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신경다양인 성인ADHD러의 애플 워치 착용기 & 기변 후기
나는 Fitbit 트래커(는 회사가 쓰는 공식이름이지만 한국에선 샤오미든 삼성이든 핏빗이든 이런 제품군을 스마트밴드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다)를 2019년 정도부터 쓴 것 같다. 더 오래됐나? 첫 기종은 Inspire 2 쓰다가 너무 투박해서 Luxe 로 바꿨고, 그 녀석이 2023년에 고장나서 아날로그 시계를 전전하다가 불편해서 Inspire 3 로 바꿨다. 그걸 1년 정도 쓰다가 애플 워치로 기변한 것이다. 애플 워치는 기변한지 1주일정도 됐다.
커버 사진의 고양이 털 한가닥은 (무시할 수 없겠지만) 무시해 주세요.
아무에게도 청탁받거나 돈 받거나 부탁받거나 이벤트 참여하지 않는 그냥 나 좋아서 쓰는 리뷰입니다.
현대인이라면 다들 스크린타임을 줄이고 현재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으나 ADHD성인으로서 더더욱 집중에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애플 워치에는 심지어 게임도 있다. 다운 안 받으면 될 테지만 또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스마트폰도 편리하자고 쓰는 건데 정신차려 보니 다들 둠 스크롤링 하고 있지 않나...
나는 사실 스마트폰이 생긴 이래로 웬만한 앱 알림은 다 꺼놓는 법칙이 있었다. 리마인더나 투두리스트, 캘린더 알림만 받으면 됐다. 왜냐면 그건 내 뇌의 보조장치이니까... 하지만 내가 전화를 바로 받기를, 메시지를 금세 확인하기를 기대하는 세상은 신경다양인으로서 너무 정신없는데다가 내향인으로서도 힘들었다. 워치에 전화가 오고, 내가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고 있어도 남들이 내게 연락할 수 있는 세상은 좀 디스토피아 같다고 생각한다.창업자나 세일즈 등등 중요한 전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전화와 한 몸이 되길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잘 알지만, 난 그렇게 즉각적 반응을 요하는 직업을 선택할 생각이 없다...
신경다양인 1인의 입장: 리마인더랑 캘린더 알림은 마치 청각장애인의 보청기나 시력 나쁜 사람의 안경처럼 내 기억력 보조장치로 역할을 한다. 물론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 목적 밖의 알림은 다 꺼둬야 알림이 오면, "내가 뭔가 기억해야 하는 게 있구나" 바로 짐작할 수 있다. 그 외엔 다른 일을 굳이 멈추고 정신 집중을 끊을 만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카톡이고 뭐고 다 꺼놓고 짬 나거나 생각나면 앱에 직접 들어가서 뭐가 왔나 보는 편이었다. 요즘은 오히려 앱에 들어가서 알림 있나 없나 확인하는 행태가 마치 슬롯머신 같지 않나 싶어서 알림을 받는 걸로 바꾸긴 했는데, 즉시 알림 오는 설정 대신 11시, 14시, 16시, 18시에만 오게 스케줄 설정 해놓았다.
내가 알림 설정을 끄고 켜는 것과 별개로 왠지 애플워치를 차면 남들이 내게 좀 더 빠른 알림 확인을 기대할 것만 같은 우려가 있었다. 특히나 개인 소지품을 업무에 활용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는 바운더리가 희미한 한국 회사 문화에서는 내돈내산 애플 워치가 업무 용품이 되지 않을까, 그로 인해 더욱 빠른 응대를 해야 하는 압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잘 아는데, 일할 때도 좀 예측 가능한 업무 환경에서 내가 한 주간, 하루동안 해야겠다고 계획한 일에 집중해서 하나씩 해나가야만 한다. 집중해서 뭐 처리하다 말고 메신저 바로 확인하고 그러면 한꺼번에 일을 5개씩 벌려놓고 하나도 못 끝낼 수도... 그럼 모두에게 손해...
ADHD러 중에는 자신의 발산적 성향을 한껏 펼치며 놓치는 건 그냥 놓아 주면서 더 많은 걸 성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반면 환경 통제하고 구조를 갖춰서 정신을 수렴시키고자 노력하는 성인 ADHD인들도 있는데, 나는 후자의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애초에 일반 시계가 아닌 핏빗 인스파이어2를 샀을 때 원한 기능은 걸음 수 측정,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 측정 그리고 운동 트래킹이었다. 이것도 다 정신건강과 정신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운동을 안 하면 정신이 너무 슬프니까.. 너무 적게 자거나 많이 자면 우울/경조 삽화가 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 기능들은 참 만족하고 잘 썼다. 게다가 물건을 잘 떨어뜨리고 부수는 신경다양인으로서... 비싼 거 손목에 차고 있으면 망가뜨릴까 겁났다. 충전도 하나의 투두인데, 스마트밴드는 기능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배터리가 1주일 정도 가서 편했다. 운동을 염두에 두고 나온 제품군인지라 투박하지만 튼튼하고, 배터리 수명 걱정이 없어서 오래 쓸 수 있다. 환경에도 지갑에도 좋은 선택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까 나부터도 굳이 몇 년간 잘 쓰던 스마트밴드 두고 더 비싼 애플 워치를 사버린 이유가 과연 있을까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변 이유가 다 있다!
