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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Aug 27. 2023

처방으로써의 글쓰기

글쓰기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

  불안하고 우울하며 동시에 무감각하다. 며칠간 이런 기분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에 나는 치이고 말았을까. 어떤 생각들에 매여 있을까. 들여다 보기 두려운 것들이 가득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한 번 고리를 당기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다. 애써 꾸역꾸역 삼키고 있는 느낌이 좋지만은 않다.

  심리학에서는 “취약성-스트레스 모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실제 스트레스를 과다하게 겪게 되면 정신과적인 증상이 발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모형을 배우면 같은 사건을 겪어도 왜 사람마다의 경험이 다른지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는 정서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은 스트레스를 겪어도 정신과적인 증상이 발병할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TCI(기질 및 성격 검사) 결과에 따르면, 나는 정서적인 취약성이 높은 사람이다. 사실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경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잘 놀라고, 예민하고, 민감하다. 기억하기로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잘 읽어내곤 했다. 특히 분노 게이지가 차오르는 것은 탁월하게 감지해 냈다.

  타고난 부분이 항상 있다 보니, 사소한 스트레스 사건에도 나는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 불안과 우울은 늘 세트로 오기 마련이었고, 그것을 감내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생각만 해도 그렇다. 아, 고통스럽다.

  그래서 나만의 대처 방법을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운동을 하는 등 몸을 움직이거나, 당시의 기분에 대해서 말하거나 글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는 고통스러울 때면 글을 쓴다. 글쓰기의 효과는 자명하지만, 내가 경험하기로는 해소의 부분이 가장 크다. 몸속에 가득 갇혀 있던 불순물이 파이프를 타고 외부로 조르르 흘러가는 것만 같다.

  내게 있어서 글쓰기는 하나의 처방인 셈이다. 글을 쓴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 자체로 기분이 나아지곤 한다. 실제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존재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조금의 힘을 내서 펜을 쥐고 글을 써내려가면 그나마 기분이 낫다. 마치 배가 아플 때 타이레놀을 한 알 삼킨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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