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이 Mar 15. 2023

부산에서 서울까지 주 2회 대학원행, 후회는 없다.



처음부터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었다. 사실 대학원을 '지금 이 시기에', '꼭' 가야 할 지조차 불투명했다. 그런 혼몽한 상태에서 나는 영감을 찾듯, C대를 불현듯 떠올린 후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의사결정을 한 지 몇 년이 된 것도 아닌데 이다지도 아득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후회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담심리대학원은 수도권이 아니고서는 없었다. 특히 경남권에는 더더욱. 그래서 더 C대를 생각하게 됐다. C대에 가면, 내 상담 전문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니, 약간 과장하면 상담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비현실적인 신념이라는 것을 대학원에 다니고 나서야 알았다. 하지만 적어도 전문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내 기대 하나는 딱 들어맞았다.


나는 월요일과 수요일, 조퇴를 한 후 택시를 타고 김해공항에 간다. 국내선에 도착하면 서둘러 체크인을 하고 보통 16:00에 있는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면 9호선 급행열차를 타고 고속터미널 역에 내린다. 수업을 다 듣고 나서는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한다. 올 때도 비행기를 타면 참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비행기는 끊긴 지 오래다. 22:27에 있는 마지막 KTX를 타고 부산에 온다. 비용은 10만 원 내외,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 이 생활을 한 지 2주 가까이 되었다.


KTX를 타기 전 기념사진


'가성비'라는 단어에 비추어 보면 내 생활은 모든 것이 어그러진 채 맞지 않는다. 가성비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효율이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 이렇게 외쳐도 무방할 정도로, 동료의 말처럼 나는 하늘에 돈을 펑펑 뿌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빈 허공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후회도, 회한도 없다. 도대체 그럼 무엇이 그렇게 후회스럽지가 않았느냐? 그럼 만족하느냐? 그 이야기는 차차 매거진에서 풀어나가려 한다. 궁금하다면 구독하고 계속 예의주시하시라.


KTX에서 졸기 직전의 윤재는 그럼 이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