처음 스마트워치 대신 스마트밴드 트래커로 마음을 굳힌 이유 중 하나가 작고, 가볍고, 착용성이 좋을 거기 때문이었다. 근데 애플 스토어에 간 김에 SE 40mm 를 차보니까 이게 웬걸... 무게도 꽤 가벼웠고, 본체가 얇아서 오히려 덜 거슬렸다. 아래 사진은 핏빗 인스파이어3과 애플워치를 나란히 손목에 찬 모습인데, 인스파이어3의 본체와 스트랩 연결부가 손목에서 떠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1) 본체를 작게 만들다 보니 두꺼워짐 (2) 너비가 작은 대신 길이가 조금 긺 (3) 스트랩 체결 방식의 한계 (4) 스트랩 자체의 한계이긴 한데, 평균적인 남성 팔목이라면 크게 거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내 팔목 둘레는 약 14cm.
디자인도 말이다. 애플 워치가 훨씬 예쁘고 세련됐다. 이건 뭐 취향이라 어쩔 수 없다. 애플 것들이 예쁘고 모서리의 라운딩도 모든 제품군에 동일한 비율로 맞춰놓아서 가지런하고... 스트랩도 정품 및 서드파티가 다양하게 나와있어서 무궁무진하게(?) 바꿔 끼울 수 있다. 액세서리의 역할도 하게 되는 제품이다 보니 결국은 안 예쁘면 안 쓰고 싶게 되더라.
여담. 인스파이어2가 너무 튼튼해서 기변의 기회가 안 보였으나, 좀 더 예쁨에 비중을 둔 트래커인 핏빗 Luxe로 그냥 바꿔버렸었다. 금색 스테인리스 줄로 된 스페셜 에디션을 사갖고 꽤 예쁘게 차고 다녔는데, 고장났다. 50m 방수에 수영 트래킹 되는 제품이라서 수영장 왕초보 클래스에 몇 번 차고 갔더니 망가졌다. 레딧 보니까 Luxe는 연약하다고 소문나 있었다...
알림을 받고 싶지 않고, 굳이 복잡한 기능이 필요 없어 스마트 밴드를 선택했지만... 살아가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집에서 휴대폰이 어딨는지 찾느라 맥북을 꺼내서 휴대폰을 울리게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Tile 앱을 이용한 휴대폰 울리기 기능이 핏빗 인스파이어 2에 있었는데, 없어졌다. 애플 워치에는 아주 편리하게 내장되어 있다. 애플 내장 기능이다보니 휴대폰이 진동/무음으로 되어 있더라도 반드시 소리로 울려 준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또 휴대폰이 어딨는지 모를 때, 혹은 가방에 넣어 놨을 때,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당장 써두고 싶은 리마인더나 노트가 생각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예전에는 작은 공책을 가지고 다녔는데, 휴대폰에서 노트를 쓴 이후로는 검색 가능성과 태깅 가능성에 매료 되어 돌아갈 수 없게 됐다. 난 영어로 리마인드를 남기고 Siri도 영어로 써서 쾌적하다고 느끼는데, 한국어를 쓰기는 좀 덜 쾌적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또 뽀모도로나 계획된 시간표에 따라 작업을 할 때, 휴대폰을 멀리에 두고도 현재 얼만큼 했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정신이 팔려도 언제든지 지금 계획된 일로 돌아가라는 가이드가 되어 주었으면 했다. 이 모든 기능은 꽤나 기대한 대로 사용해 나가고는 있지만, 알림이 안정적이지 않고 설정이 비직관적이라 초반에 워치 설정 바꾸는 데 좀 시간을 많이 썼다. 난 기계를 상당히 좋아하고, 잘 다루는 편이고 애플 제품에 익숙한데도 그랬다.
셀룰러 모델을 사진 않았지만, 리마인더랑 캘린더는 워치에 저장된 대로 알림 오고, wifi 있는 환경에서는 메일 확인도 할 수 있는데다가 페이스타임과 아이메시지도 가능하니 급할 땐 그거 쓴다는 마음으로 워치만 가져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내 카메라도 좀 더 자주 활용하게 되겠지? 아직은 워치가 익숙하지 않아서 멀리 나가보진 않았다.
