자금의 배분기능을 쥐고 있던 일본흥업은행은 일본경제의 사령탑이 된다. 또한 대장성은 재정, 조세뿐만 아니라 금융의 온갖 인허가권을 독점하는 것으로 전후 일본시스템의 조정역할을 한다. 그리고 신일본제철은 ‘철은 국가다’라는 말 그 자체로 산업자본주의 정점에 군림하며 일본 재계를 리드한다. 장기집권을 계속해온 일본 자민당이 이들을 지탱하는 밑받침 역할을 했다.


철의 트라이앵글(일본흥업은행 - 대장성 - 신일본제철)


이쯤 되면 뭔가 우리와 비슷한 모습, 특히 `97년 외환위기 이전의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습인 듯하다. 물론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개방과 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상당부분 바뀌기는 했으나 여전히 이러한 모습이 남아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다.


80년대 일본의 버블은 전후의 부흥과 고도성장을 지탱해온 일본 독자적인 경제시스템이 내용연수를 다해,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일본경제의 강점을 지탱해온 이들 정치, 관료, 산업계의 견고한 ‘철의 트라이앵글’이 부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럼 다음 편에는 일본의 버블이 일어나기 전 그 ‘태동’의 단계, 그 동안 잘 굴러간다고 보였던 일본 시스템인 철의 트라이앵글에 삐거덕거리기 시작한 시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김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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