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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Oct 01. 2024

우리는 왜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해야 하는가?

마치 만취한 사람처럼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머리가 '피잉' 돌더니 땅바닥에 풀썩 주저 않아버렸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일이라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벽에 기대어 앉아있으니 저의 '으악'소리에 잠에서 깬 딸아이가 제 곁으로 왔습니다. "아빠, 넘어졌어? 다리가 삔 거야?" 대답을 하려는데 제 마음대로 입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입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말이 어눌해졌어요. 그렇게 몇 분 앉아있는데 회사 셔틀버스가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셔틀 놓치는데..." 


그렇게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워 방으로 갔습니다. 침대에 앉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누워버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제 속을 비운다고 한 끼도 먹지 않은 사실이 생각이 났습니다.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냉장고로 걸어갔습니다. 식빵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식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느낌이 이상하더군요. 싱크대에 몸을 반쯤 굽혀 식빵을 씹어 먹고 있는데 장모님께서 방에서 나오셨습니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던 장모님이 내가 몸이 이상하단 말에 놀래서 저를 관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식빵을 다 먹고 다시 준비를 하기 위해 방으로 갔습니다. 그때 장모님께서 어제 아무것도 먹지 않아 당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며 냉장고에서 배를 깎아 가져다주었습니다. 저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배를 입에 넣었습니다. 배를 먹는데 과즙이 자꾸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입에 약간 마비가 온 모양입니다. 많이 무서웠습니다. 


배를 먹고 좀 앉아 있으니 좀 괜찮아지더군요. 평소보다 늦어 결국 셔틀은 타지 못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면 쓰러질 정도로 다리가 휘청였습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회사를 출근했습니다. 회사에서 오전을 보내니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퇴근을 하고 오니 장모님께서 삼계탕을 끓여 주셨습니다. 삼계탕을 먹고 일찍 자고 일어나니 많이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처음 겪는 일에 많이 놀랐습니다. 워낙 건강한 체질로 타고나서 감기 외에 몸이 아파본 적이 없던 저에겐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무섭고 끔찍한 생각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일을 겪고 한 가지 크게 와닿는 앎이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 젊음, 건강 등 이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내가 지금 이 순간 가진 모든 것들 또한 영원하지 않다는 아주 단순한 앎입니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살던 저에게 매우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매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현재 가지고 있어 매우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단순한 사실. 매 순간 기억하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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