셀룰러 모델 안 산 이유: 많이 고민했는데, 셀룰러 모델 사는 데만 돈이 더 드는 게 아니라 알뜰 통신사도 못 쓰고 워치 요금도 별도로 내야 해서 통신료 자체가 너무 올라간다. 이미 메이저 통신사를 쓰고 있고, 워치 요금제만 딱 추가하면 되는 상황이면 괜찮을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필요도에 비해서는 그 추가 요금도 많이 비싸보인다. 나중에 워치 단독으로 편하게 잘 쓴다 하면 테더링할 수 있게 휴대용 5G 라우터를 마련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거 또 챙기기는 귀찮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차라리 라우터랑 1GB 정도 데이터 심카드를 새로 장만하고 말지 워치 요금은 너무 과하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필요도와 지갑 사정에 따라 결정할 일인 것 같다.
이래저래 연결성도 맥-아이폰보다 훨씬 떨어지고, 설정도 직관적이지 않다. 애플 제품을 2007년부터 써왔기 때문에 애플 제품은 유저 경험이 어느 수준 이상일 거라는 기대감이 있는데, 그 기대를 좀 깼다. 어떤 건 아이폰의 워치 앱에서만 설정할 수 있는데 어떤 건 애플 워치 기기로만 설정할 수 있는 게 혼란스럽다. 무슨 기준인지도 모르겠고, 뭘 바꾸는 설정인지 알기도 어려운데 또 웹 매뉴얼은 애플 식으로 간소하고 직관적이기만 하다.
워치 내의 마음챙김 앱의 리마인더 설정도 아이폰의 건강 앱과 이상하게 공유가 안 돼서, '이 알림이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하고 한참 헤맸다.
가장 심각하게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Live Activities 설정 UX/UI였다. 애플에서 내놓은 정식 소프트웨어에서 있을 수 없는 미완성, 비직관적 유저 경험이라 솔직히 충격받았다. 워치 설정 중 Live Acitivities에서는 워치에 내장된 앱별로 Live Activity 설정을 켜거나 끌 수 있다. 그런데 서드파티 앱은 개별 설정이 안 된다. 무슨 앱이든 무관하게 그냥 '아이폰에서 현재 실행 중인 Live Activity'를 미러링하거나 하지 않거나 두가지 옵션 뿐이 없다. 이 부분은 기능적 한계라고 본다고 쳐도, 그 설정이 마치 앱별로 가능한 것처럼 각각 앱 설정 안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우버 앱 설정에서 Live Activity를 켜고, 스포티파이 앱 설정에서 Live Activity를 끈 다음에 다시 우버 들어가서 보면 Live Activity 설정이 꺼져있는 거다. 어? 왜 이게 설정이 저장 안 되지? 버그인가? 하고 블루투스를 껐다 켰다 워치를 껐다 켰다 온갖 쇼를 했는데... 한 설정인데 여러 위치에 보여서 각각 개별 설정인 줄 알았던 거다.
많은 사람의 갓생(?) 앱이자 여러 ADHD인들의 뇌 보조수단인 루티너리 앱... 이 앱을 애플워치에서 쓸 생각에 최종 구매 결정을 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애플 워치에서 서드파티 아이폰 연동 앱 알림의 UX가 좋지 않았고 (똑같은 알림을 여러번 탭 해서 꺼야 하는 등) 워치에서 단독 실행 중일 때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는 앱의 알림이 어쩔 땐 오고, 어쩔 땐 오지 않았다. 물론 서드파티 개발의 미완성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아이폰에서의 사용성이 훌륭한 루티너리 같은 앱이 애플의 개발 가이드라인을 착실히 따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애플 OS에서 서드파티 개발에 필요한 환경, API, 도큐멘테이션 등등이 미완성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해 본다. 아직 워치 OS 11.2 가 나온지 얼마 안 됐고, 연말연시엔 다들 쉴 테니까 좀 기다려 보도록 하겠다.
사용성을 생각하면 항상 몸에 지니는 워치의 배터리 퍼포먼스는 기본 24시간을 보장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애플의 생각은 나와 다른 것 같다. SE 40mm 에는 그러한 최소선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기능을 줄이든지 어쩌든지 해서 배터리 수명을 좀더 보장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지 1주일된 지금도 완충/방전 안 시키려고 하루에 2회 충전을 하는데, 1년 반 정도 쓰고 나면 사용이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이 쬐깐한 배터리를 교체하는 비용도 지나치게 비싸다. 애플 제품을 쓰면서 한번도 애케플 무상수리 기준에 해당한 적이 없는지라 그걸 사기도 아깝다. 아무래도 사설 수리를 이용하게 될 것만 같다.
