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마법같은 말
누가 보아도 명백한 나의 부족함으로 인한 결과
조금 더 신경쓰지 못해서 벌어진 실수
아무래도 정당화 할수 없던 행동
스스로의 부족함을 메우려는 떨리는 변명
눈조차 마주치고 바라볼 수 없어 바닥으로 떨어뜨려버린 시선
고르고 골라 깊은 한숨과 함께 내뱉는 단어들
말을 하면 할수록 빠지는 비참함의 늪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정
더 이상 이어나갈 말조차 찾기 어려운 참담함
다른 사람이 아닌 나로 향한 분노
참을수 없는 정적.. 그 끝에
그럴 수 있지. 그래, 그럴 수 있어.
그 한 마디는 마법과 같았다.
그 한 마디에 내 가슴을 꾹꾹 누르고 있던 바위덩어리가 서서히 들어올려졌다.
사방에서 나를 향했던 보이지 않던 뾰족한 날이 무디어졌다.
내가 부족하지 않다는 말도, 나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말도 아니었다.
벌어진 일이 해결된것도 아니며, 눈감아 준다는 말도 아니었다.
그저, 살다보면 그런 일도 생길수 있다는 이해와도 같은 말이었다.
와락 껴안고 힘주어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 잘될거야, 아무 걱정도 하지마"와 같은 힘찬 격려가 아니라
누구나 그런 일이 생길수도 있다는 것을 너도, 그리고 나도 알고 있다는 이해는
울먹이는 누군가에게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는 것처럼 조용히 전달되는 마음이었다.
살아오면서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을 해주던 사람 곁에 있었다면 행운이다.
벌어진 큰 실수 앞에서 직장 상사가 말했던 "그럴 수 있지"
묵묵히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건냈던 "그럴 수 있지"
작은 몸 낮게 웅크리고 오랫동안 쌓아둔 속엣 말에 엄마의 나직한 "그럴 수 있지"
처음부터 끝까지 묻지 않고 들어준 끝에 작은 점 찍듯 떨어뜨린 "그럴 수 있지"
분노와 화에 이기지 못하던 나에게 이해라는 온기를 나누던 "그럴 수 있지" 까지 ...
살아오면서 들었던 많은 "그럴 수 있지" 덕분에
나를 다잡고, 바닥까지 가라앉지 않고, 콩알만한 안도를 하고,
눈을 마주칠 자신감을 찾고, 실수와 절망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을 마련했다.
내가 많은 고맙고 따스한 조용한 "그럴 수 있지"를 이내 주변에 나누고 싶다.
나는 네 편이야, 나라도 그랬을거야, 네 말이 맞아라는 격한 동조는 미루고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두서 없는 말을 주억거리는 그 사람이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그의 말 끝에 "그럴 수 있지.. 그럴 수있어" 라고 작지만 또렷한 점을 조용히 찍어주고 싶다.
그럼에도,
"그럴 수 있지" 를 가장 많이 해주어야 할 사람은
함께 사는 남편도 아직 내 품에 있는 자식도, 친구나 부모 동료가 아니라
나 스스로인것 같다.
나에게 들이 대던 차갑고 날카로운 잣대에 겁먹은 나에게
실수와 실패에 지치고 불안해하는 나에게
잃거나 포기하는 것에 무기력해지는 나에게
자주, 조용히, 나직하게
가끔은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이며
"그럴 수 있지" .. 라고 말해줘야겠다.
왜 그랬는지, 무슨 일이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이것이 최선이었는지 더 이상 잔인한 화살을 쏘아대지 말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충분히 들은 후에,
조용히 건네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마법같은 그 말을 인색하지 않게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