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를 딴 후, 첫 운전에서 느낀 소회
얼마 전 면허를 땄다. 단순히 충동에 의한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기 시작하자 포기가 어려워졌다. 그렇게 두 가지의 시험을 치르고, 면허가 생겼다. 면허를 딴 당일날, 30분 거리를 2시간 30분에 걸쳐 주행하는 실력을 발휘했다. 연수에서만 보던 길쭉하고 평탄한 거리가 아닌 불퉁하고 제각각인 거리 상황에 놀란 결과였다.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도 익숙지 않고, 라디오를 틀 줄 몰라 적막 속에서 운전이 진행되었다. 손에서 연신 땀이 난 탓에 핸들이 뽀득뽀득했다. 정말이지 그때의 심정은, 집에만 보내준다면 차를 다시 팔 수도 있다는 마음이었다.
초보운전 패치를 붙이기 전임에도 내 차가 당황으로 가득 물든 게 보였는지, 모든 차가 나를 추월해 갔다. 어떤 차는 중앙선을 넘어서, 어떤 차는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여, 어떤 차는 경적을 울리며… 느린 게 죄는 아니잖아! 그리고 난 지정속도를 준수하고 있다고! 확성기로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깨달았다. 아마 한동안 도로에서만큼은 추월당하겠구나. 그리고 어쩌면 운전이 몸에 익은 후에도 추월당할 수 있겠구나. 아무리 지정속도를 맞추며 달려도, 과태료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속도를 내는 차들이 존재했다. 그들이 있는 한 나는 어떠한들 추월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운전 실력이 는다고 해도 그런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재간이 없었다. 그건 여러모로 내게 맞지 않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많은 삶의 장면에서 추월당하곤 했다. 아무리 지정속도를 맞추어 달려도, 놀리듯이 가볍게 앞장서가는 누군가가 존재했다. 그럴 때면 패배감을 느끼기도 하고, 체력이 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힘껏 달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늘 추월은 어쩔 수 없는 순리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조급함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2시간 30분, 긴 고독의 경험을 곱씹으며 한 가지 정의도 내릴 수 있었다.
‘그냥 나는 추월당하는 사람이다.’
내가 추월당하든 춤을 추든 어쩌든 간에 나는 지정속도를 준수하며 달리고 있다. 곰곰 생각해 보면 내가 서 있었던 기억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니 아무렴 추월당해도 어떤가. 어찌 되었든 나는 나의 속도대로 달리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