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의 성장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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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미술 시장 업계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NFT와 함께 미술품 투자가 부상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2020년~2021년 미술 시장에도 재테크, 투자 열풍에 힙입어 온기가 돌았다.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게다가 2021년부터 생소하게 등장한 'NFT'는 미술을 등에 엎고 많은 사람들에게 아트 투자라는 개념으로 부상했다.
사실 미술계에서는 미술품의 소유와 양도에 있어서 수많은 소송이 오갈 정도로 뉴스에 나올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또한 원작과 모작을 가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 전에 큰 이슈가 됐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천경자' 작가의 작품은 미술관 측과 작가의 가족 측이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미술관은 진품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고 가족은 모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 감정연구원, 프랑스의 수사기관까지 참여하여 진위 여부를 판단했다.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x-ray를 통해 작가의 붓칠, 기법을 투시하여 확인하기도 하고 캔버스 뒤에 적힌 서명, 필체, 시기 등을 파악하기도 한다. 매우 머리아프고 고된 작업이다.
그런데 NFT로 미술 시장이 옮겨온다면 어떻게 될까? 머리속이 매우 명쾌해진다.
NFT에서는 디지털 소유권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 소유권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등록하면 진위성과 유일성이 증명이 된다. 분산원장에 기록된 소유 및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해킹 위험도 없다. 현실 공간에서처럼 진위 여부를 여러 감정기관, 수사기관이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다.
미술품 처럼 창작물에 유일성이 부여된다는 것, 소유성이 명확하게 식별된다는 것은, 미술 시장에서는 소유권/양도권 프로세스 상 복잡한 증명 작업이 사라지게 되는 획기적인 변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투명해지기 때문에 고가 미술품의 경우에는 다소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거래들, 그러니까 초초고가품까지 NFT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는 의문이 든다.
또한 디지털 세상의 미술 작품은 조소처럼 입체적인 작품도 평면에 가두어 버리기 때문에 기존 작품의 아우라를 잃어버리게 된다. 공간을 주제로 하는 작가들, 사운드, 대지미술 등을 주제로하는 작가들은 다소 접근하기가 힘들다.
다시 말해, NFT 미술 세상에서는, NFT스러운 미술 트렌드가 따로 생길 것 같다. 예를 들면, NFT을 타겟으로 활동할 예술가들은 디지털화면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미술 작업을 따로 하게 될 것 같다. 또한 반대로 기존에 미디어 아트, 영상 아트를 주로 했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기 좀 더 좋은 환경이 된 것 같다.
재밌었던 점은 성수동 온더스탠드애비뉴에서 진행한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 본 국내 미디어아트 작가 그룹의 영상은 구간, 구간마다 잘라서 NFT화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 작품 전체가 아니라, 구간 구간을 잘라 판매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들렸다. 기존에는 큰 캔버스를 조각조각 잘라서 판매하는 작가들은 있었다.
미술 시장도 신기술의 등장에 따라 이렇게 미술 트렌드가 바뀌나보다. NFT 개념이 만든 미술 시장의 관심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계속 가져보고 싶고, 나도 작가로서 참여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