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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Mar 07. 2024

'민중의 적' 리뷰

사회 속 '할 말은 해야한다.'는 과연 옳을까. 

'민중의 적'은 헨릭 입센의 대표적인 작품들 중 하나이다. 이 책의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작은 마을의 의사인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 마을의 대표 관광상품 온천이 오염 된 것을 알아낸다.

이 사실을 시민들과 권력자들에게 알리지만 그들은 마을의 금전적인 문제를 걱정해 주인공의 의견을 묵살하고, 심지어 그를 마을의 경제적 파멸을 바라는 자. 평화를 위협하는 '민중의 적'이라 규정한다.

주인공은 사실을 외면하는 그들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낀다. 심지어 책의 마지막까지 '민중'이라는 힘에 처절하게 당하지만, 불편한 진실과 사실을 알리겠다는 주인공의 투쟁적 모습을 보여주며 책은 끝난다.


줄거리는 정말 이렇게 짧게 요약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릇 리뷰라면 '다시 읽는다.' 는 말의 뜻 대로 내 관점을 정리하며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책을 읽는 동안 내 머리를 괴롭힌 생각을 말해 보자면...



나의 세상은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가


작가는 섬세한 설계로 독자의 불편한 심리를 이끌어 낸다.


극의 초반부에서 주인공은 매우 양심적이고, 자신의 마을을 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로 하여금 극을 읽는 독자는 주인공을 절대선 역할의 인물로 보게 된다. 극에 초반에 함께 등장하는 시민 단체의 대표, 신문사의 편집자들은 서민들의 모습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자연스럽게 받아지며 주인공은 서민들과 함께 선 절대선 적인 인물로 보여지는 것이다.

이렇게 그려진 주인공 앞에 등장하는 적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반대적이다. 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형은 기득권의 대표격인 시장으로 등장한다. 시민들의 개인적인 생각들은 무가치하다고 느끼며 작품 초반에 태생에 대한 비하까지 서슴없이 말하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작품의 이야기는 발전하기 시작한 마을. 그리고 해당 마을의 주 상품인 온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위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의사의 입장으로 온천이 병균을 퍼뜨리고 있으니 이를 알려야한다고 시민들과 민중의 대표격들에게 말한다. 그들은 주인공이 아주 양심적이고 옳은 사람이라 말하며 민중들도 그를 따를 것이라 말하며, 시장이 이런 내용의 보도를 막을 것이라 말하는 등, 기득권들에 대한 깊은 불신을 보이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악역처럼 등장하는 시장은 그의 주장을 무시하고 매도한다. 마을의 발전이 불 붙기 시작한 지금, 주인공이 발견한 내용은 그 불을 완전히 꺼트려버리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민중의 대표격 인물들에게 접근해 은근슬쩍 이야기를 흘린다. 그 피해는 기득권이아닌 서민들. 민중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이다.

이 극의 백미는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을 지지하던 이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알게 된 것만으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린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그것을 은폐하려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속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그 부정을 모른척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주인공은 이것에 대해 격하게 분노하며 열변을 토한다. 그것이 사회 속 자신을 파멸시키는 길임을 알고 있음에도 옳은 것은 말해야 하고 진정 사람이라면 그것을 숨겨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피토하듯 외친다.


나는 이 부분들을 매우 불편한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다. 분명 내 머릿속에는 주인공이 선한 역할임을 알고 그가 말하는 것에도 틀림이 없다는 것을 아는데 왜인지 그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극이 끝날 때 까지 그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 리뷰를 작성하기 시작할 때서야 왜인지 진정으로 알게됐다.


내면의 나는 과연 사회 속 나보다 중요한가?


내가 불쾌한 이유는 이 생각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내면의 자신이 미치도록 중요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자신 뿐만 아니라 아내, 자식들을 포함한 가정들이 풍비박산 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외쳐댔다. '민중'이라는 거대 세력에서 자신들이 이탈되고 핍박 받을 것을 알면서 말이다.

나는 그 모습이 진정으로 못마땅했던 것이었다. 주인공이 내면의 나를 고집하지 않았다면 '민중' 속, 사회 속 나의 모습은 알아서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그 끝이 주인공이 내내 말하던 파멸에 가까울지라도 주인공의 행동은 그저, 그 파멸을 빠르게 당겨올 뿐인 행동으로 보였다.

심지어 이 극의 끝은 민중이라는 거대 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인공을 '민중의 적'으로 만들고 주인공의 삶을 파괴한 모습을 보여줄 뿐, 그 끝이 행복할 것이라는 것 처럼 보여주지도 않는다. 

작가인 입센은 분명히 이 찝찝한 기분을 설계했을 것이다. 나처럼 읽는 독자들에게도, 혹은 거대한 이상을 무시하는 '민중'에게 실망했을 독자에게도 말이다.




리뷰를 마무리하자면...

이 책은 마치 옛날에 본 만화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 본 쿠루루의 대사와 같다. 

독자를 논리적으로, 이상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된 것처럼 만들어놓고...작가는 그 틈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이 극은 그런 작품이다.


그렇지만 읽는 시간이 아까운 작품이냐? 그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분명한 축복이기 때문이다.

읽고 난 뒤 다른 독자들은 어땠는 지 묻고 싶다. 당신은 이 작품이 어째서 불편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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