나는 애플 워치의 워치페이스에서 심박수랑 걸음수를 커스터마이징 못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쉽게 안 보여 줄 뿐 측정도 하고, 기록으로도 남기기 때문에 건강 관련 내장 앱을 눌러서 확인할 수 있긴 한데, 워치페이스나 위젯에서 한눈에 딱 확인할 수는 없다. 물론 서드파티 앱으로 해결은 가능하나 어째서 내장되어 있지 않은지는 궁금하다.
'활동' 앱에서 목표로 설정할 수 있는 건 오늘 걸은 거리랑 활동으로 소모한 칼로리 같은 거다. 걸음수... 없다. 좀 어렵게 느껴진다. 뭐 대단하게 트레이닝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 목적지에 가는 게 아닌데, 걸은 거리로는 내가 얼마나 활동 했는지 와닿지가 않는다. 그냥 쉽고 간단하게 걸음수로 나의 활동량을 판단하고 채우는 게 편하다.
심박수도 운동할 때만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 난 운동할 때 심박수에 크게 관심이 없고 오히려 평소에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나 안 받나, 긴장이 많이 됐나 안 됐나, 그냥 심계항진인가 맥박이 빠른가를 확인하고 싶다. 애플워치 내장 앱으로는 시계를 보는 김에 확인할 수는 없고, 한 번 더 눌러야 된다. 배터리 절약을 위한 방안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과연 그런가? 잘 모르겠다.
핏빗은 걸음수와 심박수 모니터는 정말 편하고 쉽게 할 수 있었다. 잃고 나서 알게 되는 소중함....
마지막으로 비슷한 점을 한 가지 보여드리고 나 좋아서 쓰는 이 후기를 마치겠다. 시간을 보여 준다는 점,, 뭐 그런 거 당연히 비슷한데, 수면 측정 결과가 꽤나 비슷하다. 아래의 스크린샷은 같은 날에 양쪽 손목에 각각 핏빗 인스파이어3과 애플워치를 차고 잔 날의 수면 측정 결과이다.
늦게 자고 아침에 한번 일어났다가 11시 반까지 다시 잤다...ㅎ 다시 잠든 시간동안 핏빗은 그대로 수면 분석을 했지만, 애플 워치는 그 2-3시간 수면에 대한 수면 단계 분석을 안 해 준 점에 차이는 있는데, 핏빗도 3시간 이하의 짦은 수면은 시간만 기록하고 단계 분석은 안 해 준다. 여기선 하나의 수면으로 보았기 때문에 분석이 된 듯.
수면 시간과 단계는 거의 비슷하게 측정이 됐지만, 이 데이터를 보여 주는 방식은 두 회사가 좀 다르다. 애플 워치는 모든 건강 앱 데이터가 다 그렇지만, 단순 데이터만 보여 준다. 그래서 서드파티 앱을 쓰지 않으면 자기가 알아서 '아하 깨어있는 시간이 줄고, DEEP 수면이 늘어났으니 보다 깊게 잤군' 이런 판단을 내려야 하는 반면, Fitbit은 나랑 비슷한 사람들의 평균에 비해 내가 깊이 자는지, 얕게 자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볼 거리를 제공해 줘서 흥미롭다.
트래커든 스마트워치든 뭐든 사실 인생에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걸 사서 찬다고 신경다양인의 인생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며, ADHD가 치료되지도 않고, 건강이나 수면히 대단히 좋아지지도 않는다. 처음 사면 반짝 신나서 좀 생산성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되려 복잡해지기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난 기계 만지는 거 좋아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게 재밌고, 기록되는 게 괜한 안도감을 줘서 이것저것 해 볼 뿐이다. 뭐 대단히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살려고 이러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사려고 정보 조사하고 세팅하고 줄질하면서 시간을 더 낭비하면 낭비했지.
괜히 이 글로 불필요한 구매를 장려하고 싶지 않다. 내 리뷰를 보고 사고 싶어지는 분은 없었으면 좋겠다. 하나는 어차피 살 거였는데 싶은데 뭘 사볼까 고민하셨다면 약간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특히 굳이 스마트워치의 기능이 필요없는 분들이 보다 저렴하고, 배터리도 오래 가고, 수면이랑 심박수도 비슷하게 층정하는데다가 유리 액정 안 달린 스마트밴드에 눈길을 한번 줘 보신다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이 많아서 인생 살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렇다면 글이라도 많이 쓰려고요. 누구나 생각에 시간을 쏟아붓지는 않기 때문에, 저의 결과물들이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깨달음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요즘은 영국에서 사는 삶과 신경다양성, 접근성에 대해 생각해요. 저의 생각을 흥미롭게 보셨다면 구독하고 종종 읽어 주세요.
선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