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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테씨 Jan 12. 2022

초췌하고 초라하지만

육아를 하다가 문득 거울을 볼 때면, 혹은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눈에 띄게 보이는 초췌함 때문에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집에 있더라도, 섹시함 혹은 귀여움으로 무장한 일명 '홈웨어'를 입고 있던 나는 없고, 가장 활동성이 좋은 펑퍼짐한 옷에, 언제든 아이를 안전하게 안아주기 위해 부드러운 면 옷만 입는다. 장식, 레이스 따위는 절대 금물이다.


예쁘게 늘어뜨린 머리는 없고, 편리함을 위해 높이 동여맨 머리스타일만 남았다. 분위기 좋은 카페나 흔히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던 주말은 아이의 관심사와 안전도에 따른 일정으로 가득 찬다.


여유가 느껴지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마시며 즐기던 독서라는 취미는 아이가 잠들고 난 새벽에나 아주 조금씩 즐긴다. 그마저도 잠든 아이가 깰까 봐 눈은 책으로, 귀는 아이 쪽으로 향해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아이가 없을 때보다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늘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왕관을 들고 와서 내 머리 위에 올려놓고서는

 "엄마는 공주님이야"

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는 순간 같은.


나의 초췌함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그런 신기한 순간들이 너무나 많다. 이게 사랑이고, 이게 가족이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따듯해지는 순간들이 정말 많다.


아이는 정말 

너무나도 작은데 

너무나도 큰 힘을 가진

기